에필로그

흐름을 되찾으려면, 시스템부터 다시 봐야 한다

by 더디맨

조직은 언제나 바쁘다.

회의는 빽빽하고, 프로젝트는 겹쳐 있으며,

성과는 숫자로 정렬되고, 리더는 지표를 따라다닌다.


겉보기엔 분주하다.

하지만 속으로는 멈춰 있다.

성과는 정체되고, 갈등은 말없이 깊어지고,

팀은 왜 인지 모르게 제자리를 맴돈다.


그런 조직을 나는 수없이 보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흐름’이다.


흐름이 끊긴 조직에서는 아무리 유능한 사람도 무기력해 진다.

그 흐름을 막고 있는 것은 관계의 얽힘, 구조의 왜곡, 말해지지 않는 감정,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경계들이다.


코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많은 기업들이 '코칭'을 시도해 본다. 리더 코칭, 팀코칭, 심지어 조직 내 코치 양성까지 안 해본 것이 없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한 코칭만으로는 시스템을 움직일 수 없다.

한두 번의 코칭 세션이, 내부 인재 몇 명의 양성이 조직 전체의 흐름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복잡계 조직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시각이다.


조직은 살아 있는 생명체다. 부분을 고친다고 전체가 바뀌지 않는다. 진짜 변화는 ‘구조’와 ‘관계’를 다루는 일에서 시작된다. 많은 조직은 갈등을 ‘문제’로 본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


갈등은 시스템이 바뀌라는 신호다.

그 신호를 읽고, 흐름을 다시 정렬하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 연재 글에서 소개한 Systemic Team Coaching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아니다. 갈등을 ‘행동’이 아닌 ‘구조’의 결과로 보고, 팀을 하나의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읽어내는 방식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일을 해 온 사람이다. 나는 이론가가 아니다. 33년간 현장에서 조직을 관찰하고, 움직이고, 부딪치고, 갈등의 한가운데에서 성과를 다시 일으키는 일을 해왔다.

어떤 조직이든,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갈등은 반드시 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잘만 다루면 조직을 ‘흐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이 글을 쓴 이유는 단 하나다.

이 글은 지식을 나누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또한 단순한 팀코칭 이론서도 아니다.


나는 지금 이 순간,

갈등으로 멈춰선 팀,

성과가 정체된 조직,

시스템이 흔들리는 회사를 위해

현실에 작동하는 조직개발(OD)을 제안하고자 한다.


흐름을 되찾고 싶은가?

관계와 구조를 새롭게 보고 싶은가?

체계론적 팀코칭 전략이 그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팀이 다시 흐르기 시작할 때,

그 조직의 성과는 다시 살아난다.




마지막으로 내가 겪었던 경험 중 죄직에서 흔히 벌어질 만 한 두 가지 사례를 문답식으로 말씀드리고, 지금까지 설파하였던 체계론적 팀코칭(Systemic Team Coaching) 관점의 접근법 제안을 정리하며 이 연재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례 1

Q. 프로젝트 안에서, 같은 목표를 보며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A. ERP(SAP R3) 구축 프로젝트에서의 부문간 갈등사례가 기억납니다.

회사에서 ERP시스템을 구축할 때 일이었다. SAP R3 시스템을 도입, 구축하는데 모듈은 FI, CO ,SD, MM, PP 5개 였고, 나는 생산관리 부서장으로서 PP모듈 개발 책임이자 SAP R3 프로젝트 총괄이기도 했다. 물론 FI나 CO모듈의 개발담당은 당연히 재무부서 과장급이었고, 전반적인 개발은 대기업 PI회사인 S데이타시스템이 맡았고 그래서 S데이타시스템의 개발인력도 책임부터 개발자, 단순코딩까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프로젝트 기간은 약 1년여 였고, 나는 생산관리 업무를 전폐하고 이 일에 매달렸다.

그리고 FI와 CO모듈의 연계 시스템 개발을 위해 K정보시스템이라는 IT회사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책임자는 여자 과장이었는데 실력이 매우 출중하고 언변이 탁월하여 대부분 우리회사 직원들이 그녀에게 토론으로는 대항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요구사항이 있음에도 말로서는 제대로 반영을 하지 못했고, 요구사항 반영은 번번히 무산되었다. 재무부서는 이 과장을 앞세워 자기 부서의 업무에 유리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했고, 상대적으로 그런 사항은 생산을 관장하는 쪽에서는 매우 불편하고 번거로운 것이 예상되는 것이었다.

전체 프로젝트는 회사를 위한 것이고 각 모듈은 조화롭게 설계, 반영되어야 하지만 부분적인 최적화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재무 쪽에서 직접적으로 이 문제를 주장하면 부서 간의 알력이 생길테니까 K정보시스템의 책임자를 통해 의견이 주로 반영되었고 나는 그에 반대해서 번번히 그 책임자와 언쟁을 벌이곤 했다.

결국 둘 간의 관계는 점점 나빠졌고, 한 번은 연합 회식자리에서 시비가 붙었다. 결국 그 책임자와 내가 끝까지 7차까지 술싸움, 기싸움을 벌였고 그 여파로 책임자는 매우 정신적으로 힘들었 했던 적이 있다. 다음날 갑자기 휴가를 내고 며칠 어디론가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개인적인 관계는 심각하게 손상을 받고 말았다.

전체 최적화와 부분 최적화의 문제, 그리고 자사 직원과 협력사 또는 외주회사의 직원과 맞물렸을 때 벌어지는 갈등과 충돌의 상황의 사례였다고 생각된다.


체계론적 팀코칭(Systemic Team Coaching) 관점의 접근법 제안

1. Commissioning – 존재 목적 재설정

• 프로젝트 초기부터 “이 ERP 프로젝트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한 공동 선언이 필요

• 전체 최적화에 대한 공통된 언어를 설계하고, 부분 최적화의 유혹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문화

→ 각 모듈은 부분 최적화가 아니라 전체 목적의 하위 구조임을 명확히 함.

2. Clarifying – 역할과 권한의 경계 명확화

• 재무부서가 협력사를 비공식적 영향력 통로로 활용하는 구조는 공식 협의 채널과 의사결정 권한의 부재가 만든 문제

• 각 이해관계자(부서, 협력사 등)의 권한, 책임, 협의 방식 명시

→ 모든 의사결정과 충돌은 공식채널에서만 논의토록 구조화

3. Co-creating – 공동작업과 심리적 안전감

• 협력사 책임자와의 갈등은 공동 작업의 공간이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

• 갈등을 터뜨리기 전에 역할 입장 교환, 의도와 영향 차이를 조율하는 코칭 기반 공동 디자인 세션이 필요

→ 공식 미팅에서 감정이 아닌 논리와 구조로 의견이 다뤄졌다면, 술자리 폭발은 막을 수 있었음.

4. Connecting – 내부-외부 시스템 연결

• 외주 협력사, 내부 부서, PI회사, 총괄의 연결 구조가 “파트너십”이 아닌 “비공식 연합”과 “대립 구조”로 작동

• 팀코칭 개입으로 내부-외부 시스템의 관계 지도를 작성하고, 교차 영향과 의사결정 흐름을 재설계했어야 함.

5. Core Learning – 실패의 학습 자산화

• 이 경험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프로젝트에서 ‘부분 최적화의 유혹’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사례

• 팀코칭에서는 이 실패를 분석하고, 다음 프로젝트에서 적용 가능한 교훈으로 전사적 학습 자산으로 전환


핵심 메시지

ERP 구축에서의 갈등은 사람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은 시스템 설계와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다. 체계론적 팀코칭은 그 복잡한 관계의 흐름과 권한의 경계를 설계하고, 갈등을 예방하고 생산적인 긴장으로 전환하는 데 실질적 도구가 될 수 있다.




사례 2

Q. 갈등이 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이건 언젠가 터지겠다”, “구조적으로 불안하다”고 느꼈던 경험은 있으신가요?

A. 단일 사업부 중심 조직에서 COO와 경영지원조직 간의 ‘은폐된 갈등’ 사례가 떠오릅니다.


당시 우리 회사는 단일 사업부였다. 전사 인원의 대부분은 내의 직속상사인 사업담당이 맡고 있었다. 당시는 '담당'이라고 불렀고, 준임원급 정도 되는 직급이며, 임원(이사) 승진을 앞두고 있어서 필적할 만한 경영실적을 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현재로 치자면 COO와 CTO를 겸하고 있는 직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 한 사람의 '담당'은 경영지원부문을 총괄하고 있었다. 인사, 총무, 재무, 기획, 구매, 자재 등 제반 지원조직을 관장했고, 그 역시도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어서 은연 중에 서로 간에 알력과 경쟁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경영지원조직은 많은 중요한 기능조직을 포괄하고 있기는 하지만 직원 수로 보면 전사 직원의 5%도 안되는 인원이었다.

COO인 나의 상사는 미국(합작사)의 예산승인(Budget)을 받기 위해 연말에는 차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했지만 인원수급, 원가정보 등 경영지원조직에서 만들어지는 Data를 좀처럼 협조 받기가 힘들었고, 경영지원조직은 바쁘다는 핑계로 즉각적인 지원을 잘 해주지 않았다. 그 이면에는 경영지원 담당의 견제가 작용하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COO의 스텝부서장이었던 나는 재무, 회계, 인사 등 경영지원조직에도 일해 본 경험이 있어서 어느 정도는 이런 자료를 자체 제작해서 제공해 줄 수 있었고, 이는 경영지원담당에게는 매우 거슬리는 일이 되었다. 경영지원조직의 비협조로 COO가 곤궁에 빠져야 하는데 내가 잘 서포트를 해주어서 크게 어려움이 없었고, 사업담당이 경영지원담당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어떤 일로 옥신각신 말싸움이 있었는데 경영지원담당이 나에게 이단옆차기를 날리면서 화를 내었다. 그 동안 쌓였던 불만이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분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일반 회사조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직속상사인 COO에게 이런 사실을 보고했고, 문제는 부문 간의 문제로 불거졌다.

결국 사과하는 것으로 종결을 되었지만 큰 2개의 조직의 수장 간에는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은 그 이후로도 계속 되었고, 사업부문을 맡고 있던 나의 직속상사가 정식 임원이 되고, 계속 상무, 전무로 승진을 하면서 더 이상의 표면적인 갈등은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체계론적 팀코칭(Systemic Team Coaching) 관점의 접근법 제안

1. 시스템의 ‘의도되지 않은 구조’를 보는 시각

• 이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를 통제한 쪽과 정보를 필요로 하는 쪽 사이의 구조적 권력 충돌이었음.

• 겉보기에는 명확한 조직도와 직무 분장이 있었지만, 보이지 않는 ‘실세 라인’, ‘서열 경쟁’, ‘비공식 파워’가 지배하고 있었던 것

2. Commissioning – 공동 목적을 명확히 선언

• 팀코칭에서는 이럴 경우, 두 조직의 수장(사업 담당과 지원 담당)이 서로를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시스템 최적화’를 위한 협력 관계임을 재정의함.

• 특히 연말 예산 같은 공동의 위기 상황에서, 갈등은 분열이 아니라 공동 대응의 기회가 되어야 함을 강조

3. Clarifying – 권한과 역할의 명확화

• 경영지원 조직이 ‘작은 조직이지만 결정적 정보 파워’를 갖고 있는 상황은 역할 기대와 실제 권력의 불일치에서 오는 갈등을 야기

• 팀코칭 개입 시,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협업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명시

• 특히 정보 제공의 리드타임, 포맷, 정확성 기준 등을 정량화해 정리함으로써, 협조/비협조의 경계도 분명히 설정 가능

4. Co-creating – 수평적 대화 공간의 복원

• 이 사건의 핵심은 대화의 안전지대가 없었다는 것

• 팀코칭 개입 시, 두 담당자와 스텝이 함께 모여 상호 의존 관계를 시각화하고, 실제 협업에서 겪는 장벽과 감정을 ‘역할 시뮬레이션’으로 조율하는 공동 작업 세션을 설계할 수 있었음.

5. Core Learning – 조직 내 은폐 갈등의 탐지 체계화

• 이런 유형의 사례는 표면상 조용하게 지나가도 조직 전체의 협업 문화를 갉아먹는 무형의 리스크

• 팀코칭 후속으로는 조직 내 감정기류를 탐지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성 설문, 갈등 발생 시 리더십의 개입 기준, “은폐 갈등 지표 체크리스트” 같은 도구로 내재화 가능


핵심 메시지

보이지 않는 갈등은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그것은 성격이나 의도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맥락 속에 숨겨진 역할 충돌, 권한 불균형, 심리적 안전감 부재에서 비롯된다. 체계론적 팀코칭은 바로 이런 '드러나지 않은 위기'를 조직의 학습자산으로 바꾸는 프레임이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되는 팀엔 흐름이 있다 - 체계론적 팀코칭 전략 (Systemic Team Coaching)



흐름을 되찾으려면, 체계론적으로 다시 봐야 한다

5D모델.png


이전 20화팀코치는 해결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