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하지 않은 대가는 언젠가 꼭 치르게 된다.

by 하퍼

10월의 첫날, 어김없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날의 저녁 메뉴는 파스타와 냉동 사세 윙이었다. 파스타를 만드는 동안 냉동 닭고기를 에어프라이어에 돌리려고 바스켓을 열었는데 정체 모를 기름이 남아 있었다. 평소에 에프 설거지는 꼭 매번 하는 편인데 이 기름은 뭐지? 기껏해야 새우튀김이나 돌려먹었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곤 그냥 닭고기를 넣어버렸다.


180도에 20분. 타이머를 맞추고 파스타를 만들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유독 닭 비린내가 심하게 올라왔다. 사세윙이 닭 냄새가 심하다더니 이건가보네 하고 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런데..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냄새였다. 혹시나 공기가 들어가서 냄새가 나는 건가 싶어 냉동실에 있던 사세윙을 꺼내 모두 지퍼백에 꽁꽁 밀봉하고 다시 넣어뒀다. 그러다 냉동실에 있던 생선 한 토막이 눈에 띄었다.


어..?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치고 지나가는 기억이 떠올랐다. 이건 닭 비린내가 아니었다.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 바로 전날 이 생선을 해동시켜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먹었던 것이 생각났다. 이 기억이 이제야 떠오르다니. 남은 생선 기름과 냉동닭이 만나 그 고약한 냄새를 유발했던 것이다. 집은 그 냄새로 이미 가득 차 있었다. 냄새의 근원지를 안 이상 1초라도 그 닭고기를 그냥 둘 수는 없었다. 당장 바스켓을 열어 닭고기를 꺼냈고 뜨거운 물로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파스타는 계속 불고 있었다.


설거지를 하며 설거지를 제때 하지 않은 지난날에 대한 후회를 했다. 그리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러니까 이 일을 바로잡을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던 때가 계속해서 생각이 났다. 그날 저녁 나는 생선 냄새가 미처 빠지지 않은 집에서 생선 냄새가 밴 닭고기와 퉁퉁 불은 파스타를 먹었다. 그것을 하지 않은 대가는 언젠가 꼭 치르게 된다. 잔인하게. 어떤 형태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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