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엔 순두부가 유명하다.
서울 사는 작은 엄마는 강릉에 놀러 오면 꼭 순두부를 먹자고 하셨다.
특식을 먹을 기회는 그때뿐인데 왜 하필 순두부를.. 회를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 순두부가 너무 싫어서 어린 마음에 울며 밥을 안 먹겠다고 보이콧을 했었다.
그런데.. 대학교 4학년 때부터였나요.. 제가 순두부를 먹기 시작한 게..
대학교 앞에는 늘 그렇듯 엄마의 손길이 가득 담긴 백반집이 많다. 나는 3년 동안은 뭘 먹고 다녔는지 그 백반집만은 가지 않았었다. 사실 거기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다 친구가 하루는 "야, 후문에 반찬으로 삼겹살이 나오는 데가 있대. 저번에 ㅇㅇ랑 가봤는데 괜찮더라." 하는 말에 홀려 냉큼 찾아갔었다. 기숙사생에게 고기 먹기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그것도 단돈 육천 원에. 그 삼겹살은 학생들에게만 제공됐었다. 기숙사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그곳은 이미 유명한 집이었고 학생들이고 직장인이고 구별 없이 북적북적했다. 처음 갔을 때 나는 된장찌개, 친구는 순두부찌개를 시켰었다. 그때까지도 순두부에 부정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너 순두부 좋아해? 그랬더니 응 이랬다. 서울 사람들은 다 순두부를 좋아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음식이 나오고 보니 내가 생각했던 그런 초당순두부가 아니라 연두부스러운 순두부찌개가 나왔고 약간 삼양라면 색처럼 맑은 국물이 나왔다. 나는 원체 빨간 국물을 좋아하지 않았다. 국물은 희게 먹어야 맛있다고 느끼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그런데 웬걸.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친구의 음식이 너무 맛있어 보였다. 그런 나를 눈치라도 챈 건지 친구는 내게 물었다.
먹어볼래?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응.
그때부터였다.
친구가 점심 뭐 먹을래? 하면 거기 갈까? 했던 게.
그곳은 암묵적으로 순두부찌개를 시키는 곳이 되었다. 다른 친구들을 몇몇 영입했다. 그리고 그들도 곧 순두부찌개의 노예가 되었다. 맑은데 칼칼하고 감칠맛도는 찌개의 맛을 처음 느껴봤다. 그것도 순두부에서. 직장인이 되고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여러 순두부찌개 전문점도 가보고 분식집이나 식당에 가면 늘 순두부찌개를 시켰었다. 하지만 결코 그 맛은 나지 않았다. 대체 뭘로 맛을 낸 걸까? 지금도 알 길이 없지만 나와 친구는 졸업 전 마지막 학기의 마지막 식사로도 그 백반집을 선택했다.
평생 먹어온 순두부의 양보다 대학교 4학년 때 먹은 순두부의 양이 월등히 많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가만히 그 찌개를 떠올리면 혀끝에서 맛이 맴도는 게 느껴진다. 졸업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그 식당은 아직 그 자리 그대로 남아있을까?
새로운 맛을 알게 해 준 사장님께 감사를 표한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