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든 직접적으로 대상을 사랑하는 법이 없었다.
필름 카메라에 비친 것을 또 사진으로 찍는 걸 좋아했고, 먼 곳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망원경에 렌즈를 대고 그 순간을 남기는 걸 좋아했다. 떨어진 꽃잎을 보고는 피어난 꽃을 더 사랑했고, 비 온 뒤 생긴 물웅덩이에 비친 나무를 사랑했다. 큰 공원 연못에 비친 파란 하늘과 구름을 사랑했고, 연못의 물이 찰랑이는 것을 보고는 바람을 사랑했다. 그리고 거울 속의 나를, 사진 속의 나를 더 사랑했다. 거울 속의 나도, 사진 속의 나도 간접적인 대상이고 나는 나를 직접적으로 볼 수 없으므로.
내가 이러한 것들에 마음을 주는 것은 나조차도 스스로를 간접적인 대상으로 간주하고, 간접적으로 마주한 대상을, 사랑하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