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정적이 흘렀다.
내가 많이 이용했던 음악 재생 어플에서는 꼭 연말이면 어느 계절에 노래를 가장 많이 들었는지 통계를 알려주는 이벤트를 했었다. 나는 단연 가을이었다.
그런 내가 올 가을은 왠지 어느 노래를 들어도 마음에 들지 않아 노래를 듣지 않은지 좀 되었다. 길을 걷든 요리를 하든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든 공부를 하든 글을 쓰든 하다 못해 씻을 때도 늘 노래를 틀어 두었었는데 그 어떤 노래도 나에게 다가오는 노래가 없었다. 소리가 나니 소리를 듣듯이, 모든 노래는 그저 귀를 스쳐갈 뿐이었다. 어떤 선율도 나를 만족시킬 수 없어 이어폰을 뺀 순간.
고요했다.
아, 이거다.
고요함이 주는 조용함과 평화로움.
이것만이 나를 충족시킬 수 있어.
조용한 노래도 아닌 클래식도 아닌
이번 가을엔 정적이 어울렸다. 노래가 없으면 늘 심심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정적이 묘하게 나를 안심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