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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훈 Feb 28. 2023

오늘도 콜라와 마카롱을 먹고 있는 그대에게

뇌와 당분, 액상과당과 식욕 호르몬




몸을 만들어보겠다는 한 친구가 제게 물었습니다.


"왜 살이 안 빠질까?"


그 친구는 콜라를 마시고 마카롱을 먹고 있었습니다.


"지금 네 손에 든 걸 생각해봐."




공복감과 포만감은 먹는 양을 좌우하고, 이 먹는 양에 따른 과잉 칼로리가 비만을 낳습니다. 그리고 이 공복감과 포만감을 관장하는 호르몬의 교란을 주는 것이 콜라에 함유되어 있는 액상과당입니다.


과당은 공복감 호르몬인 그렐린의 양을 포도당만큼 줄이지 못합니다. 또한 포만감 호르몬인 렙틴을 잘 활성화시키지도 않습니다. 결국, 과당은 칼로리는 높지만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여 음식을 더 먹도록 하고, 과잉칼로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액상과당이 비만을 유발하는 기전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1) 간 기능 저하 및 인슐린 저항성

(2) 그렐린-렙틴 호르몬의 분비 교란



1) 간 기능 저하와 인슐린 저항성


액상과당은 포도당과 과당이 합쳐진 이당류의 결합체입니다. 비슷한 이당류 결합체인 설탕은 6:4 가량의 포도당-과당 비율을 보이는데, 액상과당은 4:6에서 1:9까지 다양한 비율로 표현됩니다. 과당 비율이 55%면 HFCS 55, 90%면 HFCS 90, 이런 식으로 표기합니다. 과당 과일에 있는 당으로 설탕과 포도당에 비해 당도가 높고(과일의 BRIX 당도를 생각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이렇기에 과당의 비율이 높은 액상과당은 특히 더 답니다.

액상과당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 인슐린이 분비되고, 인슐린이 과하게 분비되어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고, 그래서 금방 허기를 느끼고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몸이 망가지고, 이러한 기전이 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엄밀히 따져보면 이는 주로 포도당이 대사되는 과정이지 과당의 대사 과정은 살짝 다릅니다.


과당은 주로 소장에서 흡수됩니다. 흡수된 과당은 간으로 이동하고, 과당은 간에서 사용 및 저장됩니다.(간은 포도당을 잘 이용하지 않습니다. 포도당은 뇌와 근육 등 이용되는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간은 과당의 일부를 포도당으로 전환하여 혈액에 포도당을 공급하고 혈당을 조절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간은 포도당을 흡수하는 효소와의 활성도가 낮은 반면, 과당을 저장하는 효소들의 활성도는 높습니다


간은 남은 과당을 글리코겐으로 저장합니다. 하지만 간의 글리코겐 저장 용량은 낮습니다. 300~400kcal 정도가 저장되며, 75~100g정도입니다. 간의 글리코겐이 충분한 상태에서 과당을 섭취하면, 잉여 과당은 체지방으로 합성되어 저장되는데 이것이 바로 비알콜성 지방간입니다. 이 지방간은 간 기능을 저하시키고, 혈중 콜레스테롤 호르몬 농도와 혈당 항상성 유지를 어렵게 만들어 고혈압과 당뇨, 통풍 등의 대사질환을 유발합니다.


액상과당의 포도당과, 과당이 전환되어 혈액으로 퍼진 포도당은 이제 혈당을 올립니다. 여기서 위에 서술한 인슐린 반응이 이루어집니다.(과당과 인슐린은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보다는 2차적으로 관련이 있습니다) 급격한 혈당 상승은 인슐린 분비를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이 커져, 혈당을 낮추기 어렵게 만듭니다. 또 잉여 혈당은 지방으로 전환되어 체지방을 축적시킵니다.



2) 그렐린-렙틴 호르몬의 분비 교란


그렐린은 ‘식욕 촉진제’이고, 렙틴은 ‘식욕억제제’입니다. 이 호르몬들이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하면, 시상하부에서는 이 둘의 농도 조절을 통해 식욕을 조절합니다.


액상과당은 이당류입니다. 또 액체입니다. 소화흡수가 매우 빠릅니다. 뇌에서 식품 섭취를 인지하기 전에, 그렐린과 렙틴의 조절이 이루어지기 전에, 소화흡수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액상과당은 포만감을 줄이지 못하여 과식과 폭식을 유발하며, 액상과당 자체의 높은 칼로리가 또 비만을 유발합니다. 즉, 그렐린-렙틴 호르몬의 분비가 교란되어 과잉 칼로리 섭취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여담 : 디저트 배


마카롱, 좋아하는 디저트, 특히 당류를 보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시상하부를 자극하고, 시상하부는 또 그렐린 등의 식욕 호르몬을 분비하여 위의 음식물을 밑으로 밀어내 일부 여유공간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공간에 마카롱을, 잉여 칼로리를 더 집어넣습니다.


자꾸 생각하면 또 자주 먹다보면 계속 먹게 되지만, 참으면 또 참아지는 것이 디저트입니다. 도파민 분비가 줄어들 테니까요. ‘디저트배’는 과학입니다.




이 말을 친구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친구가 말합니다.


"머리 아파. 너 때문에 당 땡겨."


친구는 콜라를 마저 마시고 마카롱을 하나 더 먹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또 친구 구제하기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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