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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식단과 타협점

클린식에 대한 오해와 다이어트의 핵심

by 정영훈
너 운동하면 식단도 해? 뭐 먹어? 닭가슴살 먹어?
그냥 먹고 싶은 거 먹는데?
그렇게 먹어도 다이어트가 돼?


운동을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식단에 관한 것입니다. 그만큼 먹는 것은 운동을 함에 있어서, 나아가 몸을 관리하고 유지함에 있어 운동 자체만큼이나 심혈을 기울이고, 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기도 합니다. 식단에 대한 부담을 내려두고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식단에 접근해보고자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1) 식욕은 진화의 산물


저는 식욕을 흔히들 말하는 ‘인간의 3대 욕구’라 표현하기보다는, ‘생존 욕구’로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진화의 관점에서 미식은 필수였기 때문입니다. 식욕 호르몬 그렐린이 없었다면, 그래서 맛이 없어서 혹은 입맛이 없어서 음식을 먹지 않았다면, 인간은 절멸했을 것입니다. 에너지를 얻을 수 없었을 테니까요. 문명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유인이 없었다면 세계사는 지금과 다르게 흘러갔을 것입니다. 고대와 중세 무역, 그리고 대항해 시대의 원인 중 하나는 ‘향신료,’ 즉 미식에 대한 열망이었습니다. 식욕이 없었다면 현대 문명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 종의 관점에서, 또 문명의 관점에서 식단은 맛있게 해야 합니다. 과하게 칼로리와 식욕을 제한하면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2) 클린식에 대한 오해


혹자는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소위 ‘클린식’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음식과 조리법은 죄가 없습니다. 다이어트 중에 대체로 기피되는 튀김은 열대지역, 혹은 깨끗한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음식을 보다 안전하게 섭취하기 위한 조리법이었습니다. 젓갈은 더운 지역 나트륨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음식이었습니다. 술은 굶주리고 가난하던 시기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용기와 일부 영양소를 제공한 유서 깊은 음식입니다. 모든 음식은 지역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일구어온 조리법의 결과이며, 인간은 그것을 먹으며 진화했습니다.


즉, 음식은 무죄입니다. 소위 ‘클린식’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며 그 개념은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클린식’의 개념을 음식에 적용한다면, 어떤 조리법까지 ‘클린식’으로 정의할 수 있을지 분명히 구분 짓기 어렵습니다. 극단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클린식’은 오로지 불도 향신료도 사용하지 않고 모든 것을 생식(生食)하는 팔레오 다이어트가 이에 해당될 것입니다. 그러나 팔레오 식단은 ‘키토’입니다. 지방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현대인보다 훨씬 더 많은 유산소성 활동을 했던, 또 식량이 풍부하지 못한 탓에 고칼로리의 에너지를 상시로 체내에 저장해둬야 했던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 패턴에 맞던 식단입니다. 즉, 현대사회의 식단에 적용하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3) '구시대적' 몸과 칼로리 과잉의 시대

약 300만년 이어진 인류의 역사에서 우리가 배를 곯지 않게 된 것은 50년이 채 되지 않았고, 여전히 세계의 일부 지역은 여전히 배를 곯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몸은 ‘구시대적’입니다. 우리의 에너지 시스템은 ‘에너지 절약’을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몸은 급작스러운 칼로리 과잉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진화의 과정보다 빠르게 발전한 식품 생산과 가공법, 이에 따른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칼로리 과잉, 그러나 그것에 결코 적응할 수 없는 우리의 ‘구시대적인’ 몸. 이것의 부조화가 문제를 일으킵니다. 액상과당과 트랜스지방 등 역사에 없던 가공 식료품, 이들이 야기하는 유례없는 에너지 과잉에 인체는 아직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적응과 진화까지는 최소 수백 수천 년은 더 걸릴 것입니다.




4) 일상에서 음식과 타협하기


특정 음식을 아예 먹지 않기는 어렵기에 무언가를 ‘금지’하는 식단은 평생을 유지하기도 어렵고 실패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문제는 조리법이나 음식의 종류가 아닌 칼로리 과잉입니다. 그러므로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스스로 타협하는 것이 건강한 생활의 핵심이 됩니다. 결국 현재 우리 몸의 생리학적 기전을 바탕으로, 정해진 칼로리 내에서 자신이 무엇까지 허용하고 포기할 것인지가 건강한 생활의 바탕입니다.

‘좋아하는 음식을 포기하면서까지 다이어트를 해야 할까?’를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타협의 범위는 다양합니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 얼마나 먹을 것인가, 특정 종류의 음식을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 얼마나 운동할 것인가 등이 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액상과당 대신 대체감미료 음료 마시기

기름진 고기 부위를 살코기로 바꾸기

저녁 회식을 대비하여 점심을 조금 덜 먹기

저녁을 적게 먹는 대신 아침과 점심을 맛있게 먹기

맥주 일주일에 세 캔 이하로 마시고, 마시기 전에 유산소 운동 하기



결국 자신이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에 따라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양보할지 타협점을 찾아야 합니다. 또 타협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억제할 수 없는 식욕을 통제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자신의 몸과 기호와 선호에 맞게 ‘타협점’을 찾아나가야 비로소 지속가능한 식단과 요요 없는 다이어트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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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au, V., Halsey, L. G., Pontzer, H., Ainslie, P. N., Andersen, L. F., … & IAEA DLW Database Group. (2021). Energy compensation and adiposity in humans. Current Biology, 31(20), 4659-4666.e2.

Floud, R., Fogel, R. W., Harris, B., & Hong, S. C. (2011). The changing body: Health, nutrition, and human development in the Western world since 1700. Cambridge University Press.

Pontzer, H., & 김경영 (Trans.). (2022). 운동의 역설: 다이어트와 운동에 관한 놀라운 과학. 동녘사이언스.

최인령, & 노봉수. (2012). 발효문화의 학제간 융합연구–발효음식의 기다림의 미학을 중심으로. 프랑스학연구, 62, 657-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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