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든 것은 내가 의미를 부여하는 탓이니까.
예전에 친했던 오빠가 있었다.
지금은 소식도 전하지 않고 마주쳐도 인사하지 않는다. 절대 깊지 않았던 그리고 끝이 좋지 않았던 관계였다. 어떻게 보면 혼자만의 착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그 관계는 쓸쓸하게 끝났다.
그 오빠는 화이트 초콜릿을 좋아했다. 커피를 마셔도 화이트 카페모카를 시켰다. 항상 검은 초콜릿만 먹던 나는 그 오빠의 영향인지 그 이후로 화이트 카페모카를 자주 시켰다. 그리고 역시나 그 오빠와 더이상 연락을 안 하고부터는 화이트 카페모카(줄여서 화카모)는 마시지 않았다.
항상 검은 초코릿이 들어간 카페모카를 마셨다. 화카모는 맛이 없어진 것 같았다. 그 당시에는 아마 화카모를 마시며 그 오빠를 생각했던 것 같다. 연락을 안 하고 좋지 않았을 때는 죄 없는 화카모만 맛없는 게 되어버렸다.
그러고 나서 남자친구를 사귀었는데 카페를 간 어느 날 남자친구가 화카모를 마시겠다고 했다. 나는 뭐 그러려니 했다. 내가 화카모를 싫어하게 되었다고 시키지 말라고 하는 것도 이상했기 때문에.
남자친구는 화카모를 좋아했다. 처음 맛본 이후로, 항상 화카모를 시켰다. 나는 그걸 볼때마다 그 오빠가 떠올랐다.(매번은 아니고 가끔?) 그리고 조금은 불쾌했다. 나에겐 여전히 그닥 좋지않은 감정이 남아있었기 때문일까.
그러다 오늘, 김장을 끝내고 몸에서 나는 냄새 좀 없앨 겸 카페를 왔다. 그리고 메뉴판을 보다가 화이트 초콜릿을 시켰다.
사실 나는 화이트초콜릿을 좋아한다.
나는 굳이 할 필요 없는 의미부여를 하며 화이트 초콜릿을 외면했었다.
좋지 않았던 그 관계를 만든 나를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 그때의 나도 나고 지금의 나도 나일 뿐. 굳이 어리석은 의미부여를 하며 내 취향을 바꾸고 억지로 맞출 필요는 없다.
혼자만의 착각으로 시작되고 끝난 화카모마시기는 어떻게 보면 아무 의미 없겠지만, 모든 것은 내 생각에 따라 의미 부여된다는 것을 알았다.
남들이 다 볼품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나에겐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남들이 혹평하는 자기계발서도 내가 읽고 좋게 받아들여 내 인생을 바꿔준 책이 될 수도 있다.
누가 뭐라든 나는 내 생각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살아야 하며 그래서 더욱 나의 관점이 중요하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좋지 않은 것에 굳이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걸, 지금 원하는 걸 하기로 했다.
물론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좋아하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나의 잘못된 생각과 방향에 의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잃지 말자는 얘기다.
우선 당장은 화이트 초콜릿을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