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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a Dec 02. 2015

화이트초콜릿의 과거.

결국 모든 것은 내가 의미를 부여하는 탓이니까.



예전에 친했던 오빠가 있었다.

지금은 소식도 전하지 않고 마주쳐도 인사하지 않는다. 절대 깊지 않았던 그리고 끝이 좋지 않았던 관계였다. 어떻게 보면 혼자만의 착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그 관계는 쓸쓸하게 끝났다.


그 오빠는 화이트 초콜릿을 좋아했다. 커피를 마셔도 화이트 카페모카를 시켰다. 항상 검은 초콜릿만 먹던 나는 그 오빠의 영향인지 그 이후로 화이트 카페모카를 자주 시켰다. 그리고 역시나 그 오빠와 더이상 연락을 안 하고부터는 화이트 카페모카(줄여서 화카모)는 마시지 않았다.

항상 검은 초코릿이 들어간 카페모카를 마셨다. 화카모는 맛이 없어진 것 같았다. 그 당시에는 아마 화카모를 마시며 그 오빠를 생각했던 것 같다. 연락을 안 하고 좋지 않았을 때는 죄 없는 화카모만 맛없는 게 되어버렸다.


그러고 나서 남자친구를 사귀었는데 카페를 간 어느 날 남자친구가 화카모를 마시겠다고 했다. 나는 뭐 그러려니 했다. 내가 화카모를 싫어하게 되었다고 시키지 말라고 하는 것도 이상했기 때문에.


남자친구는 화카모를 좋아했다. 처음 맛본 이후로, 항상 화카모를 시켰다. 나는 그걸 볼때마다 그 오빠가 떠올랐다.(매번은 아니고 가끔?) 그리고 조금은 불쾌했다. 나에겐 여전히 그닥 좋지않은 감정이 남아있었기 때문일까.


그러다 오늘, 김장을 끝내고 몸에서 나는 냄새 좀 없앨 겸 카페를 왔다. 그리고 메뉴판을 보다가 화이트 초콜릿을 시켰다.


사실 나는 화이트초콜릿을 좋아한다. 

나는 굳이 할 필요 없는 의미부여를 하며 화이트 초콜릿을 외면했었다.


좋지 않았던 그 관계를 만든 나를 미워하지 않아야 한다. 그때의 나도 나고 지금의 나도 나일 뿐. 굳이 어리석은 의미부여를 하며 내 취향을 바꾸고 억지로 맞출 필요는 없다.


혼자만의 착각으로 시작되고 끝난 화카모마시기는 어떻게 보면 아무 의미 없겠지만, 모든 것은 내 생각에 따라 의미 부여된다는 것을 알았다.

남들이 다 볼품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나에겐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남들이 혹평하는 자기계발서도 내가 읽고 좋게 받아들여 내 인생을 바꿔준 책이 될 수도 있다.


누가 뭐라든 나는 내 생각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살아야 하며 그래서 더욱 나의 관점이 중요하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좋지 않은 것에 굳이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걸, 지금 원하는 걸 하기로 했다.


물론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좋아하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나의 잘못된 생각과 방향에 의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잃지 말자는 얘기다.


우선 당장은 화이트 초콜릿을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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