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여대생들이 나눈 대화를 엿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니 밥이 젤 아쉬워. 아무리 맛있는 식당을 가봐도 학교급식처럼 나오는 곳이 없어. 급식 때문에 다시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 그때는 급식이 별로라 불평했었는데 사회에 나와보니 학교급식이 얼마나 좋았는지 이제야 알겠네..."
오랜만에 퇴직하신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 어떻게 지내세요? 퇴직하니 좋으시죠?"
"응 ~ 다 좋은데 딱!! 한 가지! 학교 급식을 못 먹는 게 너무너무 아쉬워... 자기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고 정말이야. 아무리 유명한 식당을 가봐도 학교 급식처럼 해주는 곳이 없어."
좀 늦었지만 학교급식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아주니 다행이다. 그러나 앞으로 학교 급식이 얼마나 유지될지 의문이다. 열악한 노동 조건과 갈수록 늘어나는 다양한 민원에 급식실에서 더 이상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없다. 조리실 인력 채용은 미달인지 오래에 그나마 채용되는 사람도 외국인이 절반이다.
학교급식이 붕괴되고 있다.
급식이 중단되는 학교가 도미노처럼 번질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다.
코로나 이후 더 이기적이고 까칠해진 사람들, 감사합니다는 커녕 더 맛있고 더 자극적인 음식만 요구하는 아이들, 뜨거운 열기 속에 엄청난 양의 한 끼 급식을 만들어 내는 것만 해도 버거운데 비현실적인 위생 지침과 수만 가지의 법규... 그 와 관련된 교육청, 지자체, 식약청, 안전부, 노동부 등등에서 수시로 들이닥치는 점검은 일하고 싶은 의욕을 싹!!! 없애 버린다.
https://brunch.co.kr/@dudnwl/252
급식실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이젠 없다.
정식 조리실무사 결원으로 장기대체 실무사 지난 금요일 갑자기 사직서 제출... 대체의 대체실무사 16군데 전화해서 겨우 구해놨더니 오늘 허리가 아프다고 내일까지 못나온다고... 결국 결원인채로 급식. 오늘 조리가 간단했으니 망정이지 정말 사람 구하기 너무너무 힘들다. 그놈의 산업안전교육 때문에 더 오려고 하지 않는다. 실무사들의 안전을 위해 실시하는 교육이라고 하지만 당사자들은 교육 받아야 한다면 대체 안한다고... 이런 현상은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학교에서 겪는 고충이다.
학교급식을 운영하는 영양샘들 인스타에서 발췌
학교급식이 붕괴되고 있다.
퇴사자가 늘어나는데 신규 인원 충원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전국 학교 급식노동자 신규 채용 예정 인원은 4023명이었는데 873명(21.7%)을 아직 채용하지 못했다. 강원지역의 미달률은 100%로 6명 정원이던 조리실무사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부산(49.5%)과 서울(48.8%)도 미달률이 절반 가까이 됐다. 최혜정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인천지부 부지부장은 “(학교 급식노동자들은) 대체 인력이 없어 병가도 못 내고 있다”며 “어렵게 인원을 충원해도 일이 너무 힘들다며 하루, 일주일, 한 두 달 만에 그만둔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어렵게 채용한 인력마저 6개월을 못 버티고 퇴사하며, 기존에 있던 인력들마저 우수수 집단 퇴사를 한다. 학교급식 현장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반제품과 가공품으로 겨우겨우 운영하고 있다.
급식실 발령 대기자 합격포기해서 20% 결원인채로 급식... 오전내내 조리실 지원하고 오후 되서야 간신히 책상에 앉으면 대체인력 채용관련 및 식단변경 같은 일을 몇번이나 반복하는지. 이토록 힘든 여건에 어떻게든 급식을 제공하면 수고했다 고맙다는 커녕 급식이 부실하다는 내외부 민원이 들려온다. 급식실의 사정이야 어떻든 말든 오직 내가 먹을 급식의 퀄리티만 따지고 힘들어도 어떻게든 급식은 제대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한다.
영양샘들의 인스타 대화내용 / 허락없이 퍼와서 죄송/ 문제될 경우 삭제하겠습니다
애당초부터 턱없이 부족한 인력 배치 기준. 공산품의 사용비중을 줄여라? 인력이 있어야 가공품을 줄이고 수제로 맛있게 만들어 주지요... 수제 너무나 하고 싶지만 여건이 안되는데 쪼우기만 하면 어쩌나.
영양샘들의 인스타 대화 내용/ 허락없이 퍼와서 죄송/ 문제될 경우 삭제하겠습니다
급식 인력은 날마다 구하니 퇴사를 해도 원하면 어디서든 재취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급식실로 다시 돌아갈 마음은 없는 듯하다.
경기도 몇몇 학교는 급식 인력의 부재로 학교급식이 이미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직영급식이 도저히 불가해 민간위탁을 검토하다 학부모의 거센 반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표류해 시간만 흘러 보내고 있다는 걸 뉴스로 접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민간위탁 급식이 들어온다 한들, 학교급식을 경험해보지 않는 민간위탁이 일주일이나 버틸지 의문이다.
아울러 요즘은 학교 급식에 오랜 기간 종사하신 많은 분들이 정년퇴직을 하고 신규 인력이 채용되는 전환기다. 그러나 신규 인력은 학교급식 현장을 잠깐 경험하곤 두 손 두 발 들고 나가 버린다. 본교도 얼마전 신규 발령 받은 공무원 조리사님이 6개월만에 퇴사했다. 오늘은 동료 영양샘이 조기 퇴직을 신청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단순한 처우 개선을 해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처우 개선을 해준다 한들 급식에 종사하길 희망하는 사람이 있을까?
학교급식의 근본적인 문제는 학교급식의 지향점이 같아야 하는데 모두가 다른 곳을 바라보는 데 있다. 건강한 급식에 대한 지침을 마련했으면 급식을 먹는 사람도 그 지침을 지키는 의무까지 부과해야 하는데 식단을 제공하는 사람들에게만 지침을 제대로 지키는지 허구한 날 감사에 점검으로 목을 조이면서, 급식을 먹는 사람에겐 인권 존종의 이유로 무한 자유를 줘 버렸다. 교실에 갇혀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하는 건 학생 인권에 위배되지 않으나, 식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급식실에 아예 오지 않는건, 건강한 음식을 억지로 먹어야 하는 건 인권에 위배되니 자유를 허용하노라??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 나온다.
학교 급식에 단백질은 20%이하로 구성해야 하는걸 모르는 학부모들은 왜 아이들에게 고기를 적게 주고 먹지도 않는 야채만 많이 주냐고 고함친다. 아무리 설명해도 본인의 말만 할 뿐 듣지 않는다. 학교급식에 끝도 없는 불만을 토로하며 선을 넘는 사람들 때문에 급식은 더 붕괴위기다. 이런 사태를 막고자 급식 당담자들은 학생 희망 선택 급식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학교 급식을 희망하는 학생에게만 급식을 하고 급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개인 도시락을 싸오라고 말이다.
교육부의 지침은 건강한 급식을, 아이들은 단짠하고 자극적인 급식을, 학부모들은 집에 와도 배고프지 않은 급식을(라면 & 치킨을 안 먹어도 되는), 지치고 아픈 조리사, 조리 실무사님들은 공정이 간편한 급식을, 식약청은 위생이 완벽한 급식을, 노동부는 노동자가 안전한 급식을, 교장 선생님은 모두가 만족하는 급식을 원한다. 급식실의 예산과 인력은 한정되어 있는데 각자의 편협한 시선으로 오만가지 요구를 하며 모두가 다른 방향으로 급식을 힘껏 당기는데 그 모두가 그 힘이 막강하다. 이런 현장에 영양사인 나는 사지가 찢겨 나가는 것 같다.
학교급식, 내일이면 못 먹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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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스승의 날
스승의 날 기념, 카네이션떡케이크(SRC)
스승의 날이라 오랜만에 추어탕을 끓였다. 평소엔 아이들이 안 좋아하니 자주 제공하지 못하는 메뉴.
이런날은 민원 전화가 온다. 애들이 먹지도 않는 추어탕을 왜 급식에 주냐고. 너무 어른위주 식단 아니냐고. 매일 주는거 아니거든요!!
닭꼬치 양념구이, 소라살참나물무침
수박, 모듬쌈
월요일이라 잔반 이벤트 뽑기 - 오늘은 다트 던지기. 교직원들도 학생들도 즐겁게 참여
킨더조이를 반으로 쪼개서 상품을 준다. 초콜렛을 받은 아이도 좋아하고 장난감을 받은 아이들도 좋아한다.
탕수육과 가지튀김
탕수육 소스
연근 샐러드, 연근 튀김만 한두 개 먹다가 연근 맛을 알게 되니 이렇게 샐러드로 나가도 조금씩 먹는다. 선생님 연근이 생각보다 맛있네요!!
집에서도 도통 안 먹는 야채를 학교에서 갑자기 어떻게 먹나. 코로나 이후 아이들은 거의 모든 야채를 거들떠도 안 본다. 그나마 조금 먹어주는 게 콩나물이다. 그래서 식단에 콩나물이 많다. 먹어 주지 않는 반찬은 빈도가 자꾸 줄어든다. 급식이 다양하면 잔반만 늘어난다. 그래서 그냥 무난한 것 위주로 단순하게 구성한다.
사진이 뭔가 허전해서 보니 후식을 안 넣고 찍었네.
쉬는 시간에 급식실에 놀러 오는 아이들
지금 먹으면 안돼요?
치즈덮밥
치즈덮밥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어 맨밥도 조금 남겨둔다.
야채는 배식하면 죄다 버리니 자율 배식대에서 먹고 싶은 만큼만 가져가기.
스승의 날이라 제자 몇몇이 찾아왔다.
"선생님, 졸업하니 학교 급식을 못 먹어서 너무너무 슬퍼요...엉엉"
지금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많이 먹어 두세요.
내일은 정말로 못 먹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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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글을 읽고 따로 감상평을 남겨준 어떤 분의 글을 발견했다.
급식이 힘들다 아무리 말해도 그저 일하기 싫은 핑계로만 치부하는데 이렇게 진심으로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급식에 종사하는 분들께 많은 위로가 될겁니다.
http://asithink.tistory.com/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