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멘탈멘토 May 22. 2023

라면과 치킨 코로나로 바뀐 학교급식

뼛속까지 배달의 민족이 되어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


며칠전 필자가 적은 "학교급식이 붕괴되고 있다"는 글이 조회수 6만회를 넘었다.


https://brunch.co.kr/@dudnwl/162



학교급식이 붕괴되는 이유는 급식 인력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열악한 환경에 힘들게 급식을 제공해줘도 감사한 인사는 커녕, 날마다 질타만 당하는 급식실 근무를 이젠 더 이상 희망하는 사람이 없다. 먹는 것 외에는 아무 즐거움이 없는 아이들은 더욱 자극적인 음식만 찾는다. 급식 지침은 현실과 너무 괴리되어 있는데 급식 지침을 지켜야 하는 의무는 오직 급식 제공자에 한한다. 먹는 사람은 급식지침 따위 아무 관심도 의무도 없다. 그나마 지키려 노력했던 아이들마저 코로나를 지나면서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학교급식이 시작된 이래 급식이 이토록 힘든 적이 있었나 싶은 요즘이다. 


급식 경력직들은 급여가 어느정도 되고 운영의 노하우가 있으니 억지로 견디지만 처절한 급식 현장을 경험해 보지 못한 신규 인력은 영양사 조리사 할거 없이 6개월을 못 버티고 퇴사한다. 최근엔 경력직들의 집단 퇴사도 줄줄이 이어져 급식인력의 공백으로 급식이 갑자기 중단되는 학교가 자꾸 생겨나고 있다.     


http://www.f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859


여기저기 균열로 아스라한 급식실 벽을
중장비가 와서 와르르 뭉개는 소식을 접했다.


휴일이라 인터넷을 보는데 기사 제목 하나가 눈길을 끈다. "코로나가 학교급식도 바꿨다. 삼계탕 줄고, 라면 늘고" 그런데 그 내용이 아주 불편하다. 마치 급식실이 코로나 핑계로 삼계탕과 잡곡밥 같은 조리가 복잡?한 메뉴는 없애고 급식실의 편의를 위해 영양이 부실한 라면과 흰밥을 일부러 고수하는 것처럼 적어놨다. 가뜩이나 학교 급식실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 ... 연방 무너지는 급식실 벽에 포크레인을 갖다대는 것 느낌이다. 이 기사를 읽고 퇴사자가 또 늘면 어쩌나...  


https://newsis.com/view/?id=NISX20230518_0002308537&cID=10201&pID=10200


학교급식에 라면?


관련 기사를 더 찾아봤다. 내용은 동일한데 "치킨, 라면은 늘고 삼계탕은 줄었다. 코로나가 바꾼 학교급식" 이라 제목을 바꿨다. 삼계탕은 푹푹 삶으면 되니 사실 조리가 쉽다. 그런데 치킨은 아주 힘들다. 치킨은 급식실 입장에서 전혀 간편하지 않다. 조리가 쉬운은 빼고 급식이 건강하지 않다에 포커스를 맞췄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2/0003814435


학교 급식에서 제공하는 라면은 흔한 라면이 아닌 부대찌개에 라면 사리가 조금 나오는 메뉴나 돈코츠 라면같은 특식을 말한다. 조리 공정도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마치 학교에서 밥대신 간단한 라면을 빈번히 주는 걸로 오해하기 딱 좋은 제목을 적었다. 어그로(관심을 위해 과격하게 표현하는 행위)가 심해도 넘 심했다. 라면을 급식으로 제공하는 학교는 없다. 아주 긴박한 상황에는 모를까...

연구팀은 “라면의 경우 높은 저장성으로 식수 인원 변화가 심한 감염병 상황에서 급격하게 식사 인원이 감소 혹은 증가하는 데 대처하기 쉬운 식재료”라는 점은 동의했지만 “감염병 등의 위기 상황에서 영양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메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영양을 충족하고 모두가 만족하는 식단?


위기 상황에서도 영양기준을 충족 시킬 수 있는 메뉴? 조리실 식구들도 코로나가 걸려 출근을 못하는 상황에 간편식이라도 제공해 주면 다행이지 전쟁통에 영양기준까지 충족? ㅎㅎ 연구팀에게 급식실을 통째 내어드릴테니 코로나로 결원된 인력으로 영양기준을 충족하면서 헤드라인의 소제목처럼 학생·학부모·영양사 만족하는 식단은 도대체 어떻게 제공하면 되는지 그것 좀 연구해 주면 좋겠다.

한국교통대 식품영양학과 이호진 교수팀은 전국 초등학교 300개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상황 이전인 2019년 6월과 7월, 코로나19 상황 이후인 2020년 6월과 7월의 급식 메뉴별 제공 횟수를 조사해 이같이 밝혔다.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급식학교수가 대략 11,300개인데 300개 학교면 고작 2.6%의 표본 조사다. 햐... 2.6%의 표본 학교에서 삼계탕 1.2% 감소를 감소라 할 수 있나?? 더군다나 조사 기준이 코로나 이전인 19년과 코로나 직후인 20년이다. 코로나로 조리실 인력이 격리되는 경우도 많았고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조리 배식 식사에 이르는 모든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하니 급식을 간편식으로 바꾸라는 공문이 수시로 시달되던 때다. 이걸 굳이 연구비를 들여서 연구를 해야 알 수 있는건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62185

공문으로 지침이 오지 않았어도 급식 간편식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연구를 하지 않아도 너무나 뻔히 답이 나오는데 굳이 돈들여 연구가 필요했나? 차라리 코로나가 어느정도 지난 23년의 식단이라면 또 모를까...

코로나19 발병 이후 완제품, 가공식품 등의 제공 횟수가 늘어난 것에 대해 “감염병 발생 초기 조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메뉴 위주로 구성했기 때문”이라며 “시차제 배식으로 인한 배식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전처리 작업의 양이 많은 메뉴보다는 가공식품의 제공 횟수가 증가한 결과”라고 밝혔다.


급식실이 코로나에 걸려도 급식은 제대로 해라



조리사님들이 코로나에 걸려 병가로 못나오자 어쩔 수 없이 완제품을 제공한 곳이 있다 그러자 학교민원이 폭발했다. 급식실이 코로나에 걸려도 급식은 제대로 줘야 할 거 아니냐...? 빠르게 도시락이라도 대처해줘야지? 단체급식 도시락이 갑자기 주문하면 옵니까? 도시락 먹었던 곳은 민원이 안생겼나? 도시락 구성이 이게 뭐냐? 이걸 어찌 먹으란 말이냐? 학교에 도시락을 한번 제공해본 업체는 다시는 학교 급식실에 납품을 하지 않겠노라 선언한 곳이 많다.


https://news.knn.co.kr/news/article/128555

해당 학교의 급식 담당자는 난생 첨 겪어보는 상황을 나름 대처하느라 얼마나 생했을까? 하나의 불을 겨우 껐는데 다시 폭발한 민원에 얼마나 놀랐을까? 급식실의 사기 또한 얼마나 떨어졌을까?

 



쨌거나 연구에 덧붙이자면,


코로나 이후 아이들은
뼛속까지 배달의 민족이 되어 학교로 돌아왔다.



건강한 급식?을 도저히 먹어내지 못한다. 코로나 이전엔 잘 먹었던 잡곡밥도 국도 먹지 못한다. 잡곡밥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흰밥은 적게 걸린다? 모든 밥은 밥통이 하며 시간도 비슷하게 걸린다. 다만 잡곡밥을 주면 거부하거나 잡곡을 한알 한알 골라내는 아이들이 늘고있다. 보다 못해 흰쌀밥을 조금 따로 해서 잡곡밥을 기피하는 아이들에게 줬더니 너도 나도 쌀밥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학교급식 식단작성 지침은 주2회 이상 잡곡밥 제공하게 되어 있다. 잡곡이 아무리 몸에 좋다한들 먹기 싫은 반감과 스트레스가 크면 그 좋은 영양이 몸에 흡수될까? 아니다. 오히려 영양을 독으로 인식할 수 있다.   


아이들은 밥과 국은 먹지도 않고 오직 고기만 좋아하는데 학교급식 영양제공기준량은 단백질이 20%이하라 규정되어 있다. 식비도 빠듯해 고기를 넉넉하게 사줄 형편도 안되나 만약 예산이 넉넉하다 해도 단백질 20%에 걸려 고기를 많이 줄 수 없다. 그래서 학교 영양샘들은 아이들이 먹지도 않는 메뉴들을 그렇게 주는 것이다. 지침부터 바꿔야 고기를 더 줄 수 있다. 머리 터지게 식단을 계획하고 발주하면 힘들게 다듬고 조리, 배식해서 잔반통에 몽땅 버리고 있는게 현 급식실의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먹는걸 줘야지 먹지도 않는걸 주냐고 그렇게 항의하지만 학생 인권 보호차원에서 먹는 사람은 전혀 안 지켜도 되나 식단을 제공하는 사람은 철저히 지켜야 하는 급식지침이 있어 그렇게 할 수가 없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654/0000040451?sid=102


아이들의 식습관을 교육해서 다시 건강한 급식을 먹이라고 하는데 ... 그렇게 영양도 부족하지 않게 먹이면서 잔반도 남기지 않는 급식을 잘 권유해서 먹이라고 하는데...이미 뼛속까지 배달의 민족이 되어 돌아온 아이들을 건강한 민족으로 되돌리는 방법을 모르겠다. 학교급식을 제외한 모든 곳은 건강과 아무 상관이 없이 사는 듯하다. 그 차이가 늘어가는 잔반, 폭주하는 민원, 하루가 다르게 붕괴되는 급식실이다.    

 

개인의 운명은 시대의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


  

아이들의 식습관 문제는 급식 담당자의 역량을 이미 넘어섰다.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다. 학교에 치킨과 라면(부대찌개, 돈코츠라멘 등)이 공급되는 비중이 늘었다면 건강이 우려되는 급식이라 또 다시 질타 할게 아니라 급식의 영양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어째도 아이들을 조금 더 먹이고 싶은 영양사의 눈물겨운 노력임을 알아주면 좋겠다.



학교급식 내일이면 못 먹을지도 모른다.


https://brunch.co.kr/@dudnwl/162

  

매거진의 이전글 취향에 따라 골라먹는 재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