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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멘토 May 24. 2023

학교급식에 곤드레밥이 나오던 날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이 급식실에 자주 온다.

우유를 가지러 오기도 하고 물을 마시러 오기도 하고

이왕 왔으니 급식 게시판도 한번 살펴보고 조리사님들께 인사도 한다.

창문 너머 사무실에 빼꼼 보이는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한다.   




오늘 급식은 곤드레밥이다.

메뉴판을 확인한 아이들이 조리사님들과 나누는 대화가 들린다.




곤드레밥에 대한 3가지 반응



친구 1)  선생님.... 뭔가 조심스럽고 공손한 목소리다

평소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인데 뭐지? 갑자기 얌전하지? 귀가 쫑긋한다.

혹시 오늘 쌀밥도 있어요? 저는 곤드레밥이 좀 먹기 힘들어서요.

아 ~ 곤드레밥이 좀 먹기 힘들어? 그럼 나중에 쌀밥으로 주세요 하면 돼.


친구 2) 야! 곤드레밥이 얼~마나 맛있는데... 왜 곤드레밥을 안 먹어? 선생님 저는 곤드레밥 많이 많이 주세요!! 그래 많이 줄게 ~


친구 3) 곤드레밥이 뭐야? (급식에 한 달에 한 번씩 나오지만 곤드레밥이 뭔지 모름)


어떤 친구들이 젤 많냐구요? 2번이 젤 많습니다.



한식이 사라지고 있다


아이들은 의외로 간장양념에 비벼 먹는 밥을 아주 좋아한다. 밥 국 반찬으로 나오는 기본 급식보다 한 그릇 음식을 훨씬 선호하는데 그중에 곤드레밥도 포함된다.


요즘은 외식가에서도 한식을 파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다. 번거로운 준비과정에 비해 버려지는 음식이 너무 많고 노동력은 엄청 드는데 이윤이 별로 남지도 않으니 사라지는 것이다. 가정도 마찬가지. 요즘 된장찌개에 생선 굽고 나물 무친 밥상을 차려주는 엄마가 어디 있나...? 학교급식도 마찬가지다. 한식은 투입대비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 손실(잔반)이 너무 많다... 그래서 식단에 일품요리(한그릇) 비중이 많다.






곤드레밥, 꼬치어묵국, 크림떡볶이, 그린샐러드. 사과, 김치

헉, 오늘 탄수화물 과다 식단이네. 고기는 없고 떡볶이에 어묵에 과도한 포만감...

식단 누가 짰니? 맘에 안 들어!!


어묵은 한번 익혀 퍼지지 않게 꼬지채 건져 온장고에 보관했다 따로 배식한다.

고소한 크림떡볶이. 구멍떡이라야 더 맛있는데 그냥 가래떡을 시켰구먼.


넘 맛있는 그린샐러드와 김치.

누가 뭐래도 샐러드 맛집!!

선생님 이 샐러드 소스 레시피 좀 알려주세요. 넘 맛있어요.

그냥 급식실에서 많이 드세요. 어차피 해 먹지도 않을 거면서... 뭐 하러 맨날 물어요 ㅎㅎ

(사실은 우리도 모름. 만들 때마다 조금씩 다른데 만들 때마다 맛있음)

 


한결같은 맛이 보장되는 로컬 친환경 사과

 


한 아이가 떡볶이에 들어있던 버섯이랑 브로콜리 안 먹었는데 양심 스티커 가져가다 딱 걸렸다.

잠깐잠깐! 선생님이 보니까 오늘 급식 조금 남겨서 스티커는 못 붙이겠던데...?

아이가 무안해하며 어쩔 줄을 모른다.

평소에 늘 다 먹으니까 오늘도 습관처럼 가져왔구나. 오늘은 버섯이랑 브로콜리 남겨서 스티커는 안 되겠는걸. 이건 반납하자. 알겠지? 네~ 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 100인분 급식완료 후 잔반량. 아주 많이 나온 날이다. 다른 날은 더 다. 매일 양심잔반 스티커를 모아야 게임 참여권을 받으니 배식을 받을 때 스스로 음식을 조절해서 받는 게 이젠 제법 훈련이 되어 있다. 근데 떡볶이랑 어묵까지 먹고 나니 도저히 들어갈 배가 없었는지 몇몇이 이렇게 사과를 한입도 안 먹고 투하해 버렸다.


사과를 버려도 이를 제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급식을 강제로 먹이지 않는 문화가 대세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배불러서 못 먹겠어요" 라고 하면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은 먹어봐야지 통째로 버리냐 하면 귀퉁이의 아주 조금을 쥐가 갉아먹은듯 먹고 와선 "먹어봤어요" 하고 버린다. 아주 미친다. 이건 급식시간에 잠시 교육하는 걸로는 안된다. 식생활 중점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급식만 운영하기에도 너무 벅찬 일상에 영양업을 할 짬이 없다.  더군다나 요즘은 조리실 인력이 없어 낮에는 조리지원하고 업무는 야근하는 학교가 많다. 교육도 급식도 업무도 모든게 힘들다. 




맛 없어서 못 먹겠어요! 배 부른데 어떻게 먹어요!! 를
"죄송해요. 못 먹겠어요..." 로 바꾸는데 2년이 걸렸다.


https://brunch.co.kr/@dudnwl/63


오늘도 사과를 다 먹지 않고 와서 떡볶이를 리필해 간 아이가 사과를 풍덩 버리는 걸 목격! 누구야? 먹지도 않은 사과를 이렇게 버렸어?


배불러서 못 먹겠어요...


요즘 아이들은 그 무엇도 아까운 게 없다.

배부르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깔끔하게 버린다.  

그나마 교육으로 태도는 조금 바꾸었다.

첨엔 버리는 것조차 얼마나 당당했는지.


"배부른데 어떻게 먹어요!!"를 "배불러 못 먹겠어요..."로 바꾸는데 2년이 걸렸다.


오늘 급식은 내가 먹어봐도 너무 배가 부르긴 했다.

떡볶이 + 어묵이 속에서 불어 터지니 사과는 도저히...

그래도 먹어야지! 사과를 왜 버리냐고!!!!!


극대노 했더니 배가 고프네. 잔반통에 사과라도 주워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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