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 영양교사들의 이야기
얼마 전 학부모회에서 매운 음식을 제공하는 영양교사에게 아동학대로 고소할 수 있는 항목을 법적으로 통과시키고자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결국 통과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학부모의 지나친 요구, 학교가 만만한 고소의 상대이며 어처구니없는 일이 학교현장에서 벌어지는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선학교에서 학교급식이 아니라 뷔페 수준의 급식을 제공하며 아이들 기호에 맞는 음식만 제공하는 것이 교육부의 표창장 대상이 되며 각 학교현장의 시설 등 고려하지 않고 우리 학교도 이렇게 해달라는 요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생각나는 게 카레 냈다고 학생들 교정이 값 물어줄 거냐고 항의하는 학부모님 후....
라면 탕후루 아이들 기호와 트렌드 맞게 해 달라는 거 해줘라 의견 무시하냐. 다른 학교에서 랍스터 소고기스테이크 대게 나오는데 왜 우리 학교는 안 나오나 영양교사 비리검사해야 한다 안 하고 싶으면 똑바로 해라. 우리 애 다이어트하니깐 삶은 달걀 샐러드 제공해라. 우리 애가 학교 밥만 먹으면 아프다 급식실에 CCTV 달겠다. 한 달 동안 매일 급식실 찾아와 모든 급식 확인받고 제공하게 했던 학부모님들. 교원 평가에 학생들이 우리 학교 급식은 교도소 잡밥보다 쓰레기다. 내용이 수두룩하고 못생겼다 외모 공격 많이 했던 학생들 균형 맞춘 급식을 제공한 저는 죄인입니다
급식도 교육입니다. 제발 가정에서 올바른 식습관 가르쳐서 보내주시길 ,,, 집에서 안 먹어본 음식 골고루 먹을 수 있으면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건강식 달라는 학부모, 반면에 아이들 좋아하는 것만 달라는 학부모, 나물밥을 누가 먹냐? 는 의견도 들어봤습니다. 맘카페에서 이러쿵 저러쿵 없는 얘기도 사실인 것처럼 학부모들끼리 댓글에 대댓글까지 달며 난리더군요. 댓글과 악플에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이해가 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굉장히 큰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어디는 카페에서 서로 학교 식단표까지 공유하며 비교한다는 말에 기함했네요. 매일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민원과 업무들.....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인간답게 무탈한 하루를 보내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고 싶습니다.
매일매일 평가받는 직업,,,, 급식 지도 한 것이 먹기 싫어하는 음식 먹이게 했다고 학생인권침해라고 말하는 학부모,,,, 잘하고자 하던 의욕이 한순간에 거품이 되어 버리는 느낌, 영양교사들은 한 번씩은 다 경험했으리라 봅니다. 인스턴트식품에 너무나 노출되어 있는 것이 안타까워 학교에서라고 직접 만들어 먹이려 애써는 선생님의 마음과 달리 가공식품 먹여주세요라고 주장하는 일부 학부모들, 학생교육에 이제 학부모 영양교육까지 해야 하는 실정,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치 않으면 민원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상황들,,,,, 참 어렵네요ㅠ
영양교사로서 건강을 생각한 급식을 제공했을 때 부실급식 취급을 받을 때가 있었습니다. 영양전문가로서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기호도 위주로 제공하게 되며.. 이게 교사로서 맞는 일인가? 수도 없이 생각합니다. 아마 일반 교사들도 학생인권과 학부모 민원에 소신 있는 교육을 못하며.. 교사로서 자꾸 힘이 빠지는 원리와 같을 것입니다. 학교급식의 기본취지를 잃지 않는 학생건강권 회복을 위한 온전한 급식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게 이 나라 미래 세대를 살리는 일! 미래 세대에게 건강을 선물하는 일이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교사들의 교육철학이 존중받는 교육풍토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교육부도 반성하십시오!!! 학생 기호도만을 만족시킨 영양사에게 학교급식유공자 표창을 주며.. 학생 기호도를 따라가도록 급식의 근간을 흔든 것은 교육부의 책임이 있습니다. 학생건강권 회복을 위한 영양교사 교권회복도 반드시 포함시켜서.. 학생건강권을 확립하는 길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학교급식은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급식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가정에서도 식생활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모든 것을 학교 특히 영양교사 탓으로 하는지 급식지도하면서 지켜보면 음식을 골고루 받아가서 먹어야 하는데 아이 본인이 먹기 싫어서 조금 받아가고 좋아하는 반찬만 받아가면서 양이 적다고 하면.. 그 반찬만 양을 더 늘려서 제공해야 하나요? 그게 교육적 취지와 부합한 급식일까요?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말해야 할 보호자가 오히려 아이의 말만 듣고 급식에 관여하려 합니다 가정에서 올바른 식생활 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영양교사에게 민원은 학부모, 학생뿐만이 아닙니다. 교사들의 민원도 많으며 이것은 더 큰 상처입니다. 개인의 기호를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고 매번 식단에 관한 지적을 합니다. 양과 관련해서도 비양심적으로 많이 가져가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너무 많은 업무와 책임을 져야 하고 너무 많은 불평 속에 일하려니 보람도 없고 우울함의 연속입니다.
그린급식(채식급식)을 실시하게 되면 학부모는 아이가 먹을 것이 없으니 당장 식단을 바꾸라는 민원 전화가 바로 걸려 옵니다. 배식 시 도우미가 친절하지 않다느니, 김치 깍두기가 버려지는 한이 있더라도 처음부터 많이 주라고 요구하고, 일부 학생이 기피 식단으로 식사량이 적어 하교 후 집에 밥을 먹어도 학교 탓으로 돌립니다. 조금이라도 먹도록 권유하면 아동학대고 식당에서 뛰어다녀도 학생을 손으로 잡으면 아동학대. 4~6학년 학생회 회의에서는 마라탕을 달라고 하고 저학년 학부모는 마라탕은 아동학대라고 합니다. 어디까지가 열린급식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올 상반기는 32년 영양(교)사 생활하던 중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말도 안 되는 학부모님 민원에 관리자는 대표 학부모를 모아놓고 그 현장에서 학부모 의견을 반영하라는 등 저에게 많은 모욕감을 주었고 저 또한 학교 현장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시도 내려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급식을 제공하는 기준을 따르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입맛에 맞는 것만을 제공해 주길 바라는 학부모와 그 학부모 민원이 무서워 학부모 의견을 존중하라는 관리자가 있는 학교에서 우리 영양교사의 자리는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요...
아이들의 건강과 식습관 개선을 위해 정말 머리에 쥐 나도록 레시피와 식단을 고민하고 정성껏 조리를 해도 애들이 싫어하는 음식이면 급식이 형편없다, 애들 생각해라 등의 설문조사결과를 볼 때 이 일을 이렇게 해야하나라는 자괴감이 든다. 물론 좋은 음식 맛있게 잘 먹는다는 감사의 글도 있지만 이처럼 심장을 후벼 파는 말들이 한 번씩 나올 때마다 애들 좋아하는 요즘 유행하는 식단으로 구성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라는 자조 섞인 한숨이 나온다. 그러나 영양(교)사의 고민과 노력이 길을 잃어버리면 아이들의 건강도 길을 잃기에 그럴 수는 없음이다.
교권침해대상에 학부모, 학생 말고 또 있습니다. 바로 동료교사입니다. 동료교사 및 관리자 교장 교감선생님
영양교사의 교권침해는 이미 오래전부터 만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생존하기 의해 하루를 버텨내는 우리들... 내일은 어디에서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가슴조입니다. 교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고 싶습니다. 영양교사라는 부푼 희망과 기쁨이 매일 절망과 고통으로 다가오는 현실이 너무도 힘이 듭니다.
기사를 보고 제가 당한 것과 똑같아서... 저도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매년 당하고 있습니다. 다른 학교 좀 보라고 하더군요, 제발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더군요.. 어른 반찬만 나온다고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 생각하지 말고 남기더라도 많이 주라고요. 기가 막힙니다. 식단작성은 우리의 고유 권한입니다. 우리의 교권입니다.
몇 년 전 신규영양교사의 안타까운 소식이 생각나네요. 학교에서 혼자 고군분투해야 하는 영양샘들의 고충을 누가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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