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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멘토 Oct 29. 2023

언제나 열일하는 교육급식부


학교에서 날마다 잔반 없는 날 양심 스티커제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이 먹을 만큼 급식을 받아 깨끗하게 다 먹은 친구만 스스로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이다.


아무 문제 없이 잘 운영되냐고? 그렇지 않다.

그런데 친구나 선생님의 눈을 피해 급식을 다 먹지 않았는데 은근슬쩍 스티커를 붙이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경우 현장을 바로 검거하기보다 일단 부드러운 제재를 가한다. 해당 아이가 붙인 가짜 양심 스티커를 떼어내고 공지에 아래와 같이 적어둔다. 아무도 모르지만 양심을 어긴 아이는 자신에게 하는 말임을 알고 있다. 자연스레 행동이 수정된다.

 


급식실의 화이트보드는 교육급식부 학생들만 사용하고 적을 수 있는데 가끔 다른 아이들이 장난스러운 말을 적어 놓을 때가 있다.


갑자기 칠판의 공지가  "거짓으로 스티커를 붙이면 3개 떼어버립니다"에서 "거짓으로 스티커를 붙이면 3개 더 붙여줍니다." 바뀌었다. 장난꾸러기 학생들의 소행이다.  


이를 보고 교육 급식부가 열 받았다. 선생님 매직과 지우개를 다른 장소에 둬야겠어요. 내용을 원래대로 수정하고 아래에 이런 공지를 하나 더 추가했다. "칠판에 낙서하고 장난치면 스티커 1개 떼어버립니다."

 


아이들이 개인 사정으로 결석을 하는 날 스티커를 붙일 수 없어 매주 3개 이상 스티커 모으기 미션에 실패하는 날이 생긴다. 저는 어제 결석해서 급식을 못 먹었어요. 그럼 스티커 못 붙이는 건가요? 아니야. 어제 집에서나 식당에서 다 먹었으면 스스로 양심한테 물어보고 붙이면 돼. 그럼 붙일게요. 어제 집에서 남기지 않고 먹었거든요^^.


수학여행이나 소풍을 가도 아이들이 서로서로 감시하며 스티커를 저금해 온다. 선생님 어제 소풍 가서 어떤 점심 먹었는데 누구누구 누구는 다 먹었고 누구누구는 남겼어요라며 쫑알쫑알 일러주기 바쁘다.




내가 출장으로 학교급식을 못 먹는 날이면 출장지에서 식사 후 인증샷을 찍는다. 아이들처럼 스티커는 안 붙이지지만 교육 급식부와 아이들에게 남기지 않고 먹기 션을 완료했다 보고하기 위해서다. ㅋㅋ


 연수원 먹은 급식 ~ 넘 맛있었어요^^.




양심스티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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