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 → 인기 → 탈진 → 본질 → 균형 → 실패경험나눔
전공이니까, 시험에 합격했으니까, 배치됐으니까…
어쩌다 보니 시작된 일이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더 바쁘다.
규정·영양·위생·민원·조리실… 모든 것이 처음이고 모든 것이 버겁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한다.
새 메뉴 개발, 행사 급식, 현수막, 이벤트, 장식 급식…
열심히라는 단어가 모든 문제의 해답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정은 제한적이고, 기대치는 점점 높아진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면, 만족도가 높다면, 민원이 줄어든다면… 그게 잘하는 급식이라고 착각한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규정을 슬쩍 비틀고, 단짠단짠의 메뉴를 제공하며 늘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다 아이들의 환호에 위로받는다. 이때가 가장 위험한 시기다.
성과처럼 보이는 만족도에 중독되는 시절.
기대치는 끝없이 오르고 조리실은 지쳐가고 아이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지나 소화력이 약한 아이들은 차츰 화려한 후식을 거부하고 과한 급식에 피로감을 느낀다. 칭찬도 더 이상 기쁘지 않고 환호도 더 이상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건강이 나빠지는 게 눈에 보이고 내 몸도 마음도 뻗어버린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데… 왜 점점 더 허무하지?” 공허와 허무는 성장이 시작되는 신호다.
최신 트렌드는 오래가지 않는다. 화려한 메뉴도 지속되지 않는다. 건강한 급식이란 가장 오래된 방식. 가장 단순한 재료. 가장 기본에 충실한 조리. 인기와 만족도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건강한 먹거리의 기준을 되찾고 규정을 지키는 일이 나와 아이들을 지키는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맛있는 급식보다 건강한 급식을 설득하는 교육에 집중한다. 또한 열정급식을 하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실패 경험을 솔직하게 들려주며 돕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환호보다 건강 지표를 먼저 보고, 조리실의 소진을 막는 게 더 중요하며, 지속 가능한 급식이 결국 최고의 급식임을 이해한다. 이 시기의 영양사는 흔들리지 않는다. 민원에도 끄떡없다. 근거·철학·경험이 이미 몸에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는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인생 멘탈의 발전 단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금 당신에게 탈진과 공허가 찾아왔다면 본질로 돌아갈 수 있는 행운이 온 것이다. 그러나 3단계에서 너무 많이 가버리면 자신이 쌓은 성에 자신이 갇히게 된다. 많은 지식인들이 절대 최선을 다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너무 많이 가버리면 잘 못 된 길인줄 알고도 돌아오지 못한다.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를 아는게 무조건 달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