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게 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욕망이 내 경계를 넘기때문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면 이유 없이 지치는 날이 있다. 대화를 나눈 것뿐인데, 웃고 헤어졌을 뿐인데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늘어지는 순간.
그 사람의 욕망이 나를 침범했을 때다
1. 누구나 마음속에 작은 서열 욕망을 품고 산다. 조금이라도 노력해본 사람들은, 자신이 이룬 작은 성취를 근거로 타인보다 조금 더 우위에 서고 싶어 한다. 조금 더 공부했고, 조금 더 경험했고, 조금 더 알고 있다는 조금들로 상대를 교묘하고 무심하게 눌러버린다.
2. 반면 별다른 노력하지 않은 사람들은 성취라는 경험이 없다. 남보다 우월하고 싶지만 갈고 닦은 무기가 없으니 남을 끌어내리는 방식으로 자기 자리를 만든다. 남의 성과를 공격하며, 누군가를 함부로 평가하며 낮추면 자신이 높아진다 생각한다. 능력자를 발견하면 기생충처럼 들러붙고 필요가 없어지면 태연하게 떠난다. 이들은 가까이 두면 두는 만큼 나의 에너지를 침식하는 사람들이다.
이렇듯 욕망은 형태가 다를 뿐 사람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힘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욕망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순간, 내 경계가 흔들리고 마음에 미세한 균열이 생긴다. 우리는 그 균열을 피로라고 부른다.
3. 하지만 조금을 넘어 치열하게 자신을 살아낸 사람은 다르다. 성취가 말을 대신해주기 때문에 굳이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말은 적지만 존재는 무겁다. 그들에겐 조용한 아우라가 있다. 욕망을 내세우지 않아도 본인의 자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사람들. 우리가 피곤함 없이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은 대개 이런 유형이다. 경쟁을 걸지 않고 타인을 이용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굳이 내면 밖으로 끌어올리지 않는 사람.
많은 사람을 만났기에 피곤한게 아니다. 어떤 이의 욕망이 나의 경계를 함부로 침범해 들어올 때 피곤함이 생기고 그것이 관계의 본질을 드러낸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다. 말보다 태도가 잔잔한 사람, 조용한 아우라를 지닌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의 곁에 머물고 싶어진다. 그런 사람을 흠모하며 닮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함께하면 피로가 아니라 평온을 건네는 존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