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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멘토 Nov 09. 2022

근데 급식 다 먹은 식판을 왜 찍으세요?


오늘의 급식

쌀밥, 순두부찌개, 꿀마늘 보쌈, 바질 크림떡볶이, 야채 오븐구이, 찐 배추쌈, 김치, 귤


수육용 고기

고깃기름에 구운 마늘이 필요해서 오븐에 조금 굽고 나머지는 삶았다.

비주얼은 오븐구이가 좋으나 먹기엔 삶은 수육이 훨씬 보들보들.



오늘 메뉴명이 꿀마늘 보쌈이다.

마늘을 살짝 익혀 마늘의 알싸한 맛만 날리고 꿀과 레몬즙, 고소한 참깨를 첨가해서 만드는 소스인데

어이쿠 오늘 들어온 마늘이 너무 독하다. 아주 속을 박박 긁을 수준이다.

원래는 살짝만 익혀 제공하려 했는데 아린 맛을 제거하기 위해 완전 익혔다. 에러...



어쨌거나 꿀마늘 소스 완성.

이렇게 고기에 올려 제공하려니 아무래도 아이들이 마늘을 기겁하고 긁어낼 것 같아서 2판만 이렇게 하고 나머지 고기는 바비큐 소스 끼얹어 오븐에 한번 더 살짝 구웠다.  

2개 중 원하는 걸로 배식... 바비큐 소스 고기는 사진을 못 찍음. 아쉽



맛있는 알배추. 아삭 고소한 맛이 좋은데 찜을 하려니 아깝다.

그래도 오늘 메뉴가 배추찜이니 색을 살려 아주 살짝만 쪘다 ~



갈치속젓 & 간장 양념장이랑 같이 제공했다.  배추는 넘 큰듯해서 중간을 한번 찢어서 배식 (위 사진 참고)



추러스 모양의 떡볶이(분모자)와 베이컨 & 바질 크림소스

분모자는 부드럽고  매끈매끈해서 아이들이 좋아한다. 바질 페스토는 시판용 활용

아이들은 첨 보는 소스에 망설이더니 조금 먹어보고 추가 배식을 받으러 온다.



바질 페스토 소스에 조금 적응되면 한번 제공해 보고픈 이경규의 바질 페스토 라면

필자도 아직 만들어 먹어보지 못했지만 그 맛이 궁금. 

혹시 드셔보신 분 후기 좀 알려주세요 ~


https://cafe.daum.net/subdued20club/ReHf/3616306?q=%EB%B0%94%EC%A7%88%ED%8E%98%EC%8A%A4%ED%86%A0+%EB%9D%BC%EB%A9%B4&re=1


탱글탱글 신선한 귤

야채 버섯구이 - 양파 새송이 표고 / 소금 간 해서 기름 발라 오븐에 꼬들하게 구워야 맛나다.

얼큰 순두부찌개 - 매워도 아이들이 무난하게 좋아한다.


오늘도 급식을 잘 먹고 오는 아이들, 대부분 아주 깨끗하게 먹는다.

날마다 잔반 없는 날 양심 스티커제를 운영 중인데

스티커를 모으면 뽑기로 선물을 받을 수 있어 다 먹기에 모두 열심히 참여한다.



에궁... 버섯이랑 호박은 남겼네. 오늘은 스티커 안 받을 거야?

버섯이랑 호박은 너무 어려워?

그럼 내일을 급식 다 먹고 스티커 꼭 받자.

이번 주 3개 모아야 금요일에 뽑기 할 수 있어. 알았지?

아이가 "네" 하며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인다.

급식을 남겼지만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먹은 흔적이 엿보인다.

 


퇴식구에 서서 아이들의 식판을 잠시 사진 찍는 사이 잔반이 그득한 식판이 하나 보인다. 

어느 선생님의 식판이다. "선생님 식판 사진 한 장 찍어도 돼요?"

예, 근데 이거 왜 찍어요?

"왜 찍냐면 아이들은 급식을 너무 잘 먹는데 오히려 선생님들이 이렇게 남긴다고 이야기 하려구요."

아... 선생님들에게는 선물을 안 주니 그렇잖아요. 우리도 선물 주세요.

"그래야 할까 봐요. 학교급식 잔반이 아이들보다 교직원들게 훨씬 많아요."

(해당 선생님을 저격하려는 건 절대 아님, 꼭 본교가 아니라도 전국의 모든 교직원이 학교 급식을 먹는 습관을 한 번쯤 생각해보길 바라는 의미)


급식을 왜 다 못드셨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평소 급식을 아주 좋아하고 잘 드시는 분인데

아마도 오늘은 아마 소화가 좀 안되셨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셨거나... 그랬을테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식당이나 급식실에서 음식을 남겼던 경험이 종종 있을 것이다.


음식을 왜 남겼어요?라고 물으면

"식당 아줌마가 음식을 너무 많이 줬어요!!"

"맛있을 거 같았는데 먹어보니 맛이 별로 였어요."라고 대답할까 무섭다.


음식을 남긴 원인은 언제나 식당 아줌마의 잘 못 인가?

본인들의 잘 못은 없나?

내 양에 맞게 줘야 내가 다 먹지?

내 입맛에 맞게 해 줘야 내가 다 먹지?






식당 아줌마로서 한마디 하고 싶다.

"아줌마가 많이 줘서 남겼다고요?" (음식의 양이 많으면 음식을 먹기 전에 덜어 달라고 말씀해 주세요.)

"음식이 맛 없어서 남겼다구요?" (저희는 신이 아닙니다. 사람의 다양한 입맛은 그 누구도 맞출 수 없어요.)






소중한 음식이 쓰레기로 둔갑되지 않는 아름다운 식문화를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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