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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u Dec 02. 2018

[NY] 프로포즈를 받았다



드디어 와보고 싶어하던, 오늘 일정에 마지막인 목적지 덤보(DOMBO)

어렸을적 보던 만화주인공 아기 코끼리 이름과도 같고 괜히 정감가는 이름덕분인지, 더 끌렸던 도시



무한도전도 여기와서 화보찍는 곳이라고 하던데, 브루클린 브릿지가 건물사이에 멋있게 보이는 그 스팟을 향해여기저기 앵글을 살피며 우린 걸었다. 다행히도 찾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몇몇 사람이 이 공간 가운데서 한껏 폼을 잡은 각도로 사진을 찍는다. 그 뒤에 순서를 기다리는 커플

찾아보니 이 장소가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많이 올때는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우린 다행히 앞에 한커플이 다 찍고나면 마음 놓고 찍을 수 있었다. 왔다갔다, 치마를 휘두르다 말다, 웃다가 멋에 취한 표정까지. 다시 안와도 여한이 없을만큼 많은 사진을 찍어댔고, 삼각대 덕분에 우리의 아름다운 커플 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밤의 모습을, 그 모습을 본 나의 감정을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갖은 단어들을 조합해 써내려가보려해도 마땅히 떠오르는 적합한 문장도, 떠오른다 해도 마음에 차지 않았다. 지금도 사진으로 그날의 감정을 떠올려보지만, 조금씩 희미해져가는 그날의 생생한 느낌들이 아쉽고, 또 아쉽다.


갑자기 그가 앉자고 했다. 멍때리기 좋은 광경이라 두말할 것도 없이 바로 "좋아!"

의자라고 할만한게 없어 우린 그냥 적당히 평평한 돌을 찾아 그 위에 자리를 잡았다.

아직 여운을 남긴 햇빛의 주황빛 색채와 짙은 밤을 알리는 채도높은 파란색, 그 사이에 아름답게 그라데이션 처리가 된 연결 구간은 정말 예술이었다.


갑자기 그가 부른다.

"자기야"

"응?"

돌아본 그의 손에는 작은 상자가 놓여있었다.

상자에서 은색 반짝 빛나는 반지를 꺼냈다.


떨리는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

"나랑 결혼하자"


오마이갓!!

그는 이 프로포즈를 생각했는데, 우연찮게 계획된 뉴욕의 여행이 기회다 싶었다고 했다. 그가 열렬히 열정을 불태웠던 곳,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곳에서 우리의 인생을 설계할 첫 단추를 잠그는 것이 의미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여기까지는 정말 로맨스 영화에 나올 법한 온세상이 분홍빛에 이 세상의 중심은 꼭 우리가 된 것만같은 착각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여기서 갑자기 급 코미디로 전개가 되고 만다...


그는 내가 잘때 나의 손가락을 줄로 재서 간신히 반지의 호수를 정해서 구입했다고 하는데, 네번째 손가락에 반지가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그 순간 만큼은 정말 뼈를 잘라서 넣고싶은 심정.

로맨스에서 너무나도 웃픈 상황을 만들어낸 이 모습이, 당황하면서도 기운빠진 듯한 그의 모습이 귀여워 한참을 웃고 말았다. 결국엔 새끼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찰칵!


씁쓸해하는 그의 모습을, 지금 우리의 에피소드를 기억하고 싶어 뒤로 몇발자국 걸어가 사진을 찍었다. 그 상황을 알아서 그런지 머쓱해하는, 당황해하는 그의 모습이 뒷모습이지만 생생히 그려진다.



딱히 엄청 배고프진 않지만 뭔가 출출한 느낌. 

우린 신라면을 뿌셔 스프에 찍어먹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좋은 맥주 안주다.



30대가 넘어가면서 인생이, 그리고 연애가 참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꼈고, 느끼고 있다.

특히 연애에 있어서 만큼은 내가 주는만큼 받을 수 없고, 

결혼할 것 같은 사람도 어느새 너무나 쉽게 남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경험했다.

그래서 결혼이란, 인연이란, 하늘에서 정해준다고들 하나보다.


아직 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진 모른다고들 하지만,

한때는 차라리 독신이 낫겠다고 생각한 나 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함께 미래를 그려간다는게

참으로 가슴 설레고 벅찬 마음이 가득하다.


한 때 상처 가득한, 눈물 범벅된 질퍽한 내 마음에

따스한 볕을 내려주고, 꽃을 피울 수 있게 돌봐준 그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낸다.


고마워, 나에게 이렇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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