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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u Nov 30. 2015

#11. 잘가 11월

앞으로 한달, 잘 부탁해 2015

#
정말 어.느.새. 12월이다.
이제 31일의 밤만 보내면 올해는 정말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시간이다.

11월에는 나의 생일이 있었다.
한해, 두해 지날 수록 생일에 대한 감각은 굳은살 베기듯 무감각해진다.
그래도 재미있게 보내겠다고 나름 친구와 계획도 세우며 기다렸는데,
희한하게 건강한 내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그냥 정신을 잃고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크게 다가온 고통이라서,
약간의 정신을 차리고 밖을 나서려고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쩌면 정말 최악의 생일을 보냈다고 해도 무방하지만,
응답하라 1988에서 말했던 것처럼,
모진 세상을 살아가며 상처투성이인 나를,
온몸이 성하지 않은 나를 받아줄 곳은
결국, 가족이다.
아픈 덕(?)분에 나는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
제주도를 다녀왔다.
의도치 않게 2년 전 갔던 곳들과 겹치는 곳이 많아 청승맞게 추억에 잠기기도 했지만,
낯선 곳에 또 한번 나를 덩그러니 놔둠으로써 느껴지는 생기와 숨쉬는 생각들이
어쨌거나 '잘 왔다'라는 생각으로 가득차게 만들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맥주한잔 기울이며,
서로의 삶의 발자취들을 하나하나 들춰내며 이야기하는 동안,
세상의 다양한 인생 길들이 밝혀져 큰 세계 지도를 만드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생각, 취미를 가진 사람과도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따뜻한 온기가 담긴 말들이 오고갈 때,
정말 눈에 생기가 도는 기분이랄까?
무한궤도에 올라타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었다.




#
제주도에 간 이유 중에 큰 것은 한라산.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참에 다녀와보자는 생각으로 조금의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겼다.

잠시 다른 세상에 다녀온 듯, 꿈을 꾼 듯
처음 만난 한란산은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내게 싱그러운 느낌을 안겼고,
그 느낌에 보답하듯 연신 올라가는 입꼬리와 깨끗해지는 생각들이 좋았다.

삼순이 코스프레를 하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주변인들에게 이야기했지만,
사실 삼순이의 심정에 감정이입이 되어 나도 가야겠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비록 드라마와 같이 삼식이가 나타나  반전을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복잡했던 생각들을 올스톱 시킨 한없이 멋진 경치에 참으로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
이제 내년이면 한 살이라는 나이를 더 먹는 것이지만,
요새들어 느끼는건 '여유'라는 것이 생기는 여물어 감이 좋다.

'그러려니'
'어짜피 잘되게 되어있어'
'아님 말고'

구지 그렇게 빡빡하게 살 필요 없자나?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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