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이 간다.
2015년이 왔다고 소원을 빈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여름이 가고
가을이 빈틈사이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다.
2015년 상반기는 내게 조금은 특별하면서기도 한숨이 났던 시기인듯하다.
원했던 안정을 찾고 싶었지만 오히려 불안감만 더해졌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해서 평소 가질 수 없는 추억을 얻었지만, 추억으로만 끝났고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했지만, 러닝머신 위를 걸은 건지 나는 걸었다고 걸었는데
왠지 조금도 나아가지 않은 제자리에 서있는 느낌이다.
좀 더 나은, 살가운 딸이 되고 싶었지만 아직도 떼지 못하는 사랑한다는 말과 하지 못하는 행동들이 많다.
근데 더 한숨이 나오는 건, 이제 하반기가 시작됐는데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별로 안 든다는 것이다.
왠지 모를 씁쓸함에 길을 걷다 맥주 한 캔을 깠다.
한 모금 꿀꺽꿀꺽. 캬.
이런 소소한 어쩌면 푸념 썩인 이야기를 넋두리처럼 늘어놓고 싶은데,
괜스레 만지작 거리는 핸드폰 속 주소록 안에는 낯선 사람들 목록 투성이다.
꾸역꾸역 기어 나오는 한숨을 목으로 쏟아버리는 맥주 안에 쓸려내 보련다.
오늘 맥주가,
참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