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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u Jun 26. 2018

[NY]뉴욕의 첫 신고식


#뉴욕에 도착했다


JFK 공항을 나오는 순간 뉴욕의 상징물 중에 하나인 노란 택시가 줄지어 늘어져있다


기쁜 마음에 나온 JFK 공항.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도 아직 여기가 뉴욕인가 하고 실감이 나질 않았는데, 커다란 유리창을 뚫고 보이는 줄지은 노란 택시를 보니 뉴욕이구나 싶다.어떻게 숙소까지 갈까 생각하던 중에 아무래도 짐도 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값이나 둘이 택시를 타는 것이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고 그가 말했다. 조금은 지치기도 하고 이동하는데 힘을 뺄 수는 없다는 생각에 냉큼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짐을 옮기는 그의 모습. 든든하다 든든해


공항 앞에 서있는 직원에게 어디까지 갈꺼다라고 말을 하면 택시를 지정해준다. 거의 식당에 테이블에 앉기 전,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는 거 같은 시스템. 다행히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우린 바로 택시를 탈 수있었다. 뉴욕의 택시는 한국과 비슷했는데, 차 윗부분 불이 켜지는 곳에 차 번호가 적혀있는 점이 신기했다. 혼자였으면 조금 긴장했을 수도, 어떻게 가격을 줘야하는게 맞는지 당황할 수도 있는데 그로 인해 출발부터 편했다. 보통 맨하탄 시내까지 40불 정도로 정해져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냥 미터기를 이용해서 갔다. (가격은 비슷하게 들었던 것 같다)



뉴욕택시에 붙어있는 경고 문구.


뉴욕택시는 한국택시와는 다르게 앞자석과 뒷자석은 플라스틱으로 된 벽으로 나뉘어진다. 가운데에 뚫린 통로가 있는데 왠만하면 그 곳은 열어두는 듯 했다. 뒷 오른쪽 좌석에서 보면 카드기가 있어서 손님이 직접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있고 TV를 볼 수 있는 영상화면도 설치되어있다. 신기해서 영상화면을 이곳저곳 돌려보다 이내 흥미가 떨어져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축축해진 도로를 보니 비가 꽤 왔었나보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남성. 저렇게 따뜻한 자켓을 입고있을 줄이야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보이는 풍경들은 어느 나라를 가건 비슷한 것 같다. 드넓은 초원, 황량한 풍경들. 아무래도 공항 주변이니 비슷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그래도 도심쪽에 가까워지니 각종 건물들의 간격이 좁아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머릿수도 많아졌다. 


숙소는 서블렛을 이용했는데, 안타깝게도 첫 날에만 일정이 맞지 않아 하루는 한인민박집에서 묵어야했다. 그래도 출발 전날까지 숙소를 못잡고 있어 그의 친구 찬스로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우린 도착하자마자 열시간 넘게 묵혀둔 몸을 닦아내기로 했다. 1시라는 어중간한 시간이라 민박집엔 우리밖에 없었고, 그래서 조금 더 편하게 공용화장실을 개인 화장실처럼 사용할 수있었다. 


환전한 돈 일부와 카메라를 챙기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일단 시내로 이동해야 하기에 1주일 무제한 메트로 카드를 구입했다. 사실 난 어느역으로 이동해야 되는지, 어떻게 가야하는지 하나도 알지 못했다. 오로지 나의 네비게이션, 그의 손을 꼭잡고 가는 것 밖엔.


우리나라에 비하면 지하철역 입구는 소박하면서도 간단했다


지하철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그는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음, 이 냄새"

사실 깔끔한 성격의 그의 모습에 이렇게 찌린내와 지하 특유의 캐캐묵은 냄새가 뭐가 저리 반가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냄새마저 그리웠을 그의 심정이 조금은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 이렇게 뉴욕에 두발 서서 있는 순간이 그에겐 참 꿈만 같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뉴욕의 지하철은 항상 공사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하철로 인해 회사에 지각을 해도 그러려니하고 넘긴다고 한다. 그 정도로 지하철은 항상 공사ing 형인데, 그거에 대해 큰 불만이 없는 것은 그래도 최대의 교통수단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환승하는 길 곳곳에는 버스킹이 한창이다


지하철 타는 것 또한 나에게는 경험이다. 지하철에도 그 나라의 문화가 어떤지 조금은 알 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데, 뉴욕의 지하철의 첫 인상은 냄새로 먼저 다가왔다. 약간의 찌른내가 코끝을 스치는데 그다지 상큼하진 않았다. 하지만 엄청 못견딜 정도도 최악이진 않기에. 



지하철을 환승하는 길가에보면 곳곳에서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있는데 한결같은 공통점은 그들의 환한 미소다. 저 자리는 오디션을 볼 정도로 경쟁이 심한 스팟이라고 한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그들이 하는 연주를 지켜보는데 잠시 큰 휴식이라도 취한듯이 심신이 편안해졌다. 


예상과는 다르게 첫날의 뉴욕은 쌀쌀한 가을 날씨였다. 한여름 의상만 챙겨갔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날씨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들었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 원피스를 착용했는데, 유일하게 가져온 긴팔이 청자켓이지만 어울리지 않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오자 마자 파르르 떨리며 자꾸 움크려드는 몸짓이 그에게는 꽤나 신경이 쓰였는지 그는 자신이 입고온 블랙 자켓을 벗어주었다. 그의 얇은 반팔 티셔츠가 많이 추워보였지만, 나도 그가 건넨 자켓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뉴욕에서의 첫 끼니. 뉴욕식 식사를 했다

모던하고 깔끔한 외관의 코너 비스트로

일단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로 했다. 그와 뉴욕에 오기 전, 꼭 나와 함께 다시 가고 싶은 곳들의 리스트를 적었었다. 그 중에 하나가 웨스트빌리지에 있는 CORNER BISTRO. 화려하지 않은 듯 심플한 네온 사인과 적당히 비슷한 적색 계열의 벽들, 거기에 조금은 빛바랜 코발트 블루계열의 하늘색 문이 왠지 모르게 이 곳을 처음 본 사람도 그냥 들어가고싶은 곳이었다. 


잠시 주문받는 사이 하다 만 퍼즐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는데 그 찰나에 몰래 한컷 촬영을 했다.


깔끔한 현대식의 외관과는 다르게 안에는 손때묵은 나무로된 바 테이블과 오랜세월의 인테리어가 괜히 위스키 한잔하면 딱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약간 시큰둥한 표정의 직원은 오른쪽 귀에 볼펜을 하나 꽂고 틈틈이 누런 종이 신문에 난 퍼즐을 맞추는데 70년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이 공간에 아주 알맞게 녹아있었다. 


눅눅히 빛바랜 우드 계열의 인테리어와 주황빛 조명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광경이었다.


사이좋게 햄버거와 샌드위치 하나씩, 거기에 맥주 한잔씩을 마시며 우린 끊임없는 수다를 풀어냈다. 빈속이여서 그런지 맥주를 몇모금 꿀꺽 꿀꺽 하니 머리가 조금 핑돌았다. 빈속에 술부터 마셔서 그런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이야기를 안주삼아 시간에 녹여내며 그 공간의 시간을 알차게 썼다.


#뉴욕의 첫 신고식을 치루다

우린 적당히 배를 채우고, 적당히 시간도 채우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한순간 한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가득해서 그런지 조금은 피곤이 몰려왔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러다 길을 걸으면서도 자꾸만 졸음과 싸우고 있는 모습이 그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왔나보다. 나도 더이상은 어쩔 수 없겠구나 생각하고 유심침만 사서 들어가야겠구나 했는데 유심침 결제를 하려는 순간. 어?! 내 지갑!! 지갑이 없어졌다. 안이 훤히 보이는 에코백이라 몇번을 보아도 명백히 없었다. 음식점에서 잠시 가방을 둔거 빼곤 매고 돌아다녀서 어디 떨어뜨릴 일은 없었다. 그는 다급히 그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그 몇초간 "네, 지갑이 여기 있네요"라는 대답이 돌아오길 바랬지만 "당신이 말하는 지갑은 가게를 훑어보니 없는데 와서 너네가 직접 볼래?"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혹시 몰라 그 음식점에 다시 찾아가니 간신히 혹시 모를 희망의 끈도 끊어지고 말았다. 괜히 돈을 좀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환전한 돈을 좀 넉넉히 지갑에 챙겼었는데, 그 행동부터 후회가 밀려왔다. 하나하나 어디서 실수가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어쩌겠는가. 지쳤던 몸에 정신까지 더 지치는 순간이었다. 아, 뉴욕. 호락호락 하지 않구나!!



#첫날의 마지막을 장식한 할랄푸드

You wanna Barbecue sause?!


지칠대로 지친 우리의 목적지는 하나였다. 바로 숙소! 

하지만 돌아가는 길,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소모된 에너지가 생각보다 커서 그런지 배가 슬 고프기 시작했다. 숙소에 돌아가도 딱히 방도가 없기에 가는길에 먹을거를 좀 사가기로 했다. 

가는 길 블록 블록마다 커다란 트럭에서 하랄푸드를 팔았는데, 새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치킨 냄새를 온 동네 구석구석 퍼트렸다. 한국에 있을때도 그가 몇번 말한 적이 있다. 처음 미국에 도착해서 월급을 받기 전까지 저 음식이 너무 먹고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매일매일을 참았다고. 첫 월급을 받고 제일 처음 한 일이 저 할랄푸드를 먹은 거라고 했다. 6달러 정도의 금액 밖에 되지 않은 음식이지만, 그 음식하나 사먹을 수 없어서 월급받을 때까지 간절하게 기다린 그 사연을 들으니 고생 참 많이 했을 그를 한번 꼬옥 안아주고 싶었다.


 그 달콤한 맛깔스러운 냄새에 숙소까지 들고오는 길이 참으로 멀게만 느껴졌다. 도착하자마자 손만 씻고 바로 본격적인 흡입 시작! 사실 나는 하랄푸드가 케밥과 비슷한 음식일 줄 알았는데(어찌보면 같은 계열이라고는 말할 수 있겠다) 오묘하게 다르다. 뭐 분석도 평도 할 자신은 없다. 그냥 맛있다! 이젠 그가 할랄푸드 먹고싶다 라는 말을 할때 누구보다 적극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좋다. 지치고 지친 하루에 참으로 달콤했던, 맛있는 시간이었다. 


이걸 먹고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냥 꿀잠은 잤다는 사실밖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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