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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u Jun 26. 2018

[NY]예술가의 도시, 윌리암스 버그를 가다

잠시 생기를 잃은 듯한 표정들, 지하철의 풍경은 어느나라건 비슷하다. 


드디어 원래 묵으려고 했던 스튜디오로 이동하는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짐싸기 분주했다. 하지만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첫날 묵은 숙소의 체크아웃 시간과 둘째 날 묵을 숙소의 체크인 시간 사이에 갭이 있었던 것이다. 짐을 가지고 돌아다닐 수 없었기에 그의 지인 찬스가 또 시작되었다. 현재 타임스퀘어 쪽에서 근무하는 동생이었는데 다행히 근무지에 우리의 짐을 잠시 맡아주기로 한 것이다. 


의도치 않게 타임스퀘어를 구경했다


큰 뭉탱이의 짐을 들고 타임스퀘어 쪽으로 이동했다. 짐을 이동하면서 느낀 건 확실히 지하철은 한국이 참 편리하다는 것. 올라갔다 내려갔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생각보다 무거운 짐에 기운이 쭉쭉 빠졌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지인의 회사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색한 인사로 시작한 만남이지만 서로 이야기를 나눌 새도 없이 일단 그분의 회사 창고로 이동했다. 처음 들어가 본 외국 회사 건물. 뭔가 쏼랴쏼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그들의 모습에 괜스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창고에 짐을 두고 우린 관광을 좀 한 후 지인의 퇴근시간 전에 찾으러 오기로 했다. 


그도 지인을 오랜만에 만나는 터라 바로 커피 한잔을 하러 바로 옆 스타벅스로 향했다. 그러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커피 없이 못 사는 우리가 뉴욕에서 마시는 첫 커피였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스타벅스. 역시나 잘되는 기업은 이유가 있다. 그 지인은 패션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몇 년 전에는 한국에 와서 한국 패션기업에 취직도 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쎈 업무강도와 그에 비해 턱없이 낮은 대우가 다시 뉴욕에 오게 했다고 했다. 너무나 뻔히 한국 근무환경을 알기에 그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할 수 있었다. 


아쉬운 만남을 뒤로 한채 드디어 우리가 가기로 한 브런치 카페가 있는 윌리엄스버그로 이동하기로 했다. 오후 1시가 넘어야 첫 끼니를 먹을 수 있다니 이게 뭐라고 참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배가 고프면 잘 참지 못하고 예민해지기도 하는데, '뉴욕'이라는 메리트 때문일까? 길거리 곳곳마다 눈길이 자꾸만 머물러졌다. 특히 뉴욕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윌리엄스버그 동네는 호주 멜버른의 느낌과 사뭇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Bedford Av.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끼리의 조화로움


윌리엄스버그의 메인 스트릿인 Bedford Ave

많은 예술가들이 소호지역의 물가로 인해 이쪽으로 많이 이주를 해왔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형성된 예술가들의 신 아지트가 바로 이곳. 하지만 예술가들이 일궈놓은 지역을 최근 부동산 업자들이 들어와 건물들을 사들이고, 새 빌딩을 지으면서 살기 힘들어진 예술가들은 다시 이 지역을 떠나 북쪽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한다. 갑자기 우리나라의 홍대, 망원동과 같은 곳들이 불현듯 스치고 지나갔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국제적인 흐름이었다. 


힘 없고 돈 없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씁쓸한 눈빛만 비추고 말았다. 힘껏 살기 좋게 만드니 떠나야 하는 그 심정은 오죽할까. 





# RABBIT HOLE

그는 내가 분명히 좋아할 곳이 있다며 오기 전부터 이야기를 했었다. 들어서는 순간 역시나 취향저격.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소박한 듯 하지만 고급스러운 느낌이 눈을 한 곳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곳곳에 묻어나는 느낌들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으로 천천히 담았다. 


주문한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는데, 음식 나오는 공간에 눈이 잠시 멈춰 섰다. 언 듯 보이는 주방에는 남미 쪽 인종 같은 사람이 보였는데, 그에게 말하니 '아미고'라고 한다. 거의 웬만한 가게에는 아미고들이 일을 하는데 기계처럼 일을 잘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갔던 가게 대부분의 풍경은 주방에는 아미고들이(즉 힘쓰고 어려운 일들은 그들이 도맡아 한다) 일을 하고 있고, 백인들은 서빙을 하거나 카운터를 봤다. 그의 말로는 뉴욕에 있는 아미고들 내쫓으면 뉴욕은 마비될 거라고 했다. 그렇게 중요한 사람들인데, 그에 대한 처우는 좋지 않다니. 역시 아이러니한 세상이다. 


식사를 마치고 우린 소화도 시킬 겸 이 동네를 천천히 음미하기로 했다. 완전 무더위를 생각했었는데 약간 쌀쌀한 날씨에 겉옷을 챙기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걸어 다니며 마음에 드는 장소마다 각자의 느낌에 맞게 사진기를 눌러대며 그곳의 감성을 담아내려고 애썼고, 곳곳에 웃음 가득 나눈 대화들을 흘려두었다.


잔듸에서 소풍을 하는 듯한 세자매. 그리고 카메라에 담기지 않은 엄마까지. Girls Day!
어떤 청사진이 나올지 궁금한 공사현장


투명한 플라스틱 창으로 보이는 공사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다.
스웩 넘치는 흑오빠. 그래피티와 제일 잘 어울린다.
괜히 자꾸 눈이 가는 광경
어딜가도 티나는 유태인
닮은듯한 중년 남여의 여유로운 모습


뉴욕 동네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윌리엄스 버스. 호주를 여행 갔었을 때, 시드니와 멜버른은 좀 다른 느낌이라고 친구가 이야기해줬었는데, 뉴욕과 윌리엄스버그를 보고있자니 그와 조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예술가의 도시인만큼 상업적인 것에 덜 물든 느낌이 들면서도 곳곳에 개성이 넘쳤고, 구경하면서 그에게 연신 '와! 너무 좋아'를 외쳐댔던, 그래서 그런 나의 모습에 그도 참 신이 났었다고 했다. 


뉴욕의 횡단보도. 다들 퇴근을 하고있는 걸까?

우린 다시 짐을 찾기 위해 지인 회사가 있는 타임스퀘어로 자리를 옮겼다. 제각각의 패션과 행동과 표정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 구경만 해도 시간이 잘 갈꺼같은 기분이었다. 아쉽게도 지인은 처리해야 할 업무가 좀 더 남아있어서 같이 이동하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더군다나 짐도 있는 우리에게 어디 저녁을 먹으러 가기에도 애매한 상황이었으니 다음을 기약하며 아쉽운 작별인사를 했다.


각 나라의 지하철의 모습을 좋아하는데, 은근 각각의 묘한 매력들이 있다.


드디어 우리의 숙소인 롱아일랜드 시티로 가는 길. 무거운 짐을 낑낑대며 지하철을 타고 갔다. 그래도 이제 숙소 때문에 더 이상 옮길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사실 나는 캐리어를 들고 다니며 여행을 하는 걸 선호하진 않는다. 여행을 하면서 짐을 가지고 오르락내리락하는 상황들, 짐을 가지고 뛰어야 하는 상황들이 빈번하게 발생되는 것도 알고, 짐이 있기에 뭔가 이동이나 행동에 있어서 두 팔이 자유롭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이 놀랄만한 큰 배낭을 메고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이렇게 한 군데 오래 머물며 그 도시를 음미하는 여행이라면 굳이 캐리어를 마다할 이유는 없으니까.


마치 도로 가운데서 잘 보일 수 있게 설계한 것처럼 예쁘게 온전히 보이는 시티은행


숙소에서 짐을 어느 정도 정리한 후, 저녁 약속이 있는 케이타운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역으로 가면서 정 중앙에는 다른 건물들과 다른 모습으로 혼자 우뚝 선 시티은행의 건물이 보인다. 여기 뉴욕에선 시티은행이 큰 은행으로 꼽힌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곳곳에 시티뱅크라고 박힌 파란 자전거들이 우리나라의 따릉이처럼 즐비하다. 


지하철 타고 가는 길에 사진을 계속 찍었다. 왠지 모르게 난 지하철의 풍경이 좋다.


자, 케이타운 도착.

이제 술 파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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