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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u Jun 27. 2018

[NY]뉴욕에서 술병이 났다.

#뉴욕에서 술병에 걸리다.


오늘은 뉴욕 여행 중 유일하게 세운 계획적인 날이었던 날이었다. 보스턴 당일치기 여행을 가겠다고 뉴욕을 오기 전, 한국에서 메가버스 티켓도 끊었다. 하지만 예상도 하지 못했던 어제의 과음 사건으로 어슴프레 눈을 뜬 시각이 어느새 11시. 버스는 7시 차. Oh my God!!


"자기야, 우리 일어나야 해..." 라며 없는 기력을 모아 그를 흔들었지만, 부동의 모습을 보이며 겨우 숨만 내쉬고 있었다. 나 또한 눈을 게슴치레 뜨긴 했지만 도저히 일어날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우린 다시 잠에 들었고 다시 눈을 뜬 시각이 오후 4시. 하아.... 어렵게 온 뉴욕 여행에 하루가 날라가고 있었다.


겨우겨우 몸을 추스리고 근처에 나가 뭐라도 먹기로 했다. 숙소에 입실할 때 집 주인이 추천해준 라멘집이 생각났다. 겨우 걷기도 힘든 몸둥이를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술병은 아닌데 갑자기 허리가 너무 안좋아서 걷기도 불편한 상태였다) 안좋은 일은 겹쳐서 온다고 했던가. 겨우 찾아간 라멘집이 문이 닫혀있었다. 뭔일이가 하고 가게문을 유심히 보니 오픈하려면 2시간이나 남았다. 하아...정말 겨우 걸었왔는데...

어쩔 수 없이 근처에 또 다른 라멘집을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또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겼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친환경적인 식단의 음식들이 메뉴판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정신이 몽롱하고 속이 매스꺼운게 너무 답답했다. 그에게 "나 잠깐만 밖에 앉아있을께"하고 밖에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랐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누워있고만 싶었다.


주문한게 나왔다고 그가 나를 불렀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밥이 눈앞에 있는데도 젓가락으로 밥알 5개정도만 깨작거렸을 뿐 도저히 입속으로 들어가지가 않았다. 거의 건드리지 않은 식사를 그대로 집으로 포장해왔다. 그렇게 집으로 와서 다시 침대... 그렇게 다시 눈뜬 시간은 9시...... 그렇다... 하루가 갔다. 



#잃어버린 하루를 매워준 아름다운 야경


그래도 그렇게 가는 하루가 너무 아까웠나보다. 9시에 뜬 눈에 생기가 돌았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근처에 야경이라도 볼라치고 간단히 옷을 차려입고 카메라 하나 매고 밖으로 향했다. 그래도 볼만한 야경이 있다기에 신나서 발걸음도 가볍게 느껴졌다. 가는 동안 동네를 구경하는데 조용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빌딩같은 건물들이 즐비해있었는데, 뭔가 모르게 그냥 돈 냄새가 풀풀 풍기는 느낌이었다. 


#Hunters Point South Park

공원으로 다다랐을 때쯤, 수 많은 러너들이 줄지어 한방향으로 향했다. 뭔가 달리기 대회같은걸 한 것 같았는데, 조금 자세히 쳐다보니 아디다스에서 주최하는 러닝 이벤트인듯 했다. 피니쉬라인을 끝낸 사람들끼리는 아디다스에서 마련한 장소에서 에프터파티를 하는데, 갑자기 그 무리에 일원이 되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일었다. 


에프터 파티를 즐기는 러너들

라운지 바 같은 형태의 장소였는데,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야경하며 술에 음악까지. 이보다 더 좋을 순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광경이었다. 스케일도 크게 하는 모습과 이렇게 멋드러진 야경까지 볼 수있다니 부럽기도 했다.


찬란하다는 말밖엔.


한참을 야경을 보면서 사진기를 들었던 것 같다. 밤의 도시. 빛으로 만든 또 하나의 고요하고 적막한 도시가 참으로 싱그럽고 생동감있어 보였다. 홍콩의 야경이건, 서울의 아경이건 뉴욕의 야경이건, 어디를 가든 반짝반짝 빛나는 빛의 매력에 어느 누구건 홀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한참을 멍떄리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그 시간들이 참 달콤했다.




기력을 차린 신난 내 모습을 그는 사진으로 담아주었다. 

Always thank you, my man.



치즈, 페페로니, 마르게리타 피자. 거기에 레드 페퍼 팍팍!


하루종일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해서 그런지 급 배고픔이 몰려왔다. 어디를 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 어디를 들어가서 제대로 식사를 할까. 그렇다면 지하철을 타고 조금 나갈까.

그의 입장으로써는 그래도 여행으로 온 내가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한게 마음에 걸려서인지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지하철 타고 나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마음도 이해를 하고, 그렇지만 내 몸 상태는 솔직히 좋지 않고. 내 고질병이 다시 돋았다. 괜히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정확한 의사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 그도 그런 모습에 조금 짜증이 났나보다. 그래서 괜히 나도 섭섭하고.

그래도 그의 마음을 알기에 우린 가는 길에 보인 피자집으로 들어가 피자를 테이크아웃 하기로 했다. 

오 마이 갓! 너무 맛있다 자기야!

그가 피자에 레드페퍼를 뿌려먹으면 맛이 배가 된다는데 그 말을 이제야 제대로 이해했다. 게눈 감추듯 피자가 없어졌다. 아, 그래도 나름 괜찮은 하루였다. 

내일의 제대로 된 여행을 위해 오늘은 그냥 에너지 비축하는 날로! 편안히 생각하며 우린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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