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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Du Aug 23. 2018

[NY] 뉴욕, 그리고 모마(MoMa)


개운한 아침

하루를 날린 것에 대한 보상인지 다음날은 둘다 컨디션이 좋았다. 무척이나 다행이도.

괜히 챙겨온 옷들중에 더 예쁜 건 없는지 이것저것 꺼내어 거울앞에 대보았지만 결국엔 처음 생각하던 옷을 입었다. 항상 이런 패턴은 반복되지만 나아지는 건 없는 것 같다.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화창한 날씨 덕분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업되기 시작했다.




지하철 벽 타일에 붙은 스티커가 인상깊어서 한컷

어제의 날을 보상이라도 하듯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기분좋게 우린 아침을 누렸다.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 그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지하철의 풍경들, 어떤 것도 지금의 기분을 망칠 건 없었다. 



- Newyork Cental Park



사실 난 어느 나라에 가든 공원을 가는 편이다. 녹색짙은 나뭇잎이 무성한 공간이라 뭐가 다르겠냐만은 나무의 종류, 잎사귀의 생김새, 그들이 뱉어내는 초록의 채도, 그곳에 흐르는 공기마저 다르다. 커다란 나무가지로 하나의 동굴을 만들어낸 곳은 사이사이 들어오는 햇빛에 마음마저 녹아내리고, 저 멀리 나무 위로 솟아오른 빌딩들과 푸른 하늘의 색이 어울리면 또 다른 현대적인 작품을 만든다. 


사실 파란 하늘과 푸르른 나무들이 무성한 공간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청량해진다. 공간이 주는 마법때문인지, 공원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표정도 밝거나, 여유롭거나. 바쁜 생활이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참으로 달콤한 여유의 미학을 또 한번 일깨워준 공간이었다. 



 

미술관으로 향하던 길, 공사현장 사인물과 길 중간중간 나는 수증기, 노란 뉴욕 택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작은 조합들이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는 순간. 



- The MoMA of Modern Art


드디오 가보고 싶었던 'MOMA'미술관에 도착했다. 현대미술관이라 그런지 굉장히 모던한 외관이었는데, 그렇다고 심심한 느낌이 아닌 심플함이 가진 고급스러움을 잘 녹인드했다. 특히 MoMA 이름이 적힌 세로 간판이 거울같은 벽에 반사되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낸 점이 인상깊었다. 조금 아쉬운건 주변의 공사현장들 때문에 아무리 카메라로 각도를 잡아도 그 느낌을 담아낼 수 없다는 점.




사실 모마 미술관을 관람하며 가장 처음 느낀건 부러움과 질투심

이런 작품들을 이렇게 쉽게 볼 수 있는 환경 자체가 참으로 부러웠고, 참으로 질투가 났다.

곳곳에는 선생님과 어린 아이들이 모여 수업같은걸 진행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거기서 또한번 느껴지는 부러움. 어렸을 적부터 이런 문화 예술을 접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앞으로 그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사실 나로썬 알수 없는 궁금증이기에, 안다해도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이기에. 조금의 부러움과 함께 이런 시설들도 한국에 많이 생겨졌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어서 무슨 작품일까 가보니, 역시나 고흐 그림.

꼭 보고싶었던 고흐의 그림을 직접 보게되다니. 작품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왠지모를 설레임에 발걸음 하나하나 슬로우무션처럼 움직여졌다. 무슨말을 더 할 수 있으랴. 이 한곳에 서서 한 참을 서있었던 것 같다.





대표적인 야수파인 앙리 마티스의 'Dance' 라는 작품

처음 마티스가 이 작품을 파리 대중에게 선보일 당시, 관람객들은 인간의 몸을 의도적으로 조악하게 단순화하고 투시법과  원근법을 생략한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한 평론가는 온전한 그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춤추는 인물들에게서 느껴지는 리듬은 본능과 자연이 빚어내는 리듬이라며 극찬을 했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보면 예술이라는 장르가 정말 한끗차이가 아닐 수 없다. 누군가의 재능을 알아봐준 다는 것, 또 그것을 다수가 받아들여주고 마음을 준다는 것. 예술이라는 분야는 정말 신비한 영역임은 분명하다. 



르네 마그리트의 '잘못된 거울' /  앙리루소의 '잠자는 집시여인


나는 미술관이든 박물관이든 설명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냥 무심코 지나가다 놓치는 부분이 예술에는 많기 때문이다. 그런 설명이 오히려 작품을 이해하는 것에 방해를 준다는 반대편의 의견들도 존중하지만, 아무래도 난 그냥 작품을 보며 느끼는 감정의 스펙트럼도 작고, 편협하다. 그러기에 새로운 소스들을 점처럼 던져주어 내가 이어갈 수있게 해주는 작업들이 오히려 좋고 즐겁다. 



미술관의 명성답게 뭐하나 놓친 공간이 없다.


공간이 멋져서일까. 

멋진작품에 사람이 어우러져 더할나위없이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와버렸다.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



MOMA 미술관을 나와 바로 길에서 마주칠 수 있는건 길거리의 예술가들이다. 비록 길거리에 간이로 설치한 것이지만 공간 활용도 100%이상을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에 열정이 뭍어났고, 그 열정들이 녹아 전시되어있는 작품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사실 일어나서 제대로 된 끼니를 먹지 못해서 갑자기 배고픔이 밀려들어왔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그가 그토록 침이 닳도록 말했던 하랄! 모마 옆, 트럭에서 파는 하랄가이즈라는 음식이 잘팔려 한국에도 그 브랜드가 들어왔다. 

할랄가이즈는 미국 푸드 트럭 음식의 제왕으로 불릴 정도로 현지인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그 명성을 한번 확인해보고자 주문! 컨베이어 벨트처럼 뚝딱하니 이미 포장 끝.

오...?! 뭐든 맛있게 한다는 시장기 때문일까? 그와 경쟁하듯 먹다보니 이미 빈접시만 앞에 놓여있었다.



 


슬슬 걸어서 브라이언 파크로 갔다. 가는길에 마주친 5번가와 6번가 사이에 있는 록펠러센터(Rockefeller Center). 이 곳 70층에 오르면 맨해튼과 센트럴파크의 탁 트인 전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되었다. 그는 미국에 몇년을 있으면서도 올라간 적이 없다고 했다. 아무래도 먹고살기 바빴던 시절이라 무료로도 풍경좋은 곳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구지 돈을 내며 올라가서 보는건 사치로 느꼈던 것 같다. 



- Newyork, Bryant Park

자연을 좋아해서 그런가. 브라이언 파크에 도착한 순간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을 법한 정원이고, 벤치일뿐인데 이게 뭐라고 그리 예뻐보이던지. 




길죽길죽한 나무들이 뻗어놓은 가지에 무성히 덮힌 나뭇잎들이 그늘을 만들어 아늑한 휴식공간을 만들어준다. 공부하는 사람, 늦은 점심을 먹는 사람, 미팅을 하러 온사람, 잠시 휴식을 취하러 온 사람.

크지 않은 아담한 공간 내에는 다양한 목적으로 공원을 찾은 사람이 즐비했고, 무더운 날씨에 조금은 묵직한 공기가 애워싸고 있었다. 가운데 네모모양의 반듯한 잔듸밭에는 영화상영 이벤트도 진행한다고 하는데 그 기간이 맞지않아 볼 수는 없었다. 



의자 2개를 사용하여 한쪽의자에는 엉덩이를, 한쪽의자에는 다리를 뻗고 세상 여유로운 기운을 풍기는 어느 여자의 뒷모습에 자꾸만 눈이 갔다. 아무 걱정도, 근심도 없는듯한 편안한 모습. 그렇게 스틱과자 몇개를 먹고나선 책가방에서 프린트 물을 꺼내 공부를 하기 시작한다. 시장바닥처럼 다닥다닥 붙은 커피숍에 붙어앉아 양쪽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노트북 혹은 영어책 등을 펴며 공부하는 우리나라의 흔한 풍경이 겹쳐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근처를 여유로이 돌다보니 보이는 블루보틀. 한국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핫한 브랜드라 그런지 마법에 홀린듯 매장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의 시그니처 메뉴라 마셔보았는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내가 한국에서 즐겨찾는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숍이 더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른 하늘에 두둥실 새하얀 구름. 하늘이 너무도 맑았던 오후, 아쉬움을 남겨둔채 설레임 담긴 발걸음으로 우린 미트패킹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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