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완성하는 순간

완성했다는 걸 어떻게 알까?

by 김영지



드라마 '런 온'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다. 그림을 그리는 학생에게 친구가 묻는다. "완성되는 순간은 어떻게 알아? 알긴 알아?" 그러자 그림을 그리던 사람은 대답한다. "수백 번 그려도 완성이란 느낌이 안 들 때도 있고. 하루 만에 다 됐다 싶을 때도 있고. 그러다 보면 수정할 게 생기기도 하고."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하며 우리가 몇 번이고 다짐한 건 '즐거운 만큼만 하자'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자'였다. 이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주문이었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끝까지 해내기가 어렵다. 그렇게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한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우리끼리 너무나 즐겁게 만들었다. 아, 이러다 상 받으면 어쩌지? 생각보다 너무 잘 팔려서 출판사에서 연락 올지도 몰라. 사인도 준비하고 우리끼리 출판사 이름도 정하고 북 치고 장구치고 김칫국 마시며 키득거렸다.


하지만 잘하고 싶은 마음은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늘 남아있었나 보다. 나는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이야기를 남편에게 보여줬다. 남편은 '뭐, 나쁘지 않아'라고 답했다. 그 말이 내 깊은 곳을 자극했다! 나쁘지 않다고? 나쁘지 않다니. 대단히 좋지는 않아도 꽤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는데 나쁘지 않다니!


이건 그림을 그리던 추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추에게 그의 그림이 '금방 그린 그림' 같다고 했다. 추는 그 말을 곱씹으며 자신의 그림을 다시 들여다봤다. 분명 그 단순한 느낌이 매력이었는데 그 말을 듣고 보니 정말로 금방 그린 그림 같았다. 그건 꼭 쉽게 그렸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 후로 추가 보내온 그림들은 품이 많이 드는 그림이었다.


정말 즐거운 만큼만 할 수 있을까? 우리 둘만의 재롱잔치로 마치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의 괴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걸까? 그전에 어느 순간에 '완성'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이야기를 '완성'한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야기를 완성하는 과정은 정말로 괴롭고 이걸 완성해도 내 마음에 찰지 확신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포기해버리면 쉬웠다. 아무도 내가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걸 알지도 못하고 그저 나만 잊으면 아주 간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완성하고 싶다. 우리 마음에 차는 이야기를 '완성'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아기를 재우고 다시 책상에 앉았다. 어제는 잘 풀릴 것 같았던 이야기가 오늘은 그렇지 않다. 어제는 잘 그려지던 것이 오늘은 그렇지 않다. 짧은 이야기책 하나를 만드는데 이렇게 많은 글과 그림을 만들었다 버리길 반복해야 한다는 걸 새롭게 배우고 있다. 하지만 꼭 완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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