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4.25. 육아 경력 142일째
A. 신생아 수면교육
B. 4개월 잠퇴행기
A. 신생아 수면교육, 꼭 울려야 하나? 아니다!
아기가 태어난 뒤 우리 부부의 가장 큰 화두는 '수면 교육'이었다. 대부분 혼자 잠들 때까지 아기가 울다 잠드는 방법을 많이 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아기의 울음을 견딜 수 없는 부모들은 결국 포기하고 안아 재우거나 젖 물려 재우는 방법을 택하는 듯했다. 이서는 잘 자는 아기라 신생아부터 80일 경까지는 하루에 깨어있는 시간이 3-4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젖 먹다 잠들거나 깼다가 다시 잠드는 경우가 많아 수면교육을 제대로 시작할 기회조차 없었다.
'잠을 잘 자는' 신생아는 순둥이로 불리지만, 실은 각성 호르몬이 약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아기들은 50일 이전까지 각성 호르몬과 수면 호르몬이 균형을 잡지 못해 힘들어한다. 어떤 아기는 각성 호르몬이 더 원활해 잠을 잘 못 자고 어떤 아기는 수면 호르몬이 원활해 깨어있는 시간이 적은 것이다. 아기가 잘 자도 부모는 힘든데 잘 못 자면 더더욱 괴로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아기는 열심히 자라고 있다는 것..
수면교육은 6주~8주에 시작해 4개월 경에 마치라고들 한다. 태어난지 백일이 지난 4개월 경에는 두 호르몬이 균형을 잡아 낮밤의 경계가 확실해지고 아기가 어른과 같은 수면 패턴이 생기기 때문이다. 신생아 시절에는 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어 젖을 먹다 잠들어 눕혀도 그대로 자기도 하고 안고 있다 잠들어 눕혀도 깨지 않는다. (물론 등센서는 다른 문제) 하지만 4개월이 되면 어른처럼 깊은 잠으로 빠져드는 데 일정 시간이 걸리는데 이러한 변화를 겪는 동안 아이들은 잠을 잘 자지 못한다. 그래서 이 시기를 '잠 퇴행기'라고 부르지만 내 생각에는 '잠 변환기'라 부르는 것이 더 명확한 표현일 것 같다. 이 시기를 잘 지나고 나면 오히려 더 긴 잠을 잘 잘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수면 교육 방법을 알려주는 곳은 다양하지만 막상 아기를 키우다보면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나도 그랬다.. 공부가 부족한 상태로 아기는 아직 패턴이 없는데 남편이 먼저 6주경 수면교육을 시작해 다투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시도할 때에는 양육자가 제대로 공부하고 아이의 상태를 파악해 적절한 시기에 일관된 태도로 임해야 한다는 거다. 결국 우리가 했던 방법은 아래와 같다.
0. 낮밤 알려주기 / 밤잠 길이 조절
신생아는 아직 낮밤을 알지 못하고 호르몬 균형도 맞지 않아 언제 자고 깨야하는지 모른다. 아침에 처음 햇빛을 눈으로 보고 15시간 후에 잠을 푹 자게 해주는 멜라토닌이 생성된다.
그러니 신생아를 집에 데려온 날부터 부모가 정한 아침 시간(예로 6-7시경)에는 커튼을 걷어 빛이 들어오게 하고 라디오나 음악을 틀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든다. 낮에는 다양한 소음을 경험하게 해준다. 세탁, 청소, 설거지 소리 등을 들으며 낮잠을 자게 한다.
반대로 밤에는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고 쉴 수 있도록 해준다. 만약 아이가 낮밤이 바껴있다면 오전 9-10시경/오후 4-8시에 일부러 안고 돌아다니며 말을 걸고 조금이라도 깨어있게 한다.
신생아(처음 30일) 시기가 지나면 오후 5-7시에 깨어있데 하는 것이 밤잠을 길게 자는 데 도움이 된다. 이서도 50일 이후 이 시간에 깨어있게 한 뒤로 밤잠이 5-7-8시간으로 점차 길어졌다.
100일 이후에는 5-8시, 5개월 이후에는 4-8시에 깨어있도록 점차 밤잠 전의 노는 시간을 늘린다.
1. 수면의식을 먼저 (밤잠 먼저)
수면의식은 목욕, 잠옷 입히기, 자장가, 동화책 읽기 등 다양하지만 우리는 목욕만 했다. 동화책 읽기는 아기가 좀더 크고나면 시도해보려고 한다. 부모가 편한 것을 선택하면 되고 아기가 편안해하는 거라면 뭐든 괜찮다. 그저 같은 시간에 같은 방법으로 아기에게 잘 시간이라는 신호를 주는 것뿐이다. 이서는 2주 정도 지나니 목욕을 하고나면 젖 먹고 싶다는 시늉을 했다. 젖 먹는 동안 스스로 잘 준비를 하는 게 부모에게도 느껴진다.
아기들은 저녁 6-8시 사이 호르몬 분비로 잠투정을 많이 부린다. 그래서 이 사이 시간에 따뜻한 물로 목욕해주고 마사지해주며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는 아기가 60일쯤 됐을 때 이제부터 일관된 방법으로 아이를 대하자고 서로 약속했다. 이서는 오전에 조금 깨서 놀다가 오후부터는 밤잠처럼 새벽까지 잤다. 그리고 새벽에도 두시간 간격으로 계속해서 수유를 원해서 낮잠과 밤잠 경계 없이 두시간 마다 깼다.
이때부터는 오후 5시 이후로는 안고 집안을 돌아다니며 신기한 것을 자꾸 보여주며 깨우고 6시 반에 목욕하고 수유한 뒤 여덟 시쯤 잠들게 했다. 실제로 5-8시 사이에 깨워두는 것이 밤잠을 잘 자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한 뒤 처음에는 5시간을 내리 잤고 점점 시간이 길어져 새벽 수유를 스스로 줄였다. 낮에는 먹고 나면 일부러 조금 깨워 놀아줬는데 그렇게 낮잠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백일 쯤에는 10시간 통잠을 자기도 했다. 물론 통잠은 있다가 없기도 했다. 4개월령부터는 새벽 수유는 잠든지 7시간 이후 한 번만 했고 나머지는 쪽쪽이로 재웠다.
2. 수면 리듬을 타도록 기다려주기
낮이든 밤이든 아기는 종종 잠울음을 운다. 이건 몇 번 듣다보면 완전히 깨어있을 때 울음과 소리가 다르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잠꼬대처럼 우는 건데 이 때는 양육자가 반응을 하면 오히려 아이의 잠을 깨우게 된다. 그래서 잠든 이후에 아기가 울면 나는 방문 앞에 서서 잠시 기다렸다. 몇 번 울다가 멈추고 잠드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는 자다가 아기가 울어도 5분에서 10분 정도 월령에 따라 시간을 늘려가며 기다려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아기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이서는 4개월차부터 낮에는 늘 짧게 자고 잠 연장이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밤잠은 잘 깨지 않고 잤는데 눈을 뜨고 깼을 때는 빠르게 다시 재우지 않으면 오히려 잠이 깨서 한시간이나 깨어있기도 했다. 아기에 따라 조금씩 방법은 다른 것 같다.
3. 완전히 잠들기 전에 눕히기
'완전히 잠들지 않은' 상태라는 건 젖을 먹이거나 안아서 아이를 재우더라도 가물가물하게 완전히 잠들지 않은 상태로 눕혀 누워서 잠드는 것이라는 걸 알려주는 거다.
나는 이게 제일 어려웠는데, 이서는 젖 먹으면서 깊이 잠들고 순간적으로 확 잠에 빠져 깨우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하루 한 번이라도 아이가 깨어있다 잠들 때 쪽쪽이로 연습하는 거였다. 60일이 지나면서 갑자기 아기가 젖을 다 먹고나면 눈을 떴다. 그래서 아기가 깨어있는 오전 두 번은 먹-놀-잠 순서를 지켜 쪽쪽이를 물고 혼자 잠드는 연습을 했고 오후에는 잠이 많아져 다시 젖을 먹고 계속 이어서 잠을 잤다.
4. 본격적인 수면 교육은 수유텀이 2시간 반 이상/먹놀잠 가능할 때
이건 세 아이를 모두 수면 교육 성공했던 분이 알려주신 팁이다. 이서는 소화력이 약해서 첫 두달은 한시간 반 간격으로(눙물....) 젖을 먹었는데 그래서는 먹고 자느라 바빠서 노는 시간을 만들 수가 없었다. 아이마다 텀과 먹-놀-잠 순서가 잡히는 시기는 다른 것 같다. 신생아 때부터 알려주라고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이서처럼 잠이 많은 아이들은 그렇게 일찍 가르치기는 어렵다. 맘카페에도 검색해보면 80일, 100일이 지나며 아이들이 알아서 먹놀잠을 한다는 후기가 꽤 많아서 나도 이서가 스스로 시작할 때까지 기다렸고 60일이 지나니 먹고 눈을 뜨고 놀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면교육을 시작하려는데 아이가 삼개월이 지나도 먹놀잠을 하지 않는다면 조금씩 부모가 가르쳐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이 일은 굉장히 귀찮은 일인데, 먹고 자던 아이가 깨서 놀고 재워주는 시간까지 생기니 처음에는 상당히 귀찮다. 하지만 이 때의 연습을 잘 해야 4개월이 지나 정말로 잠 때문에 힘들어지지 않는다.
수면교육에 관련된 자료를 보면 대부분 패턴이 어느정도 잡히고 수면의식으로 밤잠의 경계가 확실해진 때에 아이가 잠자는 타이밍을 알 때 시작하라고 한다. 수면교육이라는 건 대부분 '혼자' 잠드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나는 아이가 '양육자의 도움을 받거나 스스로' 잘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서는 마냥 울려 가르치지 않았다. 이서도 80일경 급성장기가 오면서 젖물잠(젖을 물어야만 자고 입에서 유두가 빠지면 깨서 우는 상태) 습관이 드는 바람에 이전에 혼자 잘 자던 아이를 결국 힘들게 다시 가르쳐야만 했다.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안눕법'이라고 알려진 것과 비슷하지만 가만히 안기만 하고 토닥이지 않는 안눕법과 달리 우리는 적극적으로 아이를 달래줬다. 이서의 성향에 맞춘 방법을 선택한거다.
졸리면 젖을 찾으며 울기 시작한다. 그때 쪽쪽이를 입에 대주는데 처음에는 심하게 거부하고 더 운다. 심하게 울면 안아 올려 달래주고 울음이 잦아들면 다시 눕히고 쪽쪽이를 주고, 이 과정을 아이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반복한다. 우리는 밤잠 수면의식과 시간이 완전 자리잡고 수유텀이 두시간 반으로 잡힌 상태라 밤/낮잠을 같이 시작했다. (일반적으로는 밤잠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특히 아이가 이전 잠에서 깬지 얼마나 지나면 졸려하는 지 파악하고 있다면 더 수월하게 가르칠 수 있다. 양육자가 아이를 많이 파악할 수록 아이도 부모도 덜 힘들다. 이서는 이전 잠에서 깨서 두시간 오분이 지나면 졸려하고 두시간 십분이 지나면 금방 잠든다.
처음에는 30분 걸리던 게 점차 시간이 짧아져 삼일 째에는 10분 정도 걸렸고 그 후에는 울지 않고 잤다. 하지만 수면교육을 한 뒤에는 아기가 완전히 자리잡기까지 기복이 있어서 자는 시간이 짧아지기도 하고 울음이 줄어들다가 갑자기 더 길고 강해지기도 한다. 밤잠을 적응시키는데 한 달이 걸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부모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아이도 괜한 시도에 상처받지 않고 부모도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
첫 날에는 남편이 울음소리를 못 참겠다고 그냥 젖을 물리면 안 되겠냐고 했다. 결국 남편을 나가서 바람 쐬고 오도록 하고 내가 혼자 달래서 재웠다. 둘째 날에는 어제 그렇게 울고도 부모 보고 웃는 아기 때문에 내가 엉엉 같이 울었다. 그래서 둘째 날에는 남편이 했다. 그래서 수면교육은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날 시작하는 게 좋다.
*참고한 영상들
수면교육을 어떻게 할지 완벽한 계획을 세울 때까지 각 영상을 열 번 넘게 본 것 같다.
#154 잠 잘자는 비법#1 제대로 알려드립니다 - YouTube
[육아]수면교육!! 언제부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드디어 통잠자는 아기 l민주선생님l - YouTube
[육아] 수면교육과 통잠은 언제, 어떻게?/실제 수면교육 영상/ 울리지 않고 하는 수면법? l 민주선생님l - YouTube
수면교육 3편| 가장 많이 하는 수면교육 방법 3가지 | 안눕법 쉬닥법 퍼버법 | Baby sleep training - YouTube
B. 4개월 잠퇴행기
4개월에 어른처럼 잠 패턴이 바뀌고 낯을 가리기 시작하며 시력과 시야가 발달하고 뒤집기를 시작하며 아이에게 큰 변화가 찾아온다. 그래서 세상이 낯선 ㅎㅎ 아이들이 그 변화가 힘들어 잠을 잘 못 자게 된다고 한다. 이서는 90일부터 갑자기 10시간 통잠을 자다가 백일이 지나면서 점점 깨는 주기가 짧아지더니 110-130일 경에는 밤새 기본 세 번, 심할 때는 한 시간 간격으로 깼다. 이 시기 경험과 검색으로 알게 된 것은..
1. 잘 자던 아이가 한 시간 간격으로 깰 때는 배고픈 거다.
아무리 잠퇴행기여도 아이가 한 시간 간격으로 깰 때는 중간에 한 번 젖을 먹이는 것이 좋다. 아이가 빨리 통잠 자길 바라는 것은 엄마의 바람이지만, 아이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한 시간 간격으로 깰 때마다 먹여야 한다는 건 아니다. 전날 먹은 양과 자기 전 먹은 시간과 양을 생각해서 적게 먹었다면 4개월 아이 기준 6-7시간을 잔 뒤에는 한 번 먹여주는 것이 좋다.
2. 4개월령 아이는 젖을 먹고 잠들면 5-7시간을 내리 잘 수 있다.
전문가들의 말이다. 아기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아기를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서는 잘 자는 아기라 잠든지 7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깼을 때는 쪽쪽이로 다시 재웠다.
3. 빨리 재우려고 젖을 먹이지 말자.
아이가 자주 깨더라도 수유 횟수를 무작정 늘리는 것은 잠퇴행기가 지난 뒤에도 젖을 찾아 서로 고통스럽다. 6개월에는 밤수유를 끊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최대한 같은 방법으로 아이를 재우는 것이 중요한데 양육자의 체력이 뒷받침돼야.. 이렇게 아이가 특히 더 힘들게 할 때는 부부가 함께할 수 있다면 더 좋다. 낮에라도 엄마를 자게 해달라....
4. 다시 돌아온다
이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아이는 다시 원래 패턴으로 돌아온다. 주변에서 먼저 아기를 키운 언니들이 그렇게 말했지만 막상 아이가 너무 잠을 못 자니 믿을 수 없고 너무 불안했는데 이서도 돌아왔다. 130일이 지나면서 조금씩 낮잠이 4회에서 3.5회로 줄고 수유텀이 더 길어지고 140일이 지나서는 밤에도 수유는 안 먹고 쭉 자거나 한 번만 먹는 것으로 돌아왔다. 장장 40일의 싸움이었다.. 엄마는 삭신이 아프지만 괜찮타 ^.^
아이를 잘 재우는 것은 모든 양육자의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다. 쪽쪽이를 쓰지 말라거나 혼자 자야 한다거나 여러 말이 있지만 나는 다양한 방법을 잘 지혜롭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서는 쪽쪽이는 잘 때만 쓴다. 낮에는 치발기나 다른 인형을 갖고 놀고 잘 때만 쪽쪽이를 쓰니 쪽쪽이를 주면 잔다는 걸 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숨소리가 바뀌고 5-10분이 지나면 쪽쪽이를 빼준다. 그러지 않으면 쪽쪽이가 습관이 되어 입에서 빠지면 잠에서 깨버릴 수 있다.
잠친구 인형(애착인형)은 70일쯤부터 내가 인형놀이를 해주며 만지고 안아보게 해주고 잘 때 자꾸 곁에 두고 손에 쥐게 했다. 백일이 지나면서는 조금씩 존재를 느껴서 지금은 인형에 얼굴을 부비거나 안고 잔다.
공부하시면 그만큼 잘 할 수 있슴다. 모두모두 잘 알아보시고 각자와 아이에게 맞는 방법으로 행복한 육아 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