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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지 Jan 06. 2023

언제 이렇게 커서

2021.5.2. 육아 경력 150일째



어릴적 사진을 보거나 내가 중학교에 가거나 고등학교에 가거나 대학교에 가거나 결혼을 앞뒀을 때, 아빠는 '그렇게 작았었는데 언제 이렇게 커서..'라고 시작하는 문장을 종종 말했다. 그때마다 아련하게 과거를 추억하는 촉촉한 눈빛이었다. 나는 그때마다 흐흐 웃으며 속으로는 언제까지 그렇게 작았다고 할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이렇게 큰게 얼마나 오래된 일인데!


이 쪼그만 이서를 보고 있자니 참기도 전에 입 밖으로 자꾸 그 문장이 나온다. '그렇게 작았었는데 언제 이렇게 커서' 아기 욕조에 눕히면 물에 빠질 것 같던 애가 이제는 욕조 위로 머리가 올라오고, 몇 주 전에는 못 잡던 장난감을 두 손으로 쥐고 뒤집기를 하고, 이제는 되집기를 해서 굴러서 엄마에게 찰싹 붙어 헤헤 웃고... 그렇게 자기가 움직일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원하는 쪽으로 몸을 움직여 엄마나 아빠나 목표물로 손을 뻗는다니. 그렇게 작았었는데!


우리 부부는 벌써 이 말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외치며 촉촉한 눈빛으로 아기를 바라본다. 고작 150일쯤 산 애를 보면서.


아마 이 말은 이서의 평생동안 내 속에 맴돌겠지? 그렇게 작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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