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경력 1232 일째. 브런치 백 번째 글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고 그 사이에 둘째 이한이의 돌이 지났다. 이한이가 돌을 앞둔 며칠 전에 언제나처럼 양쪽에 이서와 이한이를 앉히고 밥을 먹었다. 종종 이서가 아빠 옆에서 밥을 먹겠다고 하는 날도 있지만 보통 우리는 이렇게 앉는다. 나는 내 밥을 먹으며 이서가 돌아다니지 않도록 알려주면서 이한이 밥을 먹인다. 이유식을 시작한 처음 한 두 달을 지난 뒤로 이한이는 늘 밥을 잘 먹지 않았다. 그날도 입을 꾹 닫고 고개를 가로젓는 이한이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이한아, 엄마가 이유식 더 신경 써서 해줬어야 하는데.. 이렇게 6개월이 그냥 갔다.' 마주 앉아 밥을 먹던 남편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이 말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정말로 최선을 다 해서 이유식을 했다! 이한이 잘 먹여서 무사히 분유 끊는 걸 목표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더우나 추우나 몸이 아픈 날도 이유식은 거부하고 분유만 찾는 이한이의 입맛을 맞춰보려 온갖 노력을 다 했다. 이유식 기계도 새로 들여 써봤고 밥솥으로도 해보고 채수를 끓여 죽도 만들어 보고 식감이 문젠가 싶어 갈아도 보고 다져보고 전도 부쳐보고 분유빵이나 퓌레를 넣은 쌀빵도 만들었다. 낮에는 두 아이를 혼자 돌보고 짬짬이 이유식 레시피를 찾아보고 아이들이 잠들면 밤 열 시가 훌쩍 넘었는데 그 후에 이유식을 만들곤 했다. 자유시간은 없었다. 이한이 밥 하다 지쳐서 나머지 셋은 라면 끓여 먹은 날도 많았다. 그래도 이한이는 잘 먹지 않았다. 호불호가 분명한 아이라 돌 전에 다양하게 맛보고 편식하지 않게 해주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실패다.
하지만 기억하자. 그게 엄마의 실패는 아니다.
이서도 그랬듯 이한이를 키우며 여러 고민이 있었고 그때마다 공부하며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시도하며 이한이에게 맞는 방법도 찾았고 이한이가 크며 나아지기도 했다. 이한이는 분유를 무사히 끊었지만 이제는 밥을 잘 먹지 않고 우유로 배를 채운다. 지금의 내 고민들도 시간이 지나며 나아지겠지. 그러길 기대한다. 이서는 이맘때 이미 숟가락질도 잘하고 컵으로 물도 마셨는데, 하고 밥을 너무 안 먹어 숟가락을 쥐어주지도 못하고 쫓아다니는 지금이 서글플 때도 있지만 열 살 돼도 숟가락질 안 하는 애는 없을 거라 생각하고 동동거리지 않기로 했다.
우리 이한이 일 년 동안 크느라 참 고생 많았다. 엄마가 누나도 종일 같이 돌보느라 신경 못 써준 것도 많았는데 스스로 찾아 놀고 누나 보며 배우고 틈틈이 엄마에게 다가와 안기고 웃고 쓰다듬으며 애정도 많이 줬다. 혼자 앉아 책장의 책을 잔뜩 꺼내 옹알이와 엄마가 내는 의성어를 따라 하며 읽다가 책을 직접 들고 걸어와 읽어달라고 무릎에 앉는다. 그렇게 자기 성향에 맞는 삶을 꾸려간다. 씩씩하고 애교 많고 똑똑한 문학 소년 이한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히 안전하게 자라길 엄마가 잘 도와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