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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지 May 11. 2024

영적 학대 Spiritual Abuse

엄마 경력 1254일째



이한이가 걷기 전까지 나는 이서를 일단 안아주고 이서의 말을 잘 들어주고 할 수 없는 일도 방법을 찾아주고 실수하더라도 최대한 현실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려 했다. 그동안 나는 이서에게 꽤 좋은 엄마였다.


그러나 재작년부터 남편이 바빠져 자유시간이 너무 없고 두 아이 케어하며 집안일도 혼자 거의 다 하게 되면서 나는 점점 지치고 예민한 엄마가 됐다. 최근에는 한동안 교회 일로 괴로워지며 지난 두 달간 이서를 윽박지르며 통제하면서도 ‘나의 인간적인 생활은 어딨나’하며 마음의 부채를 깎곤 했다.


하지만 나도 남편도 이번 교회 일을 지난 뒤 다음 사역지에 힘내어 가야 하고 우리 마음과 가정도 회복해야 함을 알았다. 상담도 받으며 우리가 교회 안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일이 ’영적 학대 spiritual abuse‘라는 걸 알았다. 교회 내 권위자가 그 권력으로 거짓을 말하고 상처를 주고 그것을 품지 않고 권위와 관계로 덮는 것. 우리는 자초지종을 너무 깊게 알고 있었으며 처음 겪는 일과 사람이라 나도 남편도 배신감, 미움, 정죄, 슬픔, 불쌍함 등 다양한 감정을 지났다. 남편은 사랑한다면 알려줘야 한다며 직접 마주해 잘못을 인정하면 이 모든 소문은 끝난다고 외쳤고, 나는 사랑하지 못하면 그 마음이라도 쏟아내지 않으려 최대한 거리를 뒀다. ’학대‘라는 단어의 무게감과 충격을 생각하면 우리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성경에서 수없이 이런 잘못된 지도자에 대해 설명하고 경고하는데 과제로 받은 구절을 읽으며 이전과 전혀 다르게 생생하게 와닿는다.


동시에 내가 이서에게 이런 비슷한 행동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서에게 가장 가깝고 친밀하며 믿을만한 권위자였던 내가 나의 괴로움으로 인해 아이에게 내 감정대로 행동하며 거절하고 누르는 것.

이서를 처음 뱃속에 품고 내 마음에 품었던 생각을 다시 떠올린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부모의 선택이 큰 몫을 한다. 그러니 아이는 죄가 없다. 세상에 태어난 아이를 사랑으로 품고 이 아이가 스스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의 정서를 키우는 것은 부모의 의무다. 인간을 기르고 가르치는 일은 제대로 하려면 세상의 그 어떤 일보다 쉬울 수 없다. 그래서 대부분 엄마는 아이를 위해 희생하게 된다. 그럼에도 스트레스를 일정 부분 아이에게 풀거나 악 쓰지 않고 사랑으로 가르쳐야 한다. 밝고 기특하고 씩씩한 나, 가 되어야 한다.


이 마음을 얼른 지나고 싶다. 어린 시절부터 병든 교회를 많이 경험했다. ‘담임 목회자’가 있는 교회는 어디든 담임 목회자의 태도와 생각이 지배적으로 드러나는데 그간 많은 담임 목회자를 만났지만 진정 성경적인 리더십으로 좋고 싫음이 아닌 옳고 그름 앞에 서며, 낮아지고 섬기고 낮은 자들을 보호하여 존경받는 목회자는 단 한 번 만났다. 그러한 선배 목회자와 사모를 만나길 바라면서 동시에 나 또한 그런 엄마가 돼야 한다고 다짐한다. 나의 말과 행동과 결정이 아이들에게 신앙 고백이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알고 함께 괴로워하는 다른 사역자들 중에는 맡은 성도들이 있어 교회 안에서 괴로워도 참고 견디는 이들도 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신앙을 고백해야 할지 고민한다. 남편은 담임 목회자와 방향이 다르다면 교회 안에서 서로 등지고 멀리 하는 것보다 부사역자가 떠나는 것이 서로에게 낫다는 걸 느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역자들과 상처입는 성도들이 리더들의 거짓 앞에 수많은 녹음, 영상, 서면 증거를 갖고도 공개하지 않고 기다렸다. 또 리더들이 그 모든 것이 거짓임을 결국 인정한 후에도 사과하지 않았지만 계속 기다린 이유는 모두 같았다. 그들의 진정한 회개와 사과를 기다린 것이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유일한 해결책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사과는 건너뛰고 자신들이 잃은 선한 이미지와 관계를 잃을까 바삐 사람을 만나고 성도가 성도를 공격하는 것을 손 놓고 보며 아니라면서도 다 들킬 은근히 새로운 거짓을 흘리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며 본질을 흐릴 뿐이다. 거짓은 거짓을 낳고 죄는 죄를 낳는다.


진정한 사랑은 이벤트를 챙기고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칭찬하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그 사람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죄를 덮어주는 것이 아닌, 그가 자신의 잘못을 알도록 권면하고 그것을 회개하길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진정으로 수치를 감당하고도 회개했을 때 그를 안아주는 것이다. 원수도 사랑하라는 절대 명령 앞에 이번 일에서 나와 남편도 수없이 무너졌다. 우리 또한 실컷 그들을 미워했다. 그러나 결국 사랑 앞에 무릎 꿇는다는 것은 눈에 보이고 달콤한 사랑만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쓰디쓴 말을 귀담아 듣고 다시 사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사랑이 그러하다면 내가 내게 온 아이들에게도 그런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아이들이 구원에 이르도록 길러야 한다. 가정 안에서 천국을 경험하고 부모가 본이 되어 진실하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목회자의 아이는 교회 안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특수한 환경일 수 있지만 내 아이의 상처만 중하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사역을 그만두기로 결정했고 그 결정으로 끊어진 관계와 눈앞에 닥친 재정 불안을 이겨내가고 있다. 방학이어도 남편은 밤낮으로 일하느라 바쁘고 아이들은 종일 내 몫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누군가에게 옳고 그름을 알리기 위함이며 반복되는 목회자들의 죄악에 익숙해져 가는 교회 안에서 진정한 교회가 무엇인지 알리며 천국 문을 닫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럼에도 때마다 우리 가정에 필요한 것들이 딱 그만큼 채워졌다. 그것으로 우리는 우리의 방향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감사는 짧고 현실의 괴로움은 길어서 가장 가깝고 약한 아이들에게 향했다. 내가 보고 괴로웠던 것처럼 아이들을 괴롭게 한 것은 아닌가 밤마다 괴로워하면서도 준비가 안 된 채로 아침이 왔다. 그러나 늘 생각해야 한다. 이 아이들은 내 것이 아닌 나에게 맡겨진 귀한 양이다. 내 양을 먹이라, 하시는 주의 음성이 나에게 향한다.


 



에스겔 34장 4절

너희가 그 연약한 자를 강하게 아니하며 병든 자를 고치지 아니하며 상한 자를 싸매 주지 아니하며 쫓기는 자를 돌아오게 하지 아니하며 잃어버린 자를 찾지 아니하고 다만 포악으로 그것들을 다스렸도다



마태복음 23장

3.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그들이 말하는 바는 행하고 지키되 그들이 하는 행위는 본받지 말라 그들은 말만 하고 행하지 아니하며

4. 또 무거운 짐을 묶어 사람의 어깨에 지우되 자기는 이것을 한 손가락으로도 움직이려 하지 아니하며

5. 그들의 모든 행위를 사람에게 보이고자 하나니 곧 그 경문 띠를 넓게 하며 옷술을 길게 하고

6. 잔치의 윗자리와 회당의 높은 자리와

7. 시장에서 문안받는 것과 사람에게 랍비라 칭함을 받는 것을 좋아하느니라

8. 그러나 너희는 랍비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 선생은 하나요 너희는 다 형제니라

9. 땅에 있는 자를 아버지라 하지 말라 너희의 아버지는 한 분이시니 곧 하늘에 계신 이시니라

10. 또한 지도자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의 지도자는 한 분이시니 곧 그리스도시니라

11. 너희 중에 큰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

12.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13. 화 있을진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여 너희는 천국 문을 사람들 앞에서 닫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 하는 자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도다



시편 23편

1.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2.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3.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야고보서 3장

16. 시기와 다툼이 있는 곳에는 혼란과 모든 악한 일이 있음이라

17. 오직 위로부터 난 지혜는 첫째 성결하고 다음에 화평하고 관용하고 양순하며 긍휼과 선한 열매가 가득하고 편견과 거짓이 없나니

18. 화평하게 하는 자들은 화평으로 심어 의의 열매를 거두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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