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잎클로버처럼 Mar 06. 2022

인생쉼표의 순간에 함께했던 끄적끄적

쓰기와 함께 성장한 시간들

그 순간을 담아놓은 기록을 돌아본다.




꼼지락 꼼지락

끄적끄적 


사십이 넘어서 늦게 찾은 나의 취미라고 해야 할까?

즐기고 싶은 취향이라고 해야 할까? 


어린 시절 이후 자유롭게 끄적끄적, 꼼지락 꼼지락 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사십 즈음 여유가 생겼다. 붓, 종이, 펜, 색연필, 더 나아가 드로잉을 위한 디지털기기는 각종 끄적거림의 취미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들이다. 인생의 쉼표가 주어졌을 때, 이 모든 것들을 조금씩 시도해 보았다.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서예 붓글씨를 아주 잘 써서 칭찬받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서 서예 캘리를 시작했다. 4주 동안 'ㄱ', 'ㄴ', 'ㄷ', 'ㄹ'을 연습하다가 문장연습을 시작했다. 따라 쓰고 싶은 문장을 수없이 반복했다. 열심히 따라 쓰다보면 2시간이 금방 지난다. 



서예 캘리. 먹물과 화선지만으로, 오롯이 흰색과 검은색으로 글자라는 옷을 입혀서 나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내 마음을 전달하는 훌륭한 매개체이다. 선물의 품격을 높여주는 캘리. 주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좋은 기운을 주는 캘리. 

너 참 맘에 든다. 


필사. 글을 읽다가 자꾸 들여다보며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옮겨 적어본다. 내 마음을 심쿵하게 만든 그 문장들을 블로그에 옮겨두기도 하고 노트에 적어보기도 한다. 깊이 있는 독서를 하게 하는 필사. 좋은 글에 오래 머무르도록 도와주는 필사. 

너 참 고맙다. 


글쓰기. 삶의 작은 조각들을 찾아 더 넓고 깊게 들여다보게 한다. 그 안에서 내 삶에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보고 나답게 정리하고 표현 해보게 한다. 사람들의 마음에 재미와 감동, 공감과 위로를 주는 글쓰기. 내 인생을 깊고 충만하게 이끌어주는 글쓰기. 

너 참 매력적이다. 




캘리의 시간, 필사의 시간, 글쓰기의 시간이 오래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가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입했던 그 시간의 여운이 길다. 이 모든 건 다 쓰기의 시간이다. 모든 쓰기가 참 매력적이다. 


조용히 생각하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느끼고 꿈꾸는 시간이 좋다. 마음을 다해 글 쓰는 시간도 그렇다. 글을 읽고 필사하는 시간도 그렇다. 글을 그리는 시간도 그렇다. 글 쓰는 시간은 내 생각을 쏟아 내야하기 때문에 말이나 글에서 표현력이 약한 나에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내안에서 웅크리고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는 것들에 대해서도 끄집어내어서 머리를 싸매는 고통의 순간도 있다. 때론 글에 대한 무게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의 글을 완성하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해보는 통쾌함이 있다. 마음껏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지만, 내가 깨달은 삶의 통찰이 누군가에게 배달 되는 것이 좋다. 삶의 순간순간을 붙잡기도 하고 음미해보는 시간이 좋다. 무엇보다 내 글에는 내가 있어서 스스로를 안아 주기도하고 토닥여주기도 하니 좋다. 일상의 모든 것이 글감이 되다보니, 이야깃거리가 풍부해진다. 그 안에서 더 깊고 충만한 삶을 누리며 성장하고 있음이 감사하다. 


하고 싶은걸 하는 시간 보다 해야 하는 걸 하는 시간이 더 많았기에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다. 이것저것 해보다가 가슴 뛰는 또 다른 걸 발견한 것이다. 사실, 여전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거나 누리지는 못한다. 잔잔한 내 인생에 활력소가 되어주길 바란다. 


 자꾸 자꾸 정이 간다. 평생 곁에 두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 아빠! 동생 낳아주셔서 고마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