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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잎클로버처럼 Mar 04. 2022

엄마, 아빠! 동생 낳아주셔서 고마워요.


아침은 정말 바빴다.

“엄마, 아빠! 언제 출발해요?”


오늘은 다음 달에 태어날 내 동생(축복이)의 성장앨범용 만삭 사진을 촬영하러 가는 날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빠 차를 타고 촬영 장소에 도착했다.


준비해온 아빠와 나의 의상에 맞추어 스튜디오에서 엄마의 캐주얼 의상과 드레스를 선택한다. 선택한 의상에 맞게 디자이너님이 엄마 화장과 헤어스타일을 살짝 손봐주신다. 엄마는 더 예뻐진 모습에 흡족해 하는 듯하다. 그 사이 아빠와 나는 옷을 갈아입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우리는 패밀리 룩을 맞춘 듯 단아하고 깔끔한 조화를 자랑하며 코디님의 요청에 따라 포즈를 취한다.

“여기보세요~~ 찰칵~~!”

엄마와 나의 사진 먼저 찰칵~! 엄마, 아빠의 사진도 찰칵~! 이어서 엄마, 아빠, 나의 사진도 찰칵~!


카메라 셔터가 쉴 틈 없이 눌러진다. 수줍은 듯 수줍지 않은 듯 미소를 머금은 엄마, 아빠, 그리고 나. 엄마, 아빠, 나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 신이 났다. 덕분에 사진 촬영은 빈틈없이 즐거웠다. 오늘은 동생이 주인공인데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 같다.


엄마는 배가 돋보이는 옷을 입었다. 배가 꽤 불러있었다. 내 배꼽은 쏙 들어가 있는데 엄마 배꼽은 뽈록 튀어나와 있다. 많이 무거워 보인다. 다음 달에는 정말 내 동생이 태어나려나 보다. 동생의 초음파 사진과 배냇저고리라고 하는 것도 촬영에 사용되었다. 초음파 사진 속 동생은 눈을 감고서 엄마 배에 기대어 평온하게 자고 있다. 동생이 기다려진다.


한 달 후, 온가족의 축복 속에서 동생이 태어났다. 동생이 태어나고 그 전과 후의 내 삶은 많이 바뀌었다. 온통 동생을 향한 눈빛과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여섯 살 동안의 내 우주가 사라졌다. 나만 바라보던 엄마, 아빠가 이제는 나보다 동생을 더 많이 보고 있는 것 같다.


동생과 잘 놀기도 하지만, 자주 다투기도 한다. 동생보다 더 혼나는 것이 늘 억울했다.


“나는 왜 태어 난거야? 나도 다시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다.”며 상처 되는 말도 서슴지 않고 했다. 엄마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눈으로 나를 꼭 안아주셨다. 엄마의 품속은 정말 따뜻했다.


동생의 돌잡이 사진을 찾다가 발견한 많은 사진들을 보는 중이다. 우리가족의 추억을 들여다보며, 까마득했던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아하하, 내 동생 너무 귀엽다.”

나도 모르게 튀어 나왔다. 이 순간은 진심이다.





열세 살이 된 나. 그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는 중이다. 내가 여섯 살 때는 이렇게 생겼구나. 엄마, 아빠도 이런 모습이었구나. 엄마, 아빠가 엄마 배 속에 있는 동생을 감싸 안고 있는데 나를 보고 있다. 나를 향한 눈빛이 너무 따뜻하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 모습이 눈부시도록 환하다. 온통 나를 향한 눈이 그렇게 반짝이고 있었는데 그때는 몰랐다.


사진속의 엄마, 아빠, 동생, 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한 번 더 웃음이 지어진다.

“엄마, 아빠! 동생 낳아주셔서 고마워요~♡”



여섯살의 지니, 동생을 기다리며~♡

아들의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쓴글이다. 

아들에게 읽어줬더니, 해맑게 웃어주며 "오오~ 잘썼네!"라며 칭찬해줬다.^^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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