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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잎클로버처럼 Mar 26. 2021

너는 특별한 아이야.


"오늘 하루 완벽했어."

함께 있는 시간이 감사해지는 순간


워킹맘으로, 주말부부로, 연고 없는 곳에서 바쁜 남편의 몫까지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게 많았던 시절, 아이는 감사하게도 입원을 할 정도로 심각하게 아픈 일은 없었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일주일에 2~3번은 지속적으로 병원을 방문하기 했지만 어린이집,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에게 통과의례이겠거니 했다.


엄마가 한가해진 걸 몸으로 반응하는 걸까? 열나고 토하고 기진맥진한 아들을 보고 깜짝 놀라 안고 병원에 달려갔더니 장염이라고 했다. 심각한 탈수 증상을 동반해서 수액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심한 장염은 처음이었다. 초등 3학년 때 처음으로 수액을 맞아본 오래오래 기억남을 일이 생긴 것이다.





사랑의 크기가 자라는 시간


머리 아프다며 하루의 대부분을 누워 지낸 아들은 천로역정이라는 책을 가지고 와서 읽어주라고 했다. 똘망 똘망 열심히 듣는다. 다시 5살의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하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 엄마의 사랑과 가족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그때로.


동생에 대한 질투가 없고, 온전한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아이는 한결 여유 있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변화되어 있었다. 더 이상 모나지 않았고, 엄마 옆에 동생도 들어올 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엄마의 평온과 여유가 그대로 전달된 것일까? 아이도 평온하고 여유 로워 보였다.


여유가 있으니 대화가 더 잘 된다.

"엄마 손은 약손~ 지니 배는 똥배~"

배 문질러주며 노래 불러주면 배시시 웃는다.


"엄마가 아팠을 때 엄마의 엄마도 이렇게 노래 불러줬단다. 그땐 아파도 따뜻한 엄마가 있어서 참 좋았어. 금세 다 나을 것 같았어. 엄마가 커서 직장 다닐 때는 아플 때 혼자 있을 때도 많았어. 참 서러웠단다. 엄마 생각도 났고. 할머니는 엄마가 아플 때 늘 기도해 주셨단다. 엄마는 기도해주시는 엄마가 너무 좋았어. 엄마도 우리 지니에게 그렇게 해줘야겠구나. 하나님 우리 지니 빨리 나아서 밥 잘 먹고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해주세요."


하루 종일 엄마와 함께한 아들의 시간도 기쁨에 멈춰있었다.

아픔을 잊어버릴 정도로 따뜻함과 사랑의 손길을 느끼고 경험한 것일까? 질투할 대상이 없는 오롯이 나를 향한 온전한 사랑을 온몸으로 느낀 것일까?

"오늘 하루 완벽했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파서 일어설 힘이 없는 아들이 거의 온종일 누워 지내며 했던 이 말을 잊을 수 없어 그 순간을 저장해 두었다. 그동안 서운했던 것 들, 맺혔던 모든 것들을 마음에서 흘려보낸 느낌이었다.


함께 있는 시간이 감사해지는 순간이었다. 사랑의 크기가 자라는 시간이었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말로 옆에 있어주고 기도해주는 엄마는 더 좋다. 엄마의 엄마도 그랬어.'


사랑해 아들~♡

하늘만큼 땅만큼.

엄마의 사랑은 언제나 변함이 없단다.

우리 아들에게도. 우리 딸에게도.


아들이 초등학교 1~2학년 때는 동생과 더 많이 싸웠고 서로를 미워했다. 아이들이 싸우면서 큰다고 하지만, "동생이 없었으면 좋겠어!", "오빠가 없으면 좋겠어!" 란 말들을 심심치 않게 했었다. 오빠보다 오빠 친구들이 자신을 더 잘 챙겨주는 게 신기하고 좋았던 동생은 오빠 친구 졸졸 따라다니기도 했고, "오빠보다 오빠 친구들이 더 좋아!" 하면, "흥, 나도 너 싫어!" 하곤 했다.


그러던 아이들은 어느덧 사이좋은 남매가 되어 있었다. 오빠가 초등 3학년을 기점으로 4학년 때는 눈에 띄게 변화되었다. 이젠 오빠 친구들보다 오빠가 더 좋다고 한다. 이제 5학년인 오빠는 엄마가 안 볼 때도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오빠의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가 나온다. 시간이 그저 흘러가기만 하지 않았고 아이들의 생각주머니도 크고 넓어졌음이 너무 흐뭇하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런저런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때론 부모의 욕심인지도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경계해야 함을 느낀다. 이런 나의 고민들을 알아차린 지인의 메시지는 나의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자녀들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 자녀들을 우리에게 맡겼다. 하나님이 우리 부모에게 의탁한 자녀들이기 때문에 더 정성스럽고 사랑스럽게 길러야 한다." 고 하셨다.


그렇다. 내 것이 아니다. 하나의 인격체이다. 정성스럽고 사랑스럽게 길러야겠다. 욕심이 생길 때마다 꺼내봐야겠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매일매일 이렇게 이야기해 주어야겠다.


너는 특별한 아이야.

하나님이 보낸 선물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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