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보다 경험으로 행복 채우기
초등 3학년.
초등 중학년 시작이다.
엄마 눈에는 아직 어리다.
그동안 첫째 아이의 하루는 학교 - 방과 후 - 학원 – 집이었다. 엄마의 휴직으로 학교와 집 사이에 놀이터 문화도 생기고 엄마와 단둘이 평일 외출 문화도 생겼다.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늘어나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경험들이 시작되었다.
아들의 새로운 경험을 위해 친구와 함께 키즈 쿠킹 클래스에 등록을 했다.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에 내가 더 설렌 시간이었다. 나의 라테 시절은... 학원은 주산학원이 다였는데... 한 시간씩 걸어 다니기도 하고, 친구랑 손잡고 버스 타고 다녔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아들에게는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서 부럽기도 하다.
아이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셰프 모자를 쓰고 칼질하고 반죽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기특하다. 때론 머리와 손으로 요리하는지 입으로 요리하는지 모를 정도로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노라니 귀엽기도 하다. 엄마가 바쁘면 꿈도 못 꾸는 상황에 해 줄 수 있는 환경이 되어서 감사하다.
선생님의 솜씨에 힘입어 맛있는 행복을 맛보고 요리가 예술이 되는 순간을 경험해본다. 이 인연을 계기로 마을 공동부엌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아빠와 함께하는 힐링 쿠킹, 집 밥의 한 수 등)을 체험하면서 새로운 경험들에 신이 나기도 했다.
"오늘 첫 요리 수업 어땠어?"
"최고~! 최고였어~!"
"오늘도 재미있었니?"
"응~ 맛있어서 좋아요(엄지 척)~! 또 벌써 다음 주가 기다려져요~~~"
라고 말해주는 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3학년 생일에도 이 곳 공동부엌 생일파티 프로그램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했다. 친구들을 초대하여 함께 요리하고 먹고 즐겼던 추억이 생겼고 그 날의 친구들과의 에피소드는 가족식탁에서 가끔 등장하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꼬마 셰프 냄새가 났던 그때를 추억하니 입꼬리가 또 올라간다. 혹시 미래에 셰프가 되어 있을지 모르는 아들의 모습을 생각해보니 좋은 추억과 경험이 되었으리라.
함께 보고 함께한 시간이라서 더 좋은 시간이었다. 행복은 특별하지 않구나! 를 느꼈던 시간이다. 그 경험들 덕분인지 지금 아들은 요리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어느 순간 계란 프라이, 라면으로 시작해서 볶음밥도 해낸다. (물론 재료는 엄마가 썰어주지만...) 작은 경험이 가져다준 변화다.
돈을 열심히 벌어 경험에 투자하라!
경험은 소유물과 달리 비교를 일으키지 않으며, 다양한 경험 활동들을 통해 우리가 누구인지 알게 함으로써 우리의 정체성을 구축하게 한다. 돈(소유)은 뺏길 수 있지만 지혜(경험)는 뺏을 수 없다. 우리의 정체성이 될 경험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다시 새겨본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경험과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소유를 위한 소비보다 체험을 위한 소비가 중요한 이유는 그 안에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우리의 인생을 바꿀 수 없지만 어떤 생각, 어떤 경험은 우리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돈으로 경험을 살 필요가 있다.
- 최인철 교수, <행복에 관한 삶> 강의 中 -
나는... 내 아이는...
어떤 경험을 할 때 재미있고, 의미 있고, 몰입할 수 있는가?
아들에게 물어봤다.
"아들~ 뭐 할 때 즐거워? 언제가 행복해? "
"응? 나? 나는... 가족이랑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보드 게임할 때랑 즐겁게 놀 때가 행복해. 그리고 요즘은 토론하는 것도 좋아. 맘에 맞는 친구랑 자주 이야기를 하는데 친구가 역사 이야기 들려주면 새로운 내용이 너무 재미있고 신나. 그리고 가끔 가족이랑 관심 있는 거에 대해서 토론처럼 이야기할 때도 좋아."
가장 행복한 순간에 대한 아이의 대답은 장난감을 사줄 때가 아니었다. 누군가와 같이 재미있게 놀았던 경험이고 즐거운 추억이 있는 체험이었다. 그 경험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것이었다. 행복은 저 언덕 너머에 있는 게 아니구나. 바로 내 앞에 있는 거구나. 아들이 일상의 행복을 정확히 느끼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우리 아이들이 키가 자라고 마음이 자라면서 좋았던 순간들의 기억을 가득 채우기를 바란다.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 행복한 삶에 대해서도 음미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엄마인 내가 먼저 행복하고 행복한 삶에 대한 확신과 명확한 기준을 가져야겠다. 나의 느낌과 행동이 곧 아이들에게 전달될 테니까.
행복한 활동에는 여행, 운동, 걷기, 먹기, 놀기, 수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휴식이 주어졌을 때 가장 하고 싶은 것을 물어보면 대부분 여행이라고 말한다. 여행은 행복 종합 선물 세트이다. 여행은 새로운 경험이고, 특히 먹고 수다 떨고 걷고 노는 행위가 한꺼번에 일어나는 활동이기 때문이라 한다.
새로운 경험을 위한 여행을 많이 해야겠다. 아이들에게도 열심히 돈 벌어 경험에 투자하라고 말한다. 요즘은 코로나로 여행에 제한이 있지만 여행을 위해서 꼭 저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경험은 꼭 거창하고 특별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경험과 추억을 선물하자.
경험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누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