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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잎클로버처럼 Mar 22. 2021

인생이 빛나는 정리를 시작하다.


출근하지 않는 아침,

전과 다른 아침,

설레는 아침을 맞이해본다.


하나만 해도 되니 좋았다. 그동안 일보다 집안일이 어려웠었다. 집안일을 조금이라도 위탁해야 했었으나 그러질 못했다. 5살, 10살 인 아이들은 이제 의사소통도 잘 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보다 육아도 더 쉬워졌다. 


그렇다. 그동안 바쁜 남편 대신 혼자서 많은 것을 해야 한다는 무게감에 짓눌려 있었던 것이다. 회사에 충성하고 하나만 열심히 하는 거 같은 남편이 부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입사의 기쁨, 설렘, 각오들은 결혼하고 육아를 병행하면서 온데간데없다. 회사를 즐겁게 다닌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물론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무게감에서 벗어남? 자유로움? 해방감을 느끼니 여유가 생겼던 것이다.


갑자기 너무 많은 것들이 평온해졌다. 아침이 조금 더 여유로워졌다. 아이들에게 빨리 빨리란 말이 더 줄었다. 조금 느려도 재촉하기보다는 기다려줬다. 저녁의 삶도 있었다. 퇴근 후 집안일에 메여 무거웠던 날들에서 아이들을 바라볼 여유로움으로 바뀌었다. 집안일에 있어서 내가 조금 더 많이 해도 그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정리정돈에 있어서 내가 더 잘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굳이 억울한 필요가 없었다.





변화의 시작에 있어서 새로운 마음으로 가장 먼저 정리를 시작했다. 맞벌이하면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정리정돈이었기 때문이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책이며, 장난감 등이 곳곳에 널려 엉망진창이었고 정리하느라 한참의 시간이 걸리고, 물건을 정리하고도 어디에 뒀는지 몰라서 한참을 찾고, 이런 일이 반복이 되니 짜증과 스트레스가 많았었다. 정리는 끝도 없었다. 아무리 정리해도 다음날이면 원래대로 뒤죽박죽이었다.


나는 정리를 하지 않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잘 버리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정리를 못했고, 물건들은 자꾸 쌓여만 갔다. 지인 집에 갔는데 깔끔하게 정리 정돈되어있음에 한번 놀래고, 모든 놀이 후 아이들이 스스로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나도 아이들도 정리 습관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되는 시점이 왔다.


새롭게 시작하는 시기에 정리정돈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습관이 안 돼있고 정리 기술이 없는 나에게는 반복되는 정리로 피로도가 높아져 갔다. 매일 같이 정리만 하다가 살 수는 없어서 정리 책과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제목이 끌려서 발견한 일본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인 곤도마리에의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읽어보게 되었고, 이후 정리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저자는 정리가 잘되면 스트레스가 없어지고 회사와 가정에서 성공과 행복이 찾아오게 된다고 말하며 정리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가슴 뛰게 만들지 못하는 물건은 가차 없이 버리라고 말한다. 정리 후에는 우리의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인생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방과 책상 정리는 한 번에 빨리 끝내고 나를 정말로 두근거리게 하는 것에 시간을 들이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진심으로 설레는 사명을 발견하는 데 정리는 분명 도움이 된다. 그처럼 진짜 인생은 '정리 후'에 시작된다."

-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中, 곤도마리에 -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경험하고 싶었다. 간절히.


책에서 알려준 맞춤형대로 다 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류, 책, 서류부터 시작해서 방별로 매일 오전 내내 정리를 했었다. 한 달이 걸리고 두 달이 걸렸다. 매일 조금씩 변화를 느끼던 남편이 흐뭇함 미소를 자주 날려줬고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와서 남편의 첫마디가,


"오~ 여기 우리 집 맞아? 자기~ 휴직 너무 잘했다~!"

깨끗하고 정리 정돈됨에 대해 가족 모두가 만족했다. 휴직에 대한 누군가의 편안함으로 보상이 되어서 좋았고 "휴직 너무 잘했다" 그 한마디가 인정받는 느낌이라 뿌듯했다. 정리로 인해 '부부 사이가 좋아졌다'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정리의 마법을 잠깐 경험했던 것 같았다. 만족스러운 정리가 쭉 유지되지는 않았지만, 첫 시작의 강렬한 경험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이후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리는 단순히 물건만 정리하는 게 아니라 일과 시간,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미니멀리즘의 핵심이었다.


아무리 듣고 읽어도 내가 끊임없이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한 번은 큰 맘먹고 도전했지만, 지속적으로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다시 옷장과 책장은 채워졌고 여전히 전혀 설레지 않는 물건에 대해서 버리기에는 망설여졌다. 


여전히 정리와 버리기는 어렵지만 더 즐기고 싶다. 정리란 그저 단순한 성격이나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들을 골라서 내 인생을 채워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정리를 통해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남기는 능력을 더 길러야겠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연구해야겠다. 


반짝반짝 빛나는 나와 우리들의 인생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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