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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잎클로버처럼 Mar 20. 2021

육아휴직, 카이로스의 시간 여행을 꿈꾸며...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수고했어그동안토닥토닥.

잠시 쉬어가자

2019.2.15


휴직을 하고 다음날 눈떠서 인별그램에 올린 나의 첫 피드 글이다.

정신없이 보낸 지난 10여 년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리고 다짐한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 것을...




초등학교 3학년 입학 전인 첫째 아이를 위한 나의 세 번째 육아휴직의 시작이다. 거창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미리 세운 것도 아니었다.


특별한 거 안 하고 같이만 있어줘도 좋다, 이때 아님 같이 있어줘도 싫어한다. 지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다. 그 시기가 얼마 안 남았다. 그 말들에 나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물론 가족과 회사의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했고, 내가 결심을 하니 상황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는 게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카이로스의 시간 여행을 꿈꾸다.


이제 온전한 나의 시간을 만들 여유가 생겼다. 아이들을 바라보고 가족을 바라보고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졌다. 이 축복의 시간을 결코 그냥 흘러가는 시간으로 보내서는 아니 됨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2년의 육아휴직 시간이 주어졌지만, 어쩌면 4년의 휴직이 될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아직은 그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었지만...) 2년 후 나와 가족의 변화와 만족도에 따라 2년 연장을 고려해 두어야 했다. 2년 후 바로 복직하면 1년 후 둘째 아이가 초등 입학이라 일하다가 중간에 휴직이란... 서로에게 염치없고 쓰기 힘든 상황이 될 지로 모르기 때문이다.


2년이면... 육아 석사를 하고 오는 건가?

비록 학위증은 없겠지만 육아 석사를 하고 오면 그 시간만큼 직장에서의 캐리어가 밀려날 뿐만 아니라 장기 휴직자에 대한 부담스러운 시선들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지금까지 쌓아온 내 캐리어를 내려놓아도 괜찮을 만한 만족도를 찾아내야 했다. 2년 동안 우리 가족이,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좋았나? 그걸로 됐어~! 가 아닌 2년 동안 난 뭐했지? 는 생각해 보고 싶지도 않았다.


육아를 위해 일을 잠시 내려놓는다는 기쁨 뒤엔 다시 복직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1년이 아닌 2년이고, 달라진 업무나 분위기에서 직장생활에 다시 적응해야 한다. 다시 직장에 돌아왔을 때 어떤 상황에서도 의연한 태도, 나를 지킬 수 있는 내면의 힘이 필요했다. 동기들과 비교나 후배들의 치고 올라오는 상황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거리낌 없이 앞으로 나아갈 힘이 필요했다.


휴직 전과 후의 삶의 차이를 온전히 누리면서 그 안에서 기쁨을 만끽하고 싶었다. 걱정과 두려움 따위에 사로잡혀 2년을 보낼 수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에게도 그 기쁨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2년을 아주 잘 보내야 했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아래의 초기 계획표는 구체적이지는 않았지만 이 리스트는 큰 틀 안에서 내 휴직의 전부가 되었던 것 같다.


<Action Plan>

1. 식사와 간식 조금 더 정성스럽게 챙기기

2. 미래 인재형(정서적 금수저)으로 키우기

3. 인생의 밑거름 채우기

4. 일상에서 행복 느끼기

5. 매일매일 꿈꾸고 성장하기


<To Do List>

1. 요리의 즐거움 맛보기(아이들과 함께하기)

2. 다양한 경험과 창의활동(여행, 한 달 살기)

3. 운동(수영), 기초학습(글쓰기, 독서력, 영어)

4. 취미생활(사진, 캘리그래피), 밥상에서 대화하기

5. 나를 성장시키는 독서와 강의 활용하기


평소에 ‘먹기 위해 산다고 말하는 남편과 아들’을 생각하면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건 우리 가족의 행복의 아주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요리에 도통 재능이 없는 나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너무도 좋아하는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나는 요리에 조금 취미를 붙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리를 1번으로 넣었다.


방학도 없고 한 달에 고작 주말을 이용한 1-2번의 여행과 경험을 이제는 더 누리고 싶었다. 그 경험 안에서 아이들의 생각과 느낌을 대화하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많은 것들을 경험으로 이해하고 공감과 대화 속에서 정서적 금수저를 만들고 싶었다. 한참 유행이던 한 달 살기도 리스트에 쏙 넣었다.


인생의 밑거름으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운동과 기초학습을 넣었다. 기초학습은 글쓰기와 독서, 영어를 선정했다. 아이들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살면서 보니 나에게도 너무나 필요했던 영역이다. 나를 표현하는데 서툴렀던 나의 약점이 아이들에게는 강점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일에 치여 일상에서 놓친 행복들을 다시금 경험하고 싶었다. 일상의 행복의 중심에는 ‘오롯이 나’였고 평소에 좋아하는 것을 더 하거나 지금 이 시간이 아니면 시작할 수 없는 취미생활의 시간을 넣었다. 그리고 더 행복해진 나를 통해 우리 가족에게 그 기운을 전파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이 전체를 아우를 나의 커다란 목표를 넣었다. 매일매일 꿈꾸고 성장하기~!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는 이 말이 너무 좋다. 나는 아직 늙고 싶지 않았다. 더 젊게 살고 싶었다. 내 심장이 ‘쿵쾅쿵쾅’은 아니더라도 ‘콩닥콩닥’으로 살고 싶었다. 집과 회사 가 아닌 곳에서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뭔가를 채워 넣어야 했다. 가장 쉬운 방법인 독서와 강의를 통해 나를 더 채우기로 했다.


2년간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인지, 나의 일상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기록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잊힐만하면 또 읽어본다.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나? 궁금할 땐 또 꺼내어 읽어본다. 어느덧 휴직 2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글을 쓰는 지금, 모두 100%는 아니지만 어쩌면 내 휴직기간을 더 알차게 지탱하게 해 준 비법 양념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일상, 행복했던 찰나가 기록된 글들을 볼 때마다 나는 늘 생각한다.

(공개 또는 비공개로 나만의 공간 SNS에라도 끄적끄적 기록한 힘은 컸다.)


이 시간의 소중함을...

더 성장하고 더 행복해져야 함을...

흘러가는 시간이 아닌 의미 있는 시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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