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잎클로버처럼 Mar 19. 2021

육아휴직, 언제 쉬느냐에 정답은 없다.


워킹맘들의 대부분은 아이의 영유아기와 초등학교 입학 즈음 휴직을 사용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당시는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되었고, 첫째 아이는 어느새 훌쩍 커서 초등학교 2학년 말이다. 둘째 아이와 나이 터울이 있어서 둘째가 초등학교 입학쯤에 휴직을 사용하면 첫째는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 다 큰아이가 되어 버린다. 외모는 누가 뭐래도 상남자인 첫째 아들은 마음이 여려, 많은 보듬이 필요한 아이다. 끊임없이 따뜻한 엄마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를 생각하니 더 크기 전에 당장 휴직을 해야 했다. 그동안 채워주지 못한 부분을 지금이라도 채워주고 싶었다.


더 단단해질 내 인생 후반기와 아이들을 위해 지금은 한걸음 물러서기로 했다. 그리고 휴직에 대한 최종 결심을 하기 전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이정표가 필요했다. 쉼표 없이 달려왔던 내 인생, 쉼표가 주어졌을 때 어떻게 보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그래서 직장의 육아휴직 중인 선배들에게 물었다.









"휴직을 한다면 애들한테 지금까지 해주지 못했던 뭔가 새로운 걸 전적으로 해주고 싶은데, 뭘 해주는 게 좋을까요?"


“그냥 특별한 거 안 하고 같이만 있어줘도 좋아해, 이때 아님 같이 있어줘도 싫어해, 얼마 안 남았어. 한번 같이 있어봐. 강력 추천해. 시간은 있는데 돈은 없지만 ㅠ.ㅠ 애들은 아주 편안하고 안정적이야. 집에서 뒹굴뒹굴~~ 근데 휴직해도 엄청 바빠. 그동안 너무 힘든 내 삶에도 잠시 쉼표,,, 인생에 쉼표가 있어야 또 달리지. 도와주는 사람들 있음 버텼는데 주말부부 하며 독박 육아하며 진짜 헬이었어 ㅠ.ㅠ 학교 다니는 것도 구경하니 좋아. 그러니 생각 있음 후딱 해. 가고 나면 두 번 다시 못해. 우리 딸은 엄마가 쉬니까 너무 좋데. 워킹맘의 비애 잘 알지 ㅠ.ㅠ 파이팅~!”


"휴직하면 애들이 편안해져서 너무 좋다고 하네... 휴직 고민 중인데 위로나 덕담 좀 해줘요."


“지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지. 어찌 보면 나는 셋째 때문에 이런저런 고민 없이 휴직을 하게 돼서 어찌하다 보니 이렇게 오래 쉬게 되고, 생각을 크게 안 하고 있었는데 너의 고민을 듣고 있으니, 둘째가 간지러워해서 긁어주느라 일찍 눈을 떴는데 셋째가 자다 울어서 안아주고... 이런 일도 내가 출근을 안 하니까 이른 새벽에 일어났어도 스트레스가 없는 거구나 싶어. 지금 시간이 소중한 것 같으면 지금 휴직을 써. 애들이 조금 더 어렸을 때 봐주는 것도 좋지. 경제적으로 엄청 쪼들리긴 하는데 출근하면 다시 벌 수 있는 거니까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아. 열심히 마이너스 통장 쓰고 있어. 애들 집에 왔을 때 간식 챙겨 주는 거, 하교할 때 학교 앞에 서 있는 거, 집에 왔을 때 간식 챙겨 주는 거, 유치원 일찍 하원 시키는 거, 진짜 평범한 건데 출근했다면 경험하지 못할 일들이지. 새삼 감사한 일이구나. 아이들이 편안해지는 건 내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 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매우 고된 시간이었겠구나 생각이 들어. 회사에서 육아제도도 점점 좋아지고 있잖아. 아껴두지 말고 미래만 보지 말고 지금 너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뭔가를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야지. 언제 쉬느냐에 정답은 없어.”



특별한 거 안 하고 같이 있어만 줘도 좋다니, 지금 당장 시작해도 되겠구나! 

이때 아님 같이 있어줘도 싫다니 지금 당장 시작해야겠구나! 

지금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 맞네. 맞아! 모든 말이 지금 당장이었다. 

내 마음이 이미 지금 당장이었던 것이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건데 워킹맘이라 해주지 못한 게 얼마나 많은가?



육아 선배들은 정답을 알고 있었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을 들으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남편과 의논하고 이젠 회사에 말할 차례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고민되는 시간이다. 마침 업무에서도 이 정도쯤에서 내가 빠져도 크게 무리 없는 상황일 거라 판단되니 조금 위안이 되었고 용기가 생겼다.


육아휴직 시기에 있어서 언제 쉬느냐에 대한 정답은 없다. 마치 인생의 정답이 없듯이 말이다. 다만 나의 상황과 회사 상황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상황에 맞게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리 힘든 관문이라도 문을 두드리는 자에게는 조금씩 열리기 마련이다. 당장 다음 달부터 내 월급이 없는데 괜찮을까? 지금 나와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나는 이 기간에 내 연봉을 투자해서 10배, 20배, 100배의 결실을 얻으리라! 따라서 여전히 나는 돈을 벌고 있고 더 많이 벌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지지해준 남편과 회사에 무한 감사를 드린다.

이 시기를 아주 잘,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첫째 둘째의 유아기를 보내고 나서 한참 후이다.

그렇게 나의 세 번째 육아휴직은 시작되었다.





이후부터는 육아휴직 성장 스토리를 전개할 예정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퇴근 후에 또 다른 삶, 워라밸이 가능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