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영태 Feb 12. 2019

조금 힘을 빼고


 살던 곳을 떠나 서울에서 며칠을 보낸 적 있었습니다. 회사 일로 간 것이라 자잘한 것 몇 개를 제외하고는 전부 회사 돈으로 해결을 했습니다. srt를 타고 서울에서는 차를 렌트하여 다녔습니다. 숙소는 호텔로 잡아 묵었습니다. 식사도 조금 비싼 값을 주며 해결했습니다. 서울은 참으로 크고 복잡하고 또 무엇인가로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크고 많고 복잡한 것들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세상에 필요한 편리가 집약이 되어 있어야만 했습니다. 다만 슬픈 건 이것들은 지탱하기에는 사람의 노동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편의를 위한 누군가의 불편으로, 덕분에 도시는 그럭저럭 잘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편의를 제공하는 자는 둘째 치더라도 도시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는 이들의 얼굴이 밝지 않았습니다. 자본이라는 거대하고 인의적인 것을 제외하면 세상 모든 것들은 가득 차면 아래로 내려가게 돼 있기 마련입니다. 불안함과 분노, 피로 같은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불편하나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 풍경이었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반 자연적인 것들로 인한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것 이었습니다. 나는 그 며칠 동안 편리함을 누렸으나 그로인한 불안과 자꾸만 올라오는 짜증을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어느 사찰에서 며칠을 지낸 적도 있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못 이겨 일부로 시간을 내어 간 곳 이었습니다. 그곳에서는 핸드폰도 끄고 세상과 단절이 되어 지냈습니다. 혼자였다면 퍽 외로웠겠으나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 그다지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일과는 자연을 만끽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끼니에 밥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불편한 것은 많았습니다. 화학물질과 합성물질로 범벅이 되어 있는 것들로 몸을 씻으면 식수가 오염이 되어 아래에 있는 마을이 곤란해지니 제대로 씻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화장실도 밖에 있었고 푸세식 이었습니다. 다만 신기한 건 도시의 음식을 먹지 않으니 악취가 심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을 떠나올 때는 머물렀던 곳을 정리를 해야 했기에 방 청소와 우리가 사용했던 화장실에 쌓여있던 오물들 까지 청소를 해야 했습니다. 몸은 지저분해지고 여러모로 불편했으나 마음은 꽤 편안했습니다. 우리는 그곳을 마음의 고향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세상의 자원은 한정 돼 있고 우리는 유한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유한한 삶이 끝나고 나면 남아있는 세상은 남아있는 유한한 삶들이 우리가 남겨 놓은 자원을 이용하여 살아갈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다음에게 무엇을 남겨 주고 있는 것일지 생각을 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짧은 유한한 삶에서 우리가 진정 필요한 자원은 얼마나 될지 생각을 해야 할 때입니다. 편의만을 위한 삶을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자원이 소모가 됩니다. 그 많은 양의 자원을 수집하고 가공하고 제공하기 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게 됩니다. 우리는 그들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나 그 수많은 노동자들에게는 아주 조금의 돈과 멸시만 돌아갈 뿐입니다. 사람만이 다치는 것이라면 사람간의 관계만 고치면 되는 것이나 우리의 삶의 터전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자연이 망가진다면 유한한 우리는 이제 무한한 종결을 맞이해야할 것입니다.  

      

 조금 힘을 빼고 살아간다면 어떨까 합니다. 편의가 아니라 우리의 진정한 행복을 위한 자원만 사용하여 살아가면 어떨까 합니다. 확신컨대 분명 지금보다 훨씬 적은 자원만으로충분할 것입니다.  


조금 불편하게 살아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편의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으나 우리가 행복하지 않다면 우리는 이제 그만 멈추어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자연을 파괴하고 사람을 짓밟으며 살아가는 것을 멈추어야 할 때입니다.   


 내 주위 친구들 몇은 서울로 떠나갔습니다. 살던 도시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말을 남기고 갔습니다. 여러 기회가 많고 사람도 많은 곳에서 성공하겠다고 했습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어느 회사에 취업을 했다고 합니다. 이제 편의를 위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으니 아마 그들은 도시의 혜택을 이제 누릴 수 있을 겁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편의를 만끽하며 누군가의 편의를 위한 밑받침이 되어 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오늘도 뉴스에서는 일하다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