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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태 Feb 14. 2019

욕심을 낸다면

달이 예쁘게 떴다는 이유로 술 한잔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혼자였고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으나 그래도 가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큰 맘먹고 언젠가 지나가며 눈여겨보았던 집 근처 작은 가게에 들러 돼지껍데기와 소주 하나를 시켰습니다


사실 이 작은 가게에 오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가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투박한 사람들이 많이 오기 때문입니다


싸구려 등산 티셔츠를 입은 아줌마 아저씨들 밖에 없는 가게, 내가 사는 곳은 발전이 많이 되지 않은 곳이다 보니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이 많니다. 어느 가게를 가든 투박한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 이야기를 나누고 있거나 홀로 소주잔을 기울이는 아저씨들이 있습니다. 젊은 내가 그 속에 끼이고 싶었던 건 그들의 삶이나 나의 삶이나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돼지껍데기를 맵게 해 줄까 물어옵니다. 시간도 늦었고 이제는 너무 매운 건 속에서 꺼려하니 보통으로 해달라고 나는 부탁합니다. 돼지 껍데기가 나오기 전 소주와 땅콩을 가져다줍니다. 땅콩을 까먹을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합니다. 돼지껍데기와 첫 잔을 마시기 전엔 아무것도 먹기 싫었습니다 


맛과 양은 괜찮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깻잎도 듬뿍 나와 마음에 들었습니다. 홀로 술을 기울이는 동안 여러 생각들을 정리해볼까 했지만 우습게도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술에 취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하게 먹는 것에만 집중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맵게 해 달라 부탁하지 않았지만 먹다 보니 매워져 정수기에 물을 떠다 마셨습니다. 아주머니는 그런 나를 보시더니 많이 맵냐고 물어왔습니다. 나는 먹다 보니 조금 매워진다 답했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웃으시며 그래도 돼지껍데기는 맵지 않으면 맛이 없다 했습니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이며 맞다고 했습니다


아주머니가 깻잎이 더 필요하냐 물어옵니다. 나는 술도 돼지껍데기도 거의 다 먹어가기에 조금만 더 달라고 했지만 아주머니는 깻잎을 듬뿍 담아옵니다. 아, 이렇게 많이 주면 얼마 먹지 못하고 남기고 말 텐데 조금 난감한 마음이 들다가도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자주자주 이 가게에 들리고 싶어 졌습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으니 자주자주 오지는 못 할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 마음 내킬 때마다 소주 하나와 돼지 껍데기를 시켜 먹어도 괜찮을 만큼만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욕심을 낸다면 딱 거기까지만 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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