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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uman diary Nov 08. 2018

도시는 경험의 산물이다

미래의 도시, 무엇이 중요할까?

도시계획은 이론에서 출발하여 실전에서 변수를 맞으며 이론을 수정하는 과정으로 발전해왔다.
이론의 배경에는 도시계획가의 단일한 생각보다는 정책적 방향, 사회적 패러다임, 경제논리 그리고 계획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도시계획의 역사는 고대 로마의 신전, 공회당, 그리스의 광장 등을 중심으로 형성 된 격자형 도로를 갖춘 고대도시에서부터 중세 성곽도시에 이르기까지 토목/건축적인 측면이 우선시 되었다가 산업혁명을 계기로 광장, 기념비, 공공건물 등 도시의 독특한 계획요소가 중요해졌었다. 이후 산업혁명으로 인한 공장이 주택가로 침입하면서 공해에 따른 각종 질병, 사회적 범죄 그리고 주택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시계획은 개혁 중심으로 변화되기도 하였다.


도시는 경험의 산물이다.


오늘날 도시계획에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우선 정책적인 측면을 보면 인구감소가 심각해지면서 양적인 도시의 성장보다 질적인 도시의 성장이 우선시되고 있다. 질적인 도시의 성장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수용할 것인가가 아닌 어떤 이들을 어떻게 유입시키고 그들이 도시를 어떻게 성장시켜 나가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데서 시작된다. 사회 패러다임 측면에서 도시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공유경제 등 4차 산업혁명과 맞물리는 변화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어디까지 어떤 형태로 변화될 것이며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어떤 경험의 산물로 인식하고 도시를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첫번째 변화는 도로망의 변화다.
아직 전기 자동차의 보급률은 낮은편이지만 점차 전기 또는 대체에너지에 대한 시장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체에너지를 공급하는 공급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몇년전 개발된 기술 중 도로망을 설치할 때 자동차 바퀴로 자동 전력공급이 가능한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된 적이 있다. 이러한 기술은 공급소가 없어도 전력공급에 무리가 없다는 이야기 되며, 대체에너지를 전기 또는 다른 방식으로 도로 위에서 공급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자동차로 달리면 몇백미터 마다 있던 공급소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두번째는 인공지능에 의한 자율주행으로 주차장의 변화다.
주차장에 자동차가 알아서 주차해주는 신기술이 보급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시 곳곳에 펴진 사물인터넷 그리고 인공지능과 만나면 굳이 눈에 보이는 곳에 주차장이 있을 필요가 없다. 원하는 곳에 내리고, 자동차는 알아서 주차하고 필요하면 알아서 올 것이다. 지하 또는 타워 형태 그도 아니라면 어디에 주차장이 있어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세번째는 공공, 의료시설의 원거리 이용이 가능해진다.
공공서비스 혹은 의료서비스는 분명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루어지는 관계의 행위다. 화상통화와 공공서비스 또는 의료서비스를 위한 로봇의 발달은 원거리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할 것이며, 특히 공공서비스의 경우에는 인공지능이 이를 대체할지도 모른다.


네번째는 모듈러 건축의 발달로 동산의 가치가 높아진다.
그동안 부지 위에 고정된 건축물이 위치했고, 쓰임이 바뀌면 철거하고 다른 용도로 신축하는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모듈러 건축이 발달하고 교통수단과 결합하면 건축물은 이동하기 쉽고 확장/축소가 용이해진다.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가 인접해 있어 학생수에 따라 교실수를 조절할 필요가 없다. 필요한만큼 교실이 옮겨가면 된다. 어느지역이든 토지의 가치는 임대형태로 전환될 것이며 어떤 기능과 사양 그리고 시스템을 가진 건축물을 운용하는지와 같은 동산에 대한 가치로 전환될 것이다.


다섯번째는 디지털화 된 도시의 이미지가 사람을 케어하게 된다.
현재 상용화 된 VR, AR 등이 진화하면 망막 안에 넣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원하는 이미지를 경험할 수 있는 기술이 보급화 될 것이다. 우울한 이들에게 삭막한 도시는 슬픔을 배가 시키지만 망막으로 만들어진 현실 속 가상의 이미지는 우울한 이들을 즐거움 가득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겠지만 그럴수록 보안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것이다.


여섯번째는 복합공간에서 다중공간으로의 변화다.
하나의 건축물에서 복합적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그동안의 복합공간이라면, 다중공간은 하나의 공간이 다중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는 호텔같은 병원, 쇼핑몰 같은 주거단지, 테마파크 같은 학교를 넘어 하나의 공간이 시간대별로, 공간별로 다른 용도와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공간적 유연성을 갖게 된다. 특히, 인공지능은 사용자를 분석하여 가장 최적화 된 환경으로 도시공간을 변화시킬 것이다.


일곱번째는 리얼리티 BIM 도시구축이 가능해진다.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이 모여 도시를 계획하고 오랜 시간 건설해야 도시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제 도시는 기본적인 골격과 골조를 만든 후 필요에 따라 실시간 계획하고 3D 프린터로 만들어 실시간 공급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는 재사용이 용이한 재료를 사용하게 될 것이며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오차는 사전에 검증하여 오류를 최소화하게 된다.


도시는 경험의 산물이다. 오늘날 도시와 미래의 도시는 분명 다른 경험을 가질 것이다. 누구도 그 변화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떻게 진화할지는 알지 못하지만 분명 누군가는 이러한 변화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미래의 기술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단지, 도시계획가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필요한 도시계획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미래를 맞이할 것인지를 고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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