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년의 육아는 그야말로 마누라의 독박육아였다. 그 맘 때 나는 매일같이 밤 10시는 되어야 퇴근했다. 육아는 오롯이 마누라의 몫이었다. 육아기간 중 가장 힘들다는 첫 1년을 그러했다. 당시 나는 내 나름대로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마누라가 어떤 심정인지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그러다 돌이 지나고 단유(모유수유를 중단하는 일)를 하기로 했다. 며칠간 시도해봤지만 아이가 밤새 울어제끼는 바람에 실패했다. 그래서 주말을 이용해 내가 투입됐다. 마누라는 다른 방에 가서 자고,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 없이 밤새 내가 달래가며 재워보기로 한 것이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건 생각 이상으로 괴로웠다. 물론 예전 시험기간 때 밤을 새워 공부를 하거나 엠티 때 밤새 술을 퍼마신 적은 있었지만 그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나를 위해 뭔가를 먹으며 밤을 새우는 것과, 나는 잠을 자야 하는데 다른 누구 때문에 잠이 들었다 깼다 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이건 그냥 고문이다. 어느 고문기술자가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을 했다더니, 이런 몽롱하고 괴로운 정신상태에선 꿈결에라도 다 불어버릴 것 같다.
그런데 이 짓을 매일매일 해야 한다니. 심지어 이러고나서 낮에도 제대로 잘 수 없다. 그 와중에 평소엔 쓰지도 않던 근육을 써가며 부적절한 자세로 계속해서 아이를 안거나 들거나 씻겨야 한다. 육체가 너덜너덜 해지는데 온전한 정신이 깃들 수 없다. 그런데 대화할 사람조차 없다. 강제 묵언수행이다. 와중에 신랑은 밤늦게 들어와 육아분담은커녕 대화상대조차 되어주지 못하니 어떻겠는가. 그나마 아침밥까지 차려달라는 시대착오적 만행은 하지 않고 지 혼자 잘챙겨먹고 나간건 다행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하룻밤의 불침번 체험 이후 나는 좀 나아졌을까? 사람이 그렇게 쉽게 깨닫고 발전할리가 있나. 그냥 그냥 레벨 1정도 오르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그래도 만약 둘째를 낳는다면 그 때보다는 훨씬 나을 것은 같다. 적어도 이제 육아초보는 아니고, 무엇보다 사회적 분위기 변화로 야근이 적어졌다는 객관적 토대의 변화가 생겼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둘째를 갖겠다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