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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Oct 26. 2024

2. 플랫폼 관련 용어/개념 정의

플랫폼 관련 용어/개념의 혼란

   디지털 경제 확산에 따라 플랫폼은 기술 영역에서는 물론, 경제, 사회 영역에서도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플랫폼이란 용어가 일상화된 가운데 그동안 많은 학술논문이나 전문 서적에서 플랫폼의 의미나 유형, 전략, 거버넌스, 비즈니스 모델(BM: Business Model), 법/제도 등 이슈를 다뤄왔다. 그러나,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플랫폼이란 용어 자체가 모호한 의미로 사용됨에 따라 의사소통이나 문제 해결에 혼란이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런던 경영대의 Jacobides(2019) 교수는 ‘플랫폼에 대한 느슨한 정의가 온갖 것을 포괄하는 바람에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야기된다’고 하였다. 플랫폼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 기업, 학계/연구계가 이를 효과적인 정책, 전략, 이론 등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플랫폼에 대한 공통된 이해가 선행(先行)되어야 한다.


   웹스터 사전에 의하면 플랫폼은 평평하거나 바닥보다 높게 돋워 만든 대(臺), 다수가 수용하는 원리/정책, 의견/정보를 나누는 매체, 뭔가를 덧붙일 수 있는 기반/근거, 공통구성품, 서비스 제공자 등을 가리킨다. 현실에서 ‘플랫폼’은 상황에 따라 기술, 인프라, 상품(: 유형 제품, 무형 서비스, 통합 솔루션 포함), 사업, BM, 기업, 기업생태계(Business Ecosystem) 등을 가리킨다. 플랫폼(기술)은 공통구성품을 다수가 공유 또는 공동활용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제조업이나 ICT 산업에서는 공통구성품 자체를 ‘플랫폼’으로 지칭해 왔다. 플랫폼(상품)은 특정 기업 내부에서 사용할 수도 있고 이를 필요로 하는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도 있다. 플랫폼(BM)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간/공간에 따라 구성과 운영이 달라지는 사업방식이다. 플랫폼(기업)은 플랫폼(상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BM을 운영하는 기업을 가리킨다. 플랫폼(기업) 중에는 플랫폼(상품)뿐만 아니라 일반상품도 생산/판매하는 일반기업(또는 복합기업)도 있다. 플랫폼 기술/상품/BM/조직은 이처럼 초점이 다른 용어이기에 문제에 따라 구분,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플랫폼 촉진/규제’는 그 대상이 상품인지, BM인지, 아니면 기업이나 생태계인지에 따라 목적과 접근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플랫폼 생태계는 플랫폼 기업이라는 실체 조직과 플랫폼(상품)의 생산-판매에 참여하는 여러 그룹의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가상조직(Virtual Organization) 또는 네트워크 기업이다. ‘네트워크 기업(NE: Networked Enterprise)’이란 지리적으로 분산되고 운영환경, 문화, 사회적 자본, 목표 등이 이질적이면서 자율성을 가진 개인/기업이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구성한 연합체를 가리킨다. 자동차 생산-판매 생태계 같은 확장기업(Extended Enterprise)과 특정 사업 수행을 위해 전략적 제휴나 실무 협력을 위해 한시적으로 구성, 운영하는 협의체 같은 가상기업(Virtual Enterprise)이 NE에 속한다.  


플랫폼 관련 용어/개념 정의 필요성과 중요성

   플랫폼 관련/용어 개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족함에 따라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첫째, 애매한 용어 사용으로 인해 정부나 기업, 산업체 등 이해관계자 간 소통이 불명확해서 문제 정의나 해법 마련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둘째, 플랫폼은 미래형 자동차,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을 포함한 전 산업의 디지털 전환(DX)을 촉진하는 핵심역량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책이나 법/제도는 온라인 유통 중심의 단기적 & 근시안적 논의에 머물러 있다. 특히, 생성형 AI 등장, 확산에 따라 나타날 산업생태계 변화는 시급한 과제인데 플랫폼 정책과는 별개로 다뤄지고 있다. 셋째,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플랫폼과 완성품, 아날로그 플랫폼과 디지털 플랫폼, 전통적 파이프라인 BM과 플랫폼 BM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음으로 인해 생기는 혼란이다.


   2022년 말에 등장해서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생성형 AI 관련 정책/전략도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혼란이 가중될 것이다. 생성형 AI는 ‘제4차 산업혁명’의 요소기술로 불리는 여러 기술 중에서 AI의 영향력을 급격하게 키운 기술로 향후 플랫폼 생태계는 물론, 기존 산업생태계 전반을 점차 재편성해 갈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 전문가들조차 AI, 머신러닝, 딥러닝, 판단형 AI, 생성형 AI, 파운데이션 모델, 대규모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챗봇 등에 대한 명확한 용어 정의와 용어 간 관계에 대한 정의('Ontology') 없이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생성형 AI 등장에 따라 기술 측면에서는 대다수 디지털 시스템의 아키텍처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이를 세쿼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의 Huang et al.(2022)은 ‘플랫폼의 비중이 늘어나고 애플리케이션은 축소될 것’이라고 하였다.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시스템은 파운데이션 모델인 LLM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계층과 그 위에 올라가는 미디어 생성 애플리케이션/서비스 계층으로 나눌 수 있다(<그림 2-1> 참조).


<그림 2-1> 생성형 AI 기술 스택(출처: 딜로이트, 2023)


   디지털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맨 위로부터 ①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디지털) 서비스(예: 인터넷 쇼핑), ② (디지털) 애플리케이션(예: 상품추천, 지불/결제, 배송), ③ (디지털) 플랫폼, 그리고 ④ (디지털) 인프라 등 계층구조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인프라 서비스(IaaS), 플랫폼 서비스(PaaS), 애플리케이션 서비스(SaaS)로 나누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인프라는 HW, 시스템 SW, 통신(망)을, 플랫폼은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공통 지원하는 메시지 송/수신, 데이터 관리, 작업/프로세스 연결, 보안/보호 등을 담당한다. LLM을 ‘파운데이션 모델’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위에 여러 가지 애플리케이션/서비스(예: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비디오, 소스코드 등 생성)를 얹을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구분없이 쓰고 있지만, 스마트 시스템은 디지털 시스템 중 일부 즉, 자율적인 판단과 실행이 가능한 시스템만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Wikipedia는 스마트 시스템을 ‘예지 또는 적응(predictive or adaptation)을 위해 가용 데이터를 활용해서 특정 상황을 분석, 판단하고 필요한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센싱(sensing), 제어(control), 구동(actuating) 기능을 가진 인공 시스템’으로 정의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디지털 경제의 근간이 되고 그 플랫폼을 오픈AI, 구글, 메타 등 몇 개 회사가 사실상 독점하는 상황이 된다면 애플리케이션/서비스의 가치와 지배력은 상대적으로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생성형 AI 등장에 따라 경제 영역에서는 SW (공급)산업과 SW의 비중이 큰 전통산업에서 B2B 및 B2C 생태계의 상당 부분이 재편성될 것이다. 그에 따라 사회 영역 즉, 개인/공동체 생활(예: 자원 소비, 고용/노동, 교육/학습, 소통 등)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국내 SW 산업은 디지털 시스템 인프라(예: OS) 계층에서는 경쟁력이 매우 낮고, 플랫폼 계층(예: 클라우드, AI, 블록체인, 메타버스)도 별 차이가 없는 상태이기에 그나마 애플리케이션/서비스 영역에서 국내 수요에 부응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국내 SW 산업은 물론 전통산업에도 기회보다는 위협이 더 큰 변화가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플랫폼의 의미와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효과적인 혁신을 도모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플랫폼의 본질과 올바른 의미 이해


  o 플랫폼은 완성품이 아닌 미완성 상태의 공통구성품이다.

   故 이민화(2017)는 플랫폼을 인수분해를 통해 나오는 ‘공약수’에 비유하면서 ‘반복되는 요소를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규정하였다. 자사나 타사의 기술이나 제품/서비스와 공유하는 바가 없는 것은 완성품이지 플랫폼이 아니다. 현대가 만든 자동차는 완성품이지만, 여러 자동차 모델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파워트레인(: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포함한 핵심 구성품)은 플랫폼이다. 구글의 알파폴드는 AI를 활용해서 단백질 구조 분석-설계를 지원하는 서비스 상품 즉, 완성품이지 플랫폼이 아니다. 미완성 상태인 플랫폼은 자사/타사가 완성품을 만드는 데 활용하게 된다. MS의 오피스 365나 세일즈포스의 CRM 같은 SaaS(SW as a Service)는 플랫폼이 아닌 완성품이다. 이들은 플랫폼 계층을 내장하고 있는 서비스 상품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오픈AI의 LLM인 GPT 시리즈는 플랫폼이지만, 그 위에서 작동하는 챗GPT나 Dall-E는 완성품, 서비스 상품이다. 모든 AI 응용 시스템에 포함되는 CPU와 GPU는 완성품일까, 아니면 플랫폼일까? 수많은 기계/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볼트, 너트 같은 부품(part)을 플랫폼이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CPU를 플랫폼이라 할 수는 없다. 반면, GPU는 그래픽 처리라는 공통 기능을 HW로 구현한 것으로 자사/타사 제품에 포함될 플랫폼이다.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드라이브(Drive)’는 자율주행에 필요한 HW와 SW를 결합한 것으로 완성차 업체가 구매하게 될 플랫폼이다.


  o 플랫폼은 제조업의 생산기술, 서비스업의 거래기술로 각각 발전해 왔다.

   기업이 플랫폼을 생산하는 이유는 효율성(예: 시간, 비용, 성능), 효과성(예: 품질, 구성품의 연결-통합, 구성품 간 상호운용성) 등을 높이려는 데 있다. 플랫폼의 원형은 1980년대 중반, 기차의 공통구성품을 표준화한 볼드윈(Baldwin) 엔진에서 찾을 수 있다(Gawer & Cusumano, 2014). 자동차 산업에서는 1900년대 초에 GM이 처음으로 플랫폼을 개발, 적용했고 1960년대 이후에는 대부분 업체가 파워트레인을 플랫폼으로 생산, 활용하였다(참조: Wikipedia- ‘Car Platform’). 공통구성품을 플랫폼으로 설계, 활용하는 방식은 이후 선박과 항공기 등 HW 제품으로 확산하였고 1980년대 이후에는 각종 SW 시스템에도 적용되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여러 가지 형태의 e-마켓플레이스는 상거래나 협업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플랫폼으로 구현하고 그 위에 애플리케이션/서비스를 얹은 것이다. 플랫폼은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자체 개발 또는 외부 개발 애플리케이션/서비스를 연결, 통합해서 전체 시스템의 확장성/유연성, 안정성 등을 확보해 준다. 예를 들면, 온라인 쇼핑몰은 다수의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제공할 서비스(예: 거래 상대방 탐색, 구매/판매 조건 비교, 대금 지불/수취 등)를 위한 공통 기능을 플랫폼(예: 데이터 처리, 프로세스 관리, 정보보호 등)에 내장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1990년대 후반에 제정한 국방정보시스템 아키텍처 표준은 플랫폼 계층에 공통운영환경(COE: Common Operating Environment, 일종의 OS)과 자료공유환경(SHADE: Shared Data Environment, 일종의 데이터 웨어하우스)을 포함하였다(US DoD, 1998). 클라우드 서비스에 비유하면 COE는 인프라(IaaS), SHADE는 플랫폼(PaaS) 계층에 속하는 구성품이다.


   미국 국방부, 카네기멜런大(CMU) SEI, 유럽의 INSEAD 등은 제품라인설계(PLE: Product-Line Engineering)라는 HW 중심의 플랫폼 생산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SW를 포함하는 SPLE(System PLE)라는 방법론으로 발전시켰다(Bergey et al., 1999; Northrop & Clements, 2012). SEI의 조사에 의하면 정부와 군, 기업 등은 PLE/SPLE를 통해 평균적으로 생산성 향상 10배, 품질 향상 10배, 비용 절감 60%, 인력 절감 87%, 시장 출하시간 단축 98%, 신시장 개척 기간 단축 등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Northrop, 2008). 2000년대 중반 이후 인프라(IaaS), 플랫폼(PaaS), 애플리케이션(SaaS) 계층별로 전문화된 클라우드 서비스가 등장했으며, 데이터 분석, AI, 블록체인 등 신기술 활용에 필요한 공통 기능까지 PaaS에 포함되고 있다.


  o 플랫폼의 우수성은 시스템 설계/구현 기술과 서비스 기술이 결정한다.

   오늘날 글로벌 테크기업으로 불리는 기업들은 모두 플랫폼의 가치를 충분히 활용한 것이 주요 성공요인이다. 창업 초기, MS(1975~)는 인프라 계층에 속하는 운영체제인 Windows가, 애플(1976~)은 컴퓨터 HW가 주력 사업이었지만, 플랫폼 사업을 추가하면서 급성장하였다. 아마존(1994~), 넷플릭스(1997~), 구글(1998~), 구 페이스북(2004~) 등은 모두 우수한 플랫폼과 차별화된 플랫폼 BM으로 높은 성과를 이룩하였다. 전통산업에서 기계/전자공학, 시스템 공학 등 기술을 활용해서 아날로그 플랫폼을 설계, 제조했던 것처럼 ICT 산업에서는 SW 기술을 활용해서 디지털 플랫폼을 설계, 구현했다. 플랫폼 기술의 경쟁력은 HW & SW를 설계, 구현하는 기술뿐만 아니라 서비스 기술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서비스 기술’이란 필자가 만든 용어로 인문학, 사회과학 등을 활용해서 서비스의 생산성과 성과를 높이기 위한 기술, 예를 들면 2000년대 초 IBM과 버클리대가 발전시킨 서비스 과학/공학/경영(Service Science, Engineering, Management), MIT가 발전시킨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o 아날로그 플랫폼이 디지털화되면서 모든 산업생태계를 재편성하고 있다.

   최근, 많은 아날로그 플랫폼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되고 있다. 아날로그 플랫폼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할 경우,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효율성(예: 비용 절감, 시간 단축, 품질 향상)을 높일 수 있고 플랫폼 BM이 제공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해결하지 못하는 감성이나 창의성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여전히 아날로그 플랫폼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e-러닝은 지식 전달에는 효율적, 효과적이지만, 아직은 대면교육을 통해 나눌 수 있는 감정 교류 같은 것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디지털 기술은 계속해서 인간활동의 많은 부분을 지원(또는 대체)하게 될 것이다.


   매우 중요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논의가 부족한 이슈 중 하나는 제조업/농업 등 HW 중심인 전통산업에도 디지털 전환(DX)이 확산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는 점이다. 예를 들면, 제조업에서는 GE나 지멘스, 농업에서는 존디어나 (바이엘에 합병된) 몬산토 등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는 한편으로는 전기/수소를 동력으로 활용하는 친환경 차량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HW가 아닌 SW가 중심이 되는 SDV(SW-Defined Vehicle)로 전환 중이다. SDV의 플랫폼인 ‘차량 OS’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생태계가 재편성되고 있다. SDV는 제조업인 자동차 산업을 서비스업(예: 모빌리티)을 포함하는 융합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 할 것이다.


  o 플랫폼 경제의 성과는 플랫폼 BM의 혁신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BM)은 기업이 가치를 생성-전달-획득(create, deliver, capture)하는 방식이다. 모든 BM은 구현기술을 기준으로 아날로그 플랫폼디지털 플랫폼으로 나눌 수 있다. 한편, 모든 BM은 가치 창출 흐름을 기준으로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BM과 새로이 등장한 플랫폼 BM으로 나눌 수 있다. 파이프라인 BM은 가치 창출이 한 방향으로, 일과성(一過性)으로 진행되는 반면, 플랫폼 BM은 중앙에 있는 플랫폼 기업이 여러 그룹의 참여자와 수시로 상호작용을 하는 가운데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이다(<그림 2-2> 참조).

   결국, 모든 BM은 아래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아날로그 & 파이프라인 BM  (예) 자동차/가전제품 제조업, 곡물 재배 농업

  ▸아날로그 & 플랫폼 BM  (예) 부동산 중개업, 자동차 파워트레인 생산-판매

  ▸디지털 & 파이프라인 BM  (예) 애플의 iOS 운영체제 생산-판매

  ▸디지털 & 플랫폼 BM  (예) 애플의 앱스토어, 직방의 부동산 중개      


<그림 2-2> 파이프라인 BM과 플랫폼 BM의 가치 창출 흐름


   파이프라인 BM은 전통적 가치사슬 즉, 특정 상품을 조달-생산-유통하는 프로세스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BM이다. 이 모델에서는 가치사슬에 참여한 생산자, 판매자, 지원자 등이 만든 부가가치가 각자의 수익을 결정한다. 파이프라인 BM은 기본적으로는 수돗물이 흐르듯 한번 흘러가면 끝나는 1회성 사업이기에 단기적 이익을 중시하는 일종의 win-lose 게임이 된다. 그러나, 1980년 말 이후, 시장 권력이 생산자로부터 소비자로 이동함에 따라 거의 모든 생산자/판매자는 소비자/고객과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를 높여서 장기적 win-win 관계를 만들려 하고 있다.


   플랫폼 BM은 특정 제품/서비스를 중심으로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이용자, 보완자 등 2개 이상의 그룹이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수시로, 반복적으로 가치를 만들고 이를 적절한 기준에 따라 나누는 BM이다. ‘보완자(complementor)’는 플랫폼 기업 외부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혁신가를 가리킨다. 앱스토어에 참여하는 앱 개발자, 게임이나 콘텐츠 개발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플랫폼 기업은 외부 혁신이 확대될 수 있도록 보완자에게 개발도구(예: SW Development Kit)와 API를 제공한다. 플랫폼 BM은 참여자 수가 늘어날수록 사업 자체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에 의존하므로 모든 이해관계자와 win-win 하는 장기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플랫폼 BM은 참여자 그룹의 숫자에 따라 양면시장 또는 다면시장으로 나눈다.


   플랫폼 BM의 평균 수익률은 파이프라인 BM의 2~4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플랫폼 기업이 인력, 장비/설비 같은 물적 자산은 외부에 두고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 같은 지적 자산을 내부 핵심역량으로 활용함에 따라 얻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새로이 등장하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 디지털 헬스케어,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 농업 등 모든 융합산업은 여러 가지 기술/제품/서비스를 통합한 플랫폼 상품과 BM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생태계로 구축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플랫폼 상품/BM/기업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자체를 생산하는 기술 및 혁신적 상품 및 BM,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기업 임직원의 실행력, 외부의 경제/사회/정책 여건 등에 따라 성공 여부와 성과의 크기가 달라진다.  


플랫폼 관련 용어 정의와 가치명제 제안

   이후의 논의를 위해 필자는 두루뭉술하게 쓰이고 있는 ‘플랫폼’을 다음과 같이 구분,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o 플랫폼 기술: 여러 제품/서비스/솔루션에 공통으로 들어갈 기능들을 하나의 미완성 구성품으로 만들어서 자사 또는 타사가 활용토록 하는 생산기술.

o 플랫폼 인프라: 구성원 간 의사소통이나 물적/지적/인적/금전적 자산 등의 이동과 교환/공유를 촉진하기 위한 국가/사회 기반 (예) 방송/통신/교통망, 플랫폼 정부.

o 플랫폼 제품: 여러 제품에 포함될 수 있는 유형 구성품 (예) 자동차 파워트레인(: HW 제품), 스마트폰 OS(: SW 제품).

o 플랫폼 서비스: 여러 서비스에 포함될 수 있는 무형 서비스 (예) 메시징, 데이터 교환, 프로세스 연결, 지불/결제, 식별/인증, 정보보호 등.

o 플랫폼 솔루션: 여러 상품에 포함 가능한 HW, SW, 통신 등의 결합체 (예) 차량, 드론, 로봇 등 무인이동체에 포함되는 자율주행 모듈.

o 플랫폼 비즈니스: 플랫폼 기술이나 상품을 활용해서 수익을 만드는 사업 (활동).

o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BM): ① 플랫폼 기술이나 상품을 기업 자체 역량으로 생산해서 다른 기업이나 개인에게 판매하는 BM ② 플랫폼 기술/상품을 기반으로 2개 이상 그룹을 연결/중개/거래/협업/집적/통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서 가치를 창출하는 BM. 필자는 ①을 ‘사슬형 플랫폼 BM’ (예: 스마트폰 OS, 시스템 반도체, 게임기), ②를 ‘원탁형 플랫폼 BM’ (예: 앱스토어, 마켓플레이스)으로 구분함(이에 대해서는 본서 다음 장, 3장에서 다시 설명할 것임)

o 플랫폼 기업: 플랫폼 BM을 한 개 또는 여러 개 운영하는 공기업이나 사기업. ‘플랫폼 BM’은 아날로그 플랫폼과 디지털 플랫폼 모두가 대상이지만, 많은 경우 디지털 플랫폼 기업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음.

o 플랫폼 생태계: 플랫폼 상품의 R&D, 생산, 유통, 소비, 재사용/폐기 등 수명주기 단계 전부 또는 일부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이 공동으로 생성, 유지하는 가치 네트워크(Value Network) 또는 네트워크 조직.     


   이상과 같은 정의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가치명제(Value Proposition)를 도출할 수 있다. 3장 이후에서 각 명제의 타당성을 밝힐 것이다.

o 플랫폼 기술은 지속 발전시켜서 그 혜택이 국가는 물론 인류 전체의 경제, 사회, 문화 활동 전반에 파급되도록 하여야 한다. 실제 모든 글로벌 플랫폼 기업은 이질적 요소들을 연결-매칭하고 거래/협업을 지원하는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 발전시키고 있다.

o 플랫폼 인프라는 종래의 사회간접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가 차원에서 도로, 교통, 통신, 상하수도 등을 건설했던 것처럼, 공익을 위해 정부/공공이 건설해야 한다. 코로나19 방역, 정부 전자문서 유통 등에 활용된 민간 플랫폼 서비스는 국가 차원의 플랫폼 인프라인 셈이다.

o 모든 기업은 새로운 플랫폼 상품을 개발하거나 기존 (일반)상품을 플랫폼 상품으로 전환하는 식의 플랫폼 BM을 추가해서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애플과 구글은 파이프라인 BM으로 생산-판매하던 iOS와 검색엔진에 덧붙여서 각각 앱스토어와 검색광고 같은 플랫폼 상품 및 플랫폼 BM을 추가/확대하면서 급성장하였다.

o 플랫폼 비즈니스 성과는 플랫폼 기업 중심의 생태계를 넘어서 이해관계자 생태계로 발전할 때 지속가능성이 커진다. 영리/비영리 목적 플랫폼 생태계를 국가 차원에서 연결, 통합해서 디지털 시대의 국가혁신생태계(NIS: National Innovation System)를 만들 수 있다. NIS란 국가 차원의 혁신을 주도하는 정부, 기업, 대학/연구소 등이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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