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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Oct 26. 2024

1. 프롤로그: 디지털 경제와 플랫폼 경제

   필자는 소수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불공정, 불공평한 플랫폼 생태계가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진화하는 혁신생태계로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마음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에 대한 기존 전략/정책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필하였다. 


   이 책은 ‘플랫폼 생태계와 기업혁신, 국가혁신’이라는 주제를 총 3부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1부 플랫폼 제대로 이해하기에서는 두루뭉술하게 쓰이는 플랫폼이란 용어를 기술/상품/사업/비즈니스 모델(BM)/기업/생태계/인프라 등을 가리키는 용어로 구분하고 각 용어의 의미와 용어 간 관계를 명확히 제시할 것이다. 2부 플랫폼 생태계와 기업혁신에서는 플랫폼 경제가 이룩한 성과는 플랫폼 기술/상품/BM 등이 가진 강점에서 비롯된 것이고 점점 심각해지는 경제/사회 측면의 폐해는 생태계가 플랫폼 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지적할 것이다. 이어 플랫폼 기업이 건전한(robust) 생태계 조성을 위해 먼저 경제적 역할 외에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고 전방위(360도) 혁신과 BM 혁신을 추진할 것을 제안할 것이다. 3부 플랫폼 생태계와 국가혁신에서는 미래사회의 디지털 국가 또는 스마트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영리 기업의 플랫폼 생태계와 비영리 기업(예: 정부/공공기관)의 플랫폼 생태계를 연결, 통합해서 국가혁신을 도모하자는 제안을 할 것이다. 또한, 그와 같은 국가 건설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의 플랫폼 정책이 촉진과 규제 측면에서 균형을 찾을 방안을 제안할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기업가나 플랫폼 생태계 구축, 운영을 관리해야 할 정책 입안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플랫폼 사고(platform thinking)시스템 사고(system thinking)의 중요성과 활용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할 새로운 관점이나 접근방안에 덧붙여서 필자는 플랫폼 관련 기업가, 정책 입안자, 연구자 등에게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는 이해관계자 간에 올바른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플랫폼 관련 용어/개념을 명확히 정의하자는 것이다. 이는 ‘플랫폼’이란 단어가 두루뭉술한 의미로 사용됨으로 인해 잘못된 전략/정책이 수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규제(또는 촉진)’는 그 대상이 기술, 제품, 서비스, 솔루션, BM, 기업, 생태계 중 어느 것인지 명시하지 않으면 엉뚱한 타깃에 불필요한 자원을 집중하게 되어 효율(예: 시간, 비용), 효과(예: 목표 통합), 효용(예: 이해관계자 만족)이 모두 낮아질 수밖에 없다. 둘째, 기업 전략 및 정부 정책에서 다루는 플랫폼의 범위를 시간 및 공간 측면에서 확장할 것을 제안한다. ‘시간 측면’에서는 과거(예: 전자상거래), 현재(예: AI 플랫폼, 자율주행/모빌리티/헬스케어 등 신산업 플랫폼)를 넘어 미래에 등장할 플랫폼(예: 양자컴퓨팅/유전자기술 인프라)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간 측면’이란 규제 목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제조업, 농업 등 전통산업과 신산업 플랫폼, 나아가 국가 사회 차원에서 필요한 정부/공공 플랫폼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플랫폼 관련 전략이나 정책을 다양한 지식/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업 조직을 통해 수행할 것을 제안한다. 플랫폼은 전통공학/자연과학, 경영/경제학, 컴퓨터/SW/통신공학, 사회학, 인문학 등 광범위한 영역의 학문/지식이 복합된 것이기에 특정 영역/부처의 전문성만으로는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심지어 잘못된 결과를 만들 위험도 있다. 진정한 의미의 학제적 연구횡적 연계(cross-functional approach)가 필요한 것이다.



플랫폼은 디지털 경제의 성장 엔진

   1990년대 인터넷의 상용화와 더불어 본격화된 디지털 경제는 공유 기술에서 비롯된 플랫폼에 힘입어서 빠르게 발전하였고 이제 수단인 ‘플랫폼(platform)’이 목적인 ‘경제’를 주도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가치로 평가받는 기업들은 애플, 아마존, 구글, 메타(구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플랫폼 기업이다. 애플리코(Applico)는 미국 ‘S&P500 지수’에서 플랫폼 기업 비중이 2010년에 2%였던 것이 2020년에 8%가 되었고 2040년경에는 5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맥킨지(McKinsey)는 2050년까지 전 세계 기업 매출의 30% 이상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이룩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CB Insights 조사에 의하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100대 유니콘 중 48개가 플랫폼 기업이며 기업가치로는 약 5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을 규모에 따라 대기업, 중소기업으로 나누는 방식은 머지않아 매출/이익률이 높은 플랫폼 기업과 그렇지 않은 非플랫폼 기업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Cusumano et al.(2019)은 “플랫폼은 1960~1970년대의 IBM, 1980~1990년대의 인텔과 MS, 그 후의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을 거쳐 지금의 AI에 이르고 있으며, 향후 양자컴퓨팅, 유전자기술(예: CRISPR) 등이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기반기술이나 특성은 달라지더라도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제품/서비스가 경제/사회 발전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 경제가 지속되리라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는 데이터의 수집/생산으로부터 저장, 관리, 유통, 가공, 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고도화하면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을 크게 발전시켰다. 그 결과, 공유경제(sharing economy), 크라우드(crowd) 경제, 기그(gig) 경제, 토큰(token) 경제 같은 새로운 경제 개념과 비즈니스 모델(BM)이 등장했다. '공유경제’는 개인이나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잉여 자산(예: 제품, 서비스, 공간, 차량, 돈, 시간, 재능)을 재분배, 공유,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크라우드 경제’란 크라우드 소싱(sourcing)과 크라우드 펀딩(funding)처럼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이 가진 지식이나 자산, 기량(skill)을 활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경제를 가리킨다. ‘기그 경제’란 임시직 근로자(gig)가 노동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를 가리킨다. ‘토큰 경제’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가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통화(또는 보상수단)가 되는 경제를 가리킨다.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된 2000년대 이후 많은 혁신 기업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우버(Uber)는 승차 공유, 에어비앤비(AirBnB)는 숙박 공유, 킥스타터(Kick Starter)는 스타트업/신사업과 개미 투자자를 연결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선도했다. 폐업한 회사지만, 쿼키(Quirky)는 일반인의 아이디어를 모아서 사업화하는 크라우드 소싱 BM을 개척하였다. 우버의 운전사나 에어비앤비의 (숙소) 호스트, 그리고 다양한 전문 분야의 프리랜서 등이 ‘기그’에 해당한다. ‘토큰(token)’은 2009년, 단 한 가지 종류 ‘비트코인’에서 시작해서 이제 수만 개에 이른 암호화폐를 총칭하는 용어이다. 디지털 경제는 기술 및 경제 변화 외에도 개인 및 집단 간 의사소통 방식을 혁신함으로써 국가/지역을 초월한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다. 이처럼 디지털 경제가 발전하면서 등장한 여러 가지 혁신적 BM과 기업은 대부분 플랫폼 기술/서비스/BM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디지털 경제를 발전시킨 핵심 동력이 바로 플랫폼인 것이다.


   플랫폼 경제를 등장, 발전시킨 가장 큰 요인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BM)이 가진 2가지 수월성(excellence) 즉, 플랫폼 (상품) 생산 단계에 나타나는 규모/범위의 경제 효과와 유통 단계에 나타나는 수요 측면의 네트워크 효과를 들 수 있다. ‘규모의 경제’는 공통구성품인 플랫폼을 여러 개의 완성품에 포함하는 생산방식이 만드는 효과이다. ‘범위의 경제’는 하나의 플랫폼이 2개 이상의 (자사/타사) 완성품에 적용되어 생산자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하고 소비자의 선택 범위를 넓힘에 따라 생기는 효과이다. 예를 들면,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는 수많은 스마트 기기에 포함되어 생산 비용/시간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타 기업이 그것을 활용해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개발-판매할 수 있게 하였다.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 (상품)의 소비자(또는 생산자)가 늘어남에 따라 소비자(또는 생산자)가 얻는 편익이 증가하거나-이를 ‘동일면(same-side) 네트워크 효과’라고 함- 소비자(또는 생산자)가 늘어남에 따라 반대편의 생산자(또는 소비자)가 얻는 편익이 증가하는 것-이를 ‘교차면(cross-side) 네트워크 효과’라고 함-을 가리킨다.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과 향상에 기여할 수도 있고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플랫폼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난 후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면 이용자가 줄어드는 결과가 되리라는 것이다.      


플랫폼의 공적과 과실, 플랫폼 자본주의 vs. 플랫폼 협동주의

   디지털 경제든 플랫폼 경제든 그 목적은 쓸모 있는 재화를 생산-유통해서 소비자, 국민,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효율(예: 시간 단축, 비용 절감, 품질 향상)이나 플랫폼이 제공하는 편익(예: 물적/지적 자산 교환, 공유)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플랫폼 (기술/상품/BM 등)은 디지털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여러 가지 효익(效益)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은 플랫폼 (서비스)을 통해 내부 활동, 외부와의 거래/협업, 소비자 행태 관련 데이터를 수집, 분석함으로써 지능화, 맞춤화/개인화 등을 촉진할 수 있었다. 소비자들도 플랫폼 (서비스)을 통해 생산자/판매자와 긴밀하게 소통함으로써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었다. 또한, 개인은 플랫폼 (서비스)을 통해 자신의 유휴 자산(resource)이나 특별한 기량(skill)을 타인이나 기업에 판매하거나 나누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플랫폼 (기술/상품/BM 등)은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했고 그렇게 창출된 가치는 새로운 기술과 상품, BM을 발전시키는데 재투자되는 선(善)순환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플랫폼 경제가 긍정적인 성과만 만든 것은 아니고 독과점을 포함한 불공정 경쟁/거래, 기업혁신 지연/정체, 고용 위협/불안정, 데이터 남용/오용, 플랫폼 불안정으로 인한 경제/사회 위협, 다양성 감소 등의 폐해도 만들었다. 또한, 디지털 경제의 폐해인 디지털 디바이드(divide), 프라이버시 침해, ‘승자독식’(Winer-takes-all) 또는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등의 부작용을 가중시켰다. 기업가/투자자인 Dixon(2018)은 ‘플랫폼 기업이 처음에는 이용자를 끌어들이다가(attract) 점차 착취하고(extract), 초기에는 외부 개발자, 크리에이터, 타 기업 등 보완자(complements)와 협력하다가(cooperate) 결국에는 경쟁한다(compete)’고 하였다(<그림 1-1> 참조). 이를 플랫폼 자본주의(Platform Capitalism)(장진호, 2020)라고 부른다.    

 

<그림 1-1> 플랫폼 기업과 이용자/파트너 간의 관계 변화(Dixon, 2018)


   Scholz(2016)는 공유경제로 포장된 플랫폼 자본주의의 무수한 병폐(예: 독점, 보완자 착취, ‘이용자 도구화’)를 해소하기 위해 소유권 변경,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 연대(solidarity) 활성화 등을 도모하는 플랫폼 협동주의(Cooperativism)를 제안하였다. 실제로 기존 플랫폼 기업에 대응하기 위한 온라인 중개 사이트, 공공기관 협력체, 생산소비자(‘Produser’) 협동조합 등이 운영하는 영리/비영리 목적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Loconomics는 샌프란시스코의 프리랜서들이 만든 플랫폼으로 일정액의 월회비를 내는 회원들에게는 중개료 없이 일거리 매칭 서비스를 제공한다. Munibnb는 에어비앤비와 유사한 BM을 가진 서비스로 세계 여러 나라 도시(정부)가 서로 협력해서 여행자에게 숙소를 알선하는 플랫폼이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플랫폼 협동주의가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후자는 공공의 이익을 높이는 대신 기술혁신이나 상품/BM 혁신은 더디고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이윤과 공공의 이익을 절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 경제의 근간인 플랫폼 경제가 이룩한 성과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드러난 부작용 때문에 삭감되지 않으려면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 문제의 본질을 바르게 이해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플랫폼 경제는 과거처럼 공급자(기업)가 만든 가치를 수요자(소비자)가 일방적으로 받아서 누리는 모델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여러 그룹(예: 앱 개발자, 지원자, 소비자, 정부 등)의 이해관계자가 함께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모델이어야 한다.


   플랫폼 경제의 미래에 대해 세계경제포럼(WEF), 맥킨지, 애플리코 등 전문기관들은 긍정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에는 이미 드러난 문제점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다. 플랫폼 경제는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여러 참여자가 상호협력하는 가운데 공진화(共進化)하는 플랫폼 생태계(Platform Ecosystem)로 발전할 때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될 수 있다. 그와 같은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는 플랫폼 기업의 성과가 외부 참여자를 포함한 생태계 차원의 성과로 확장되고, 플랫폼 기업과 BM이 만든 여러 가지 부작용이 해소되거나 완화되어야 한다. 이는 플랫폼 기업의 생태계 전략, 정부의 촉진 및 규제 정책,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개발 등에 의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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