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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Aug 18. 2018

4차 산업혁명의 기회와 위협

[4IR I.9] 4차 산업혁명 크게보기-9

4차 산업혁명(4IR)은 기회일까, 위협일까? 기회와 위협은 전 세계 모든 국가, 국민에게 균등하게 나타날 것인가? 우리나라의 기술/산업 경쟁력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또, 사회적 과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더 큰 문제를 만들 것인가? 이는 많은 국민들이 4IR에 대해 갖고 있는 공통 관심사일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의 소견에 필자 나름의 주관적 판단을 덧붙여서 이 문제를 정리해 보려 한다.  

    

기술-경제-사회 상호작용

   먼저 인류문명 발전에 대한 종래의 2가지 상반된 이론 즉, 기술결정론과 사회구조론(또는 기술의 사회결정론)의 의미를 살펴보자. 앨빈 토플러, 다니엘 벨, 마셜 맥루한 등이 주장한 기술결정론은 기술이 독립변수로서 문명 발전을 주도한다고 설명한다. 반면, 사회구조론은 기술은 종속변수(즉, 도구)로서 사회적 요구/기대에 따라 선택, 발전된다고 한다. 기술결정론은 기술의 영향력을 너무 크게 인정하고 기술과 사회 간의 관계를 지나치게 단선적(單線的)으로 설명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사회구조론은 기술의 사회적 영향 즉, 신기술이 개인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을 너무 가볍게 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두 이론 중 어느 하나가 늘 옳다고 할 수는 없으며, 기술과 경제-사회는 서로 영향을 끼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슈밥(2018)은 기술에 대한 종래의 2가지 견해가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며 세 번째 견해 즉, “모든 기술은 정치적이다(All technologies are political)”라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특히, 4IR 기술은 발전/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고 (따라서, 사회가 개입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음), 사용자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며 (예: 개인이 3D 프린터로 총기를 만들 수 있음), 인간을 감싸고 인체에 내재되기 (예: 사물인터넷, 인공장기) 때문에 기술과 사회는 분리할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연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신기술을 활용해서 구현되는 시스템 내부에 포함되어야 할 가정, 가치, 원칙 등이 사회에 끼칠 영향력과 사회 구조 및 신분 변화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논의/심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기술이 사회를 바꾸는 것은 물론, 거꾸로 사회가 기술 발전을 촉진/억제하는 것이 모두 가능하고 그 속도, 범위,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기술-사회 간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조정/통제하는 일은 이제 모든 국가의 최상위 어젠다 중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기술(개발)자는 소비자들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또 소비자는 신기술이 만들어내는 기회와 위협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인류의 도전과제와 기술의 기회

   UN은 2010년에 MDG(Millennium Development Goal, 2015년까지 달성하고자 하는 8대 목표)를 발표한 이래, 2016년 1월에 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 2030년까지 달성할 17대 목표)를 발표하였다. 17대 목표에는 빈곤 탈피, 굶주림 해방, 건강/웰빙, 고품질 교육, 양성 평등, 식수와 위생, 경제적/청정 에너지, 노동의 질 향상과 경제성장, 산업의 지속가능 인프라와 혁신, 불평등 감소, 지속가능 도시/커뮤니티, 지속가능 소비/생산, 기후제어, 지속가능 해양생태계와 육상생태계, 평화/공정/포용 사회, 목표달성을 위한 협력 등이 포함되어 있다. UN의 SDG는 국가, 지역, 인종, 이념 등과 관계없이 전 인류가 추구하는 공통가치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AI,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기기, 5G 통신 등 고도화된 디지털 플랫폼은 개인생활, 기업활동, 정부서비스 등 인류의 모든 경제/사회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개인/기업은 실시간으로 수집-분석되는 데이터에 입각해서 합리적 대안을 선택-실행하고, 불필요한 시간적 지체나 비용/자원의 낭비를 없애며,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이 일체화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AR/VR은 미지의 세계나 시/공간을 경험하게 해 줌으로써 인간의 통찰력이나 영감을 키워 준다. BT, IT, NT 등 융합기술은 농업/환경/에너지 등을 혁신시켜서 기후 변화와 무관하게 식량의 생산/증산, 영양가는 높으면서 저비용인 대체식품 개발, 해수의 담수화(淡水化), 오염된 물/공기/토양의 정화(淨化) 등을 가능하게 해 준다. NT는 강도, 내구성이 좋으면서 초소형인 소재와 장치를 경제적으로 생산-소비할 수 있게 해 준다. 3D 프린팅의 보급에 따라 누구나 쉽게 집이나 거주지역에서 각종 생활용품을 직접 만들어 쓰고 저비용으로 가구나 집도 지으며 심지어 음식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된다. 각종 질병, 의료기록, 나아가 개인의 일상생활 기록이 빅데이터로 축적되고 AI로 분석되며,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제약 없이 쓸 수 있는 단계에 이르면 ‘4P 의료’(Predictive, Preventive, Participative, Personalized: 예측, 예방, 참여, 개인화/맞춤 의료)가 실현된다. BT, NT, 3D 프린팅 등의 융합기술을 통해 손상된 장기/신체를 대체할 수 있게 되면 건강은 물론, 장수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블록체인은 중앙집중화된 권력의 분산, 중개자/관리자가 필요 없는 경제체제, 각종 지식/콘텐츠의 창작과 소비의 확대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AI와 로봇/드론의 발달에 따라 인간은 단순, 반복적이거나 힘들고 위험한 작업에서 벗어나 보다 창의적, 감성적 활동과 지적/영적 계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신기술이 만드는 경제/사회 위협

   기술이 인류문명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지만, 여러 가지 폐해를 만든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2차 산업혁명은 환경오염, 자본가-노동자 계급구조, 제국주의 확산 등의 폐해를 만들었다. 정보혁명도 디지털 디바이드(divide, 양극화), 사생활 침해, 사이버 범죄, 불건전 콘텐츠 유통 같은 문제를 야기하였다. 4IR 경우, 이전 혁명에 비해 훨씬 더 큰 기회가 있는 것만큼, 더 큰 위협을 예상할 수 있다. 인류가 이를 지혜롭게 준비, 대응한다면 유토피아(Utopia)가 되겠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디스토피아(Dystopia)에 이를 것이다. WEF의 Global Risk Report는 향후 등장하게 될 다음과 같은 위험요인들을 예시하였다(슈밥, 2018). 파괴적 무기(예: 바이오무기)의 보편화, 신물질이 인간의 건강이나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됨, 청정에너지 등장에 따라 석유생산국가의 지정학적 영향력이 약화됨, 기후변화 문제 해결 시도가 생태계에 예기치 않았던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됨, 양자컴퓨팅 등장에 따라 기존 암호체계가 무용지물이 됨,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유추할 수 없는) ‘블랙박스 AI’로 인해 경제시스템이 위협받게 됨, 신경기술을 이용해서 사람의 생각/행동을 읽을 수 있을 때 나타날 부작용 등이 그것이다.


   또한, 인간이 AI, 로봇, 드론 등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경우, 일자리는 물론, 프라이버시, 나아가 생명이나 존엄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강인공지능 또는 일반인공지능(AGI), 나아가 초인공지능(ASI)의 도래 가능성이나 도래 시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 조금씩 다른 견해를 갖고 있지만,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또 먼 훗날의 문제라고 해서 준비/대응조차 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IoT 확산에 따라 실현될 초연결사회는 감시사회가 될 수도 있고 네트워크에 연결된 작은 개체 하나가 전체 사회(예: 교통, 통신, 에너지, 교육, 생산, 유통 등)를 마비시키거나 파괴하는 고위험사회가 될 수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첫 번째 응용인 비트코인을 통해 경험했던 것처럼, 신기술이 개발자의 의도와는 다른 부정적 결과를 야기할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의 몫이 된다. 유전자 편집이나 줄기세포 기술은 생태계의 질서를 위협하고 정신과 육체가 획일화된 인간을 양산함으로써 인류의 자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 NT는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초미세 세계를 다루기에 그 과정이나 결과물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고민거리이다. 게다가 개별 기술이 갖고 있는 불안/위협요인이 기술융합을 통해 증폭된다면 이는 더욱더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다. 모든 연구자/기술자, 기업, 국가가 선의(善意)만 갖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서비스를 개발할 거라고 믿는다면 이는 너무 순진한(naive) 생각이다. 설사, 그것을 선의로 개발했다고 치더라도 예상치 않았던 부작용(side effects)이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기회와 위협- 일자리

   위에서 4IR이 인류에게 엄청난 기회와 그에 못지않은 위협이 되리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축약해서 소개했는데.. 그렇다면, 4IR은 우리나라에 어떤 기회와 위협으로 다가오게 될까? 국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은 AI와 로봇에 의한 일자리 감소, ‘IT 강국’으로서의 기대 또는 자신감, 반면, 4IR 준비도가 세계 25위라는 UBS(스위스 은행)의 평가 등일 것이다.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WEF/슈밥, Techcast사 윌리엄 할랄 교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 등의 예측은 낙관론일 수도, 또 비관론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① 단순, 반복적 작업이나 일정한 규칙을 정의할 수 있는 고임금 직업 경우, 머지않아 AI나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점, 그러나 ② (지난 산업혁명 때도 그랬지만)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낸다면 기회가 될 것이고 그러지 못한다면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일자리는 당연히 신기술/신산업 영역에서 많이 생길 것이기에 디지털 기술은 물론, BT, NT, 그리고 융합기술의 개발과 활용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할랄 교수는 “AI가 커버하지 못하는 거대한 미개척 영역(예: 창의성, 기업가 정신, 비전, 협업, 외교, 마케팅, 감독 등)이 존재한다”라고 했고, 프레이는 “(다가 올) 물리적 경제는 (지금의) 디지털 경제의 5~6배 규모에 이를 것이다”라고 했다. 필자는 4IR이 진전됨에 따라 나타나게 될 일자리의 증감 규모는 지금의 국가별 경제규모나 수준에 비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지난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 경제, 사회의 내공 위에서 향후 5~10년 동안 정부와 기업, 전체 국민들이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것이기에 지금 예단(豫斷)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4IR 시대, 우리나라의 위상

   4IR은 우리나라에 기회가 될 것인가 아니면 위협이 될 것인가? 필자는 기회보다는 위협이 훨씬 더 크기에 치밀한 준비와 실행이 없다면 지금 누리고 있는 기술/경제적 위상은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를 몇 가지만 꼽는다면, 첫째, 기술/산업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기초과학, 원천기술, 기반산업 등이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크게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 시대 내지 정보화 시대는 ‘빠른 추종(fast follower)’ 방식의 공정혁신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4IR 시대는 장기간의 실험과 시행착오 속에 축적된 내실과 기초 없이 ‘시장창조(first mover)’ 수준의 제품혁신을 이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도체를 예로 든다면, 미국은 1968~2012년 중에 정부-민간이 약 1조불(약 1,100조원)을 투자한(출처: Lundstrom & Wong, 2012)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10여 년간 삼성전자가 110조원을 투자했다고 한다(물론, 타 반도체 기업과 연간 최대 1천억원 수준의 정부 투자도 있었음). 이런 기적(?)이 4IR 시대에도 계속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 비해 5배의 시간, 10배의 자금을 투자하고도 시장에서 2~3등 하고 있는 미국은 바보일까? 4IR의 기반산업이 될 센서/부품, SW/AI, 데이터, 생산기계 등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고 해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술/산업이 아니다. 대학/연구소-기업-정부 간 역할분담과 긴밀한 협력, 지속적 투자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센서는 적어도 10~20년 전부터 그 중요성을 인지했지만, 글로벌 센서 시장 점유율은 현재 2% 수준이다. ‘IT 강국’이라는 표현은 적어도 4IR 시대에는 엄청난 착각이다. 여기에서 IT는 과거 전자산업으로 분류되던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HW와 내수용인 초고속통신망을 가리킬 뿐, 정작 중요한 SW는 글로벌 SW 시장 점유율이 1% 정도인 약소국이기 때문이다. 둘째, 경제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이미 시작된 플랫폼 경제에서 생태계 내의 주도권은커녕 적정 수준의 협상력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개별기업이 가진 차별화된 제품/서비스/브랜드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향후에는 미국의 FANG, 중국의 BAT 같은 데이터/콘텐츠/IT서비스 회사나 미국의 GE, 독일의 지멘스 같은 제조서비스 기업이 플랫폼의 오너 및 관리자로서 시장가치의 대부분을 가져가게 될 것이다. 셋째, 사회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4IR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상생, 협력, 조화 등과는 거리가 먼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빠르게 이룩한 경제성장의 대가로 여러 가지 사회적 해결과제(예: 경제/사회 불평등, 전통적 가치관 붕괴)가 누적되어 있는 상황에서 점점 더 큰 과제(예: 고령화, 저출산, 일자리와 삶의 질, 다문화 확산)들이 불거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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