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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Aug 24. 2018

4차 산업혁명의 준비와 대응

[4IR I.10] 4차 산업혁명 크게보기-10

4IR 준비/대응, 기본방향

   클라우스 슈밥은 2018년 저서에서 4차 산업혁명(4IR)에 대해 2가지 즉, 줌인(zoom-in)줌아웃(zoom-out) 전략이 필요한데 둘 중에서 줌아웃 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줌인 전략이란 AI나 로봇, 블록체인 같은 특정 기술을 이해하는 것을, 줌아웃은 특정 기술을 넘어 기술 간 연결/융합(예: IT+NT+BT), 산업/경제 응용(예: AI 스피커, 택배용 드론, 디지털 콘텐츠의 P2P 거래 등), 나아가 신기술/신경제가 사회에 제공하는 효익이나 부정적 영향을 두루 헤아리는 것을 가리킨다. 줌인은 특별한 방법론이 없더라도 특정 학문/기술 전문가 혼자서 할 수 있지만, 줌아웃은 장/단기 & 거시/미시를 아우르는 시스템 접근법과 여러 분야 전문가의 참여 없이 수행하기 어렵다. 4IR처럼 크고복잡하며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문제를 놓고도 우리나라에는 줌인 접근은 넘치지만줌아웃 접근은 매우 부족하다 것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예를 들면, 정부는 2000년대 이후 IT, BT, NT, 그리고 융합기술 등에 대한 R&D&I (즉, 연구개발로부터 상업화에 이르는 혁신)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여러 가지 전략/계획 간 상호 연계가 부족하고 기술개발로부터 경제/사회 발전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여전히 미흡한 것을 볼 수 있다. 4차산업혁명 대응계획, 생명공학육성 기본계획, 나노기술 종합발전계획, 국가융합기술 발전기본계획, 뇌과학 발전전략, 미래성장동력 육성사업, 그 외에도 수많은 계획/전략은 국가 차원의 목표와 세부 전략에 따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통합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필자는 ‘4차 산업혁명 크게보기(즉, 줌아웃)’라는 주제로 지금까지 9개의 글을 발행했다. 그중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 클라우스 슈밥과 WEF가 제기한 4IR은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신기술에 의한 경제/사회 변화를 설명한 여러 가지 가설/이론 중 하나일 뿐이다. 

▪ 슈밥이 설파하고 있는 4IR의 본질은 ‘디지털기술은 물론,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등이 결합된 융합기술에 의해 물질계, 생명계, 가상계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대변혁’이다. 이는 종래의 제조혁신 및 서비스혁신, 기술/제품/산업융합, 그리고 최근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과 궁극적 목표는 같으면서 적용 기술과 접근방법에서 부분적 차이가 있을 뿐이다. 

 4IR을 바르게 준비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질성과 다양성이 큰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한 개념 정의와 국가 차원의 목표 설정효과적 전략의 탐색-수립정부-민간의 역할 분담지속적 또는 집중적 실행 등이 진행되어야 한다. 

▪ 우리나라 정부는 4IR을 AI와 ICBM 등 디지털 기술이 만드는 혁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4IR을 ‘3IR의 고도화 단계’에 가둠으로써 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뇌과학 등이 결합된 융합기술과 이들을 활용한 융합 제품/서비스/산업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는 결과를 초래한다. AI와 ICBM은 모든 스마트 시스템에 필요한 플랫폼 기술로 미국, 중국 등의 선도기업들이 기술 및 산업 측면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헤아려야 한다. 

▪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속도와 범위, 영향력이 큰 ‘대변혁’은 인류에게 큰 기회와 위협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점에서 기회보다는 위협이 더 큰 상태라 할 수 있기에 개인, 기업, 정부가 각각, 또 함께 4IR을 보다 더 치밀하게 준비/대응해야 한다.  


4IR에 대한 개인의 준비/대응

   4IR 시대를 맞고 있는 개인은 우선 가치관 자체에 대한 점검부터 해야 한다. AI와 로봇, BT, 뇌과학 등이 인간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고 언젠가는 소위 신인류가 등장하게 된다면 이제부터라도 육신과 물질보다는 정신과 문화를 중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 본연의 정신적 가치 즉, 理想과 공존/공영 추구, 그리고 전통 존중 같은 가치의 회복이 필요하다. 또한, 소유보다는 공유(sharing)나 이용(utilization), 각자도생보다는 협동/협업을 선택하는 식의 행동 변화도 필요하다. 다음, 4IR로 인한 일자리의 증감 여부와 관계없이 이제 돈을 벌기 위한 직업(job)과 돈과 상관없는 일거리(work-to-do)를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4IR을 통해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은 물론 정신노동까지 줄여줄 것이 예상되므로 ‘하루 8시간, 주당 52시간’ 같은 근로 시간의 개념과 노동 자체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말이다.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추구하는 사회 현상은 그 단초에 불과한 것이다. 어느 미래학자는 인간이 하는 일은 이제 두 가지 즉, For-moneyFor-friendship(우정, 인류애)으로 구분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NGO, 사회적 기업,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이 ‘일거리+일자리’라면, 메이커(maker)가 ‘일자리’와 관계없이 해 온 제빵/제과, 가구만들기 등은 순수한 ‘일거리’라 할 수 있다. 유럽 28개국에서는 총 280만 개의 사회적 기업을 통해 전체 노동가능인구의 6.3%인 1,360만 명에게 유급 일자리를, 550만 명에게 무급 일자리를, 그리고 8,300만 명의 자원봉사자를 만들었다고 한다(2015년 기준). 미국에는 2016년 기준, 500개의 메이커 스페이스가 운영 중이며, 메이커들이 만든 상품을 거래하는 Etsy.com에는 약 170만 명의 개인판매자가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4IR 시대를 맞는 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위에서 얘기한 가치관의 재정립시간/노동에 대한 가치 재정립 외에 다니엘 핑크가 얘기했듯이 창안자(creator) 역량과 연결자(connector)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WEF(2016)이 꼽은 인지능력, 물리적 능력과 콘텐츠 기량, 프로세스 기량 등이 창안자 역량이며, 사회적/시스템/문제해결/자원관리/기술적 기량 등이 연결자 역량인 셈이다. 그러한 역량은 이제 초/중고/대학(원)뿐만 아니라 비정규 교육기관, 가정, 직장, 사회 등이 함께 육성해야 한다. 다양한 지식/지혜를 모아 현실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목표 지향적 교육훈련을 통해 기업가 정신, 도전/실험 정신, 협업 경험 등을 키워야 한다. 


4IR에 대한 기업의 준비/대응

   4IR의 선도기업들은 이미 새로운 제품/서비스/산업을 창출하고 시장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예를 들면, ① 전통산업의 GE, 지멘스, 존 디어, ② 신산업의 에어비앤비, 우버, 구글, 아마존, ③ HW 솔루션 기업으로 쿠카, 스트라타시스, ④ SW 솔루션 기업으로 IBM, 구글, 아마존 등이 있다. 그 외에도 테슬라는 전기자동차와 태양광 에너지의 선도기업이면서 우주탐사, AI, 차세대 수송 등 사업으로 확장해 가고 있으며, 로컬모터스는 자동차를 고객 주문에 따라 생산-판매하는 회사로서 3D 프린팅과 오픈소스 HW를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 제조, 크라우드 소싱 방식의 개방형 혁신을 실현하고 있다. 

   4IR 시대에 기업이 준비/대응해야 할 일은 결국 제조혁신과 서비스혁신이며내용면에서는 제품혁신공정혁신 같은 기술혁신과 조직혁신마케팅혁신비즈니스 모델 혁신 같은 비기술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필자는 기업혁신 대상을 5가지 영역 즉, 고객가치(why), 가치제안(what), 운영방식(how), 공급역량(who), 시장유통(whom) 등으로 나누고 있다. 모든 영역이 다 중요하지만, 4IR 시대에 기업은 디지털 기술의 도입/적용과 디지털 역량과 리더십의 확보를 통해 ① 제품/공정을 지능화, 연결-통합하고(: 운영혁신) ② 기존 제품/서비스를 스마트 상품/솔루션으로 전환하며(: 상품혁신) ③ 소비자/고객의 요구/욕구/행태를 파악해서 편의성과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기업과 소비자가 가치를 공동창조(co-creation)하는 파트너로 발전시키며(: 유통혁신) ④ 국내/외 기업들과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기술, 자본, 인력, 경험, 고객기반 측면에서 협업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만들고(: 역량혁신) ⑤ 궁극적으로 기업활동의 결과가 소비자를 넘어 국가/사회/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 가치혁신)이 필요하다. 위에서 소개한 선도기업들은 대부분 5가지 영역에서 균형 있는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국내 기업, 특히 전통산업에 속하는 기업에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은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성공적 DX을 위해서는 4IR 시대에 알맞은 기업의 임무/비전/목표 재설정, 전략 수립과 포트폴리오 관리, 비즈니스 모델 혁신, 디지털 기업생태계 구축, 제품/공정의 디지털화, 디지털 기업문화 구축, 디지털 인재/역량 확보 등이 체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4IR에 대한 정부의 준비/대응

   행정학은 현대적 정부는 과거와 같은 관료형 조직(government)이 아닌 기업가형 조직(governance)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즉, 오늘날 정부는 과거처럼 명령과 통제를 수단 삼아 국가의 여러 기능을 직접 수행하는 식이 아니라 협력과 네트워킹을 통해 국가의 여러 구성요소들이 각자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4IR 시대에 정부는 각종 센서(예: CCTV, GPS, 드론)와 통신망을 이용해서 일반국민/기업을 모니터링, 통제하는 식으로 기능이 강화되거나 SNS를 포함한 소통수단과 블록체인 및 보안기술 발달에 따라 오히려 관리자로서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슈밥(2016)은 4IR 시대의 정부는 특히 거버넌스, 규제 기능, 안보/국방 기능 등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권력 원천(예: 기민성, 협업) 자체의 변화와 권력의 재분배 및 분권화(예: 전자투표에 의한 시민 참여 확대)로 인해 정부의 정책 결정 주도권이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 투명성, 효율성 등을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규제 측면에서는 정부 혼자가 아닌 기업/시민사회와의 협력체제 즉, 협력적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의 필요성을, 안보 측면에서는 복합적 위협/갈등에 대한 대비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4IR 시대에 기회보다는 위협요인이 더 많은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 경우, 정부는 어떤 준비와 대응을 해야 할 것인가? 일의 순서로 보자면,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4IR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 국가 차원의 공통 목표 설정, 올바른 전략 수립, 그리고 지속적 또는 집중적 실행 등이 필요하다. 어떤 전략을, 어떻게 수립, 실행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책가, 전문가, 일반국민 등이 함께 고심해야 할 과업이기에 여기에서는 필자가 생각하는 몇 가지 방향만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4IR 준비/대응 전략은 기간 면에서 장기와 단기로 나누고, 장기 전략은 다시 자강(自强) 전략과 공존(共存) 전략으로, 단기 전략은 수비 전략과 공격 전략으로 나눠야 할 것이다. 10~20년 후를 바라보는 장기 전략이 없는 단기 전략은 후손/후진에게 무책임하고, 5년 이내를 바라보는 단기 전략이 없는 장기 전략은 현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 자신에게 무책임한 전략이다. 4가지 카테고리의 전략 중 단기-수비 전략으로 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유지, 스마트 시스템 중심의 신산업 육성, 해외 플랫폼 기업의 국내 시장 진입 대응, 산업별 재직자의 디지털 기술인력 전환 등을 꼽고자 한다. 단기-공격 전략으로 First Mover가 될 수 있는 융합 제품/서비스/산업 육성,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벤처/스타트업의 아이디어/상품 육성 등이 시급한 과제라 생각한다. 장기-자강(自强전략에는 국가 차원의 지식/산업 생태계 조성과 사회/문화 자본 축적이, 장기-공존(共存전략에는 한국 고유의 물질/정신 가치(예: 扶助, 敬愛)의 복원 및 글로벌화, 인류 차원의 문제(예: 우주/극지 개발, 자연재해, 자원고갈, 환경보호) 해결을 위한 국제적 협력 강화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4IR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역할

   4IR에 대한 준비, 대응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방향 설정 못지않게 실행 주체인 정부, 기업, 전문가, 일반국민 등이 각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그럴 수 있도록 서로 돕는 분위기/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이 할 일을 대신하거나 침해하고, 기업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정부에게 미루거나 의존하며, 전문가든 일반국민이든 대의(大義)보다는 자신이나 소집단의 이익을 앞세우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부 주도 ‘시범사업’에서 정부 역할이 과도하거나 민간 역할이 과소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장기간의 투자와 시행착오가 불가피 한 기술개발 과제(예: 센서)를 정부도 기업도 소극적으로 다루는 바람에 결국 국가 차원에서 큰 손실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4IR을 준비/대응하기 위한 과제의 계획과 집행, 관리에는 반드시 다양한 지식/경험을 가진 이해관계자가 참여해야 한다. 기술만 아는 전문가, 기술의 본질을 모르는 관료,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만 바라다보는 일반국민 등이 독단으로 문제를 이해하고 진단과 처방을 할 때 잘 못 된 결과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EU의 SPARC는 2014~2022까지 총 28억 유로를 투자해서 시장점유율을 35%에서 42%로 높이기 위해 183개 조직에서 12,000명이 참여하는 차세대 로봇 개발 사업이다. 이 사업은 ① 제조, 서비스, 안전, 우주, 의료, 농업용 로봇 등 수요산업 대표, ② 부품공급자, 시스템 통합자, 서비스 제공자 등 공급산업 생태계 멤버, ③ 최종 사용자, 그리고 ④ 요소기술자 등 4개의 이해관계자 그룹(‘Topic Groups’)이 함께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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