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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Sep 01. 2018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온고이지신

[4IR I.6.1] 4차 산업혁명 크게보기- 보충 1

이 글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X)에 대한 지난 글(http://brunch.co.kr/@duk-hyun/10)을 보충하기 위한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든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새로운 놈’이 등장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낯선 용어/개념을 놓고 그것과 연관된 상위 개념이나 그 근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매일 매일 등장하는 낯선 것들을 쫓아다니는 헛수고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요즘 이슈가 된 DX와 1980년대 중반에 등장한 기업통합(Enterprise Integration),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한 기업변환(Enterprise Transformation)의 의미와 특징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기업’은 기능적 공생(functional symbiosis)을 추구하는 개체들의 집합체로서 영리조직(예: 회사), 비영리조직(예: 대학, 정부/공공기관)을 망라하는 개념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의 의미

   지난 글에서 필자는 디지털 혁명이 1960년대 말쯤 시작된 디지타이제이션(digitization, 1단계), 1980년대 중반 이후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2단계)을 거쳐 2010년대 초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3단계)에 이른 것으로 설명하였다. 디지타이제이션은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작업이고, 디지털라이제이션은 오프라인 거래/교환 프로세스나 물리적 형상을 가진 제품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이다. DX은 지난 반세기 동안 진행된 디지털 혁명이 기술과 시장에 일으키고 있는 두 가지 급격한 변화 즉, ① AI, 로봇,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팅 등 디지털 플랫폼 기술 발전과 ②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로 급성장한 기업(우버에어비앤비페이스북등장에 따라 촉발된 것이다. 

   DX를 개념적 모델링 도구인 자크만 프레임워크(Zachman Framework)의 두 가지 축(軸) 중 하나인 초점(focus)에 따라 분해한다면 아래와 같이 풀이할 수 있다. 

  o 목적(why):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서) 개별기업의 경쟁력 향상(: 협의) 또는 산업 고도화 내지 국가 경쟁력 향상(: 광의) 

  o 대상(what): 디지털화가 가능한 모든 기업 구성요소(예: 제품/서비스, 생산공정, 인적/물적/지적 자산, 비즈니스 프로세스)

  o 주체(who): 구매자, 판매자, 중개자, 지원자; 전통산업, 신산업; 수요자, 공급자

  o 공간(where): 온라인/가상세계, 오프라인/현실세계, 두 세계의 접점/연결부분

  o 시기(when): 실시간, 온디맨드, 즉응

  o 방법(how): ① 제품/서비스 자체의 지능화, 가상화, 실감화, 맞춤/개인화, ② 조달-생산-판매 프로세스의 연결, 통합, 지능화, 가상화, 맞춤/개인화     


DX의 성공요인: 기술보다는 사람과 조직

   위와 같은 시각에서 보면, DX의 why, what, who 부분은 30~40년 전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지만, where, when, how 부분은 최근 괄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990년대 유비쿼터스 기술 발전에 따라 센서-프로세서-액추에이터로 구성된 스마트 시스템이 고도화되었고, 2000년대 중반 이후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디지털 플랫폼이 고도화됨에 따라 온-오프가 매끄럽게 연결되고(즉, where의 변화), 시간적 지체가 거의 없는 업무 수행이 가능해졌으며(즉, when의 변화), 문제에 따라서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즉, how의 변화). 이처럼 디지털 혁명은 빠르게 고도화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전되는 부분이 있다. 즉, 신기술을 도입/적용해서 제품/서비스와 공정/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는 일은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지만, 기업활동의 주체인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역량 등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디지털화된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이 DX를 통해 얻고자 하는 성과는 where, when, how 같은 기술 영역보다는 what, who, why 같은 사람과 조직 부분의 디지털화 속도와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DX를 단순히 신기술을 도입/적용하는 문제로 보고 접근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실제로 학계/연구계, 산업체 등의 DX 전문가/실무자들은 경영진의 디지털 리더십, 구성원들의 디지털 역량, 디지털 조직문화(예: 기민성, 도전정신, 합리적 의사결정, 위임/분권, 협업) 등이 DX의 성공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DX의 원조, 기업통합(Enterprise Integration)

  * 출처: 김덕현, 융합 비즈니스, 2014. 11., p.216 


   기업통합은 1980년대 중반, 미국 국방부에서 시작되어 1990년대 말까지 전 세계 방위산업과 민수산업에도 확산된 바 있는 CALS(Continuous Acquisition and Lifecycle Support, 획득 및 군수지원의 일관화)를 뒷받침 한 혁신 전략이다. 기업통합은 stovepipe(연통)처럼 횡적 연결이 안 되는 局地的(local) 사고(思考)와 업무방식을 全社(enterprise) 차원의 그것으로 바꿀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 국방부는 사업(program), 업무기능(function) 및 프로세스, 데이터(data), 기술(technology) 등 4가지를 통합의 대상으로 선택했다. 여러 가지 국방 사업이 중복과 비효율 없이 추진되려면 이를 수행하는 국방부 본부와 각 군, 그리고 관련 기관/업체들의 업무기능이 수평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데이터/정보가 교환/공유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의 디지털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관련 기술의 현대화와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 것이다. 

   기업통합은 IT의 도입, 적용 이전, 이후에 기업의 전략과 실행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수순을 제시하고 있다. ‘비전-공감대-프로세스-자원과 역량-가치관과 관계-자료/지식 공유체제(IT)-새로운 관리체제’로 이어지는 흐름은 사람과 조직이 혁신의 중추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① 비전 설정: 구성원들의 이해와 흥분(excitement), 열정(enthusiasm), 에너지(energy) 등을 모으기 위한 준비 작업

  ② 조직 변화의 긴요성에 대한 공감대 조성

  ③ 업무 프로세스의 재구축

  ④ 인적/물적 자원의 역량 향상

  ⑤ 행태(behavior), 가치관, 관계의 재정립

  ⑥ 자료/지식의 공유를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

  ⑦ 관리체제의 재구축     


DX의 원조, 기업변환(Enterprise Transformation)

  * 출처: 김덕현, 융합 비즈니스, 2014. 11., p.217 

 

  기업변환은 2000년대 중반, 기업활동 전반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이론적, 실증적으로 설명할 것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텍 텐넨바움연구소(http://www.ti.gatech.edu/)가 수행한 연구주제이다. 기업변환에서 고려하는 혁신 대상① 기업과 고객, 직원, 공급자, 투자자 간의 관계, ② 제품/서비스, ③ 생산-판매 방식 등이다(Rouse, 2005 & 2011). 기업변환은 기업가치를 감소시키거나 아예 소멸시킬 수도 있는 여러 가지 도전들(예: 성장, 가치사슬 구성, 선택과 집중, 창의적 혁신, 미래 신사업, 지식/정보 활용, 시간 활용 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변환은 구체적으로는 ① 전략적 접근방안, 예를 들면, 목표시장, 유통채널, 가치제안의 변경과 ② 운영적 접근방안, 예를 들면, 공급망 재구축, 아웃소싱, 프로세스 표준화/재구축, 온라인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기업변환은 미래의 불확실성, 성장의 한계 등이 가져 올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이 갖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과 가용한 시간, 지식/정보 등을 집중 또는 재배치함으로써 새로운 기업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전략이며 실행방안인 셈이다.      


기업통합, 기업변환, DX의 비교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1980년대 중반에 등장한 기업통합,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한 기업변환, 그리고 2010년대 초반에 등장한 DX는 기업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기업활동의 모든 구성요소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다만, 각 시대별로 기업 내/외부 여건을 감안한 전략의 선택과 성숙도/경제성을 감안한 적용 기술의 선택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기업통합은 사일로(silo)처럼 운영되는 사업과 기능을 통합하기 위해 데이터/정보를 표준화해서 폐쇄적 정보통신망 내지 인트라넷을 통해 교환/공유하려는 전략이었다. 이 시기에는 실제로 문서, 도면, 그림 등에 대한 데이터 표준(예: SGML, CGM, IGES)과 이들을 교환/공유하는 업무/프로세스 표준(예: CITIS, IETM)이 제정되었다. 기업변환은 고도화된 인터넷/웹 기술을 활용해서 기업의 전략, 전술, 운영(방식) 등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이고자 한 것이다. 이 시기에는 모든 디지털 데이터는 HTML로, 또 디지털 프로세스는 HTTP와 웹 서비스를 중심으로 표준화가 진행되었다. DX는 실시간 수준의 상황 감지(sensing), 데이터에 기반한 지능적 의사결정, 그리고 제어(actuating)가 가능한 기술기반을 활용해서 기업 내부의 모든 업무기능은 물론, 외부의 파트너, 소비자 등을 상시 연결함으로써 기업가치는 물론 고객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DX는 종래의 기업통합 및 기업변환과 비교하면,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기회가 엄청나게 커졌고 디지털 기술을 프로세스/공정뿐만 아니라 제품/서비스 자체를 혁신하는 데도 활용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디지털 신기술은 아직까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것도 있고 예상하지 못했던 위협요인도 있으며 심지어 소비자/고객이 원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표준화는 산업시대의 대표적 특징이지만, DX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업무기능이나 기술의 표준화가 필요한데 이 부분은 국내/외 모두 아직 미성숙 단계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기업통합, 기업변환, DX 등 3가지 패러다임은 모두, 기술보다는 사람과 조직의 변화 여부가 주요성공요인이 된다. 기업통합이 강조한 비전 설정과 조직구성원 및 이해관계자의 공감대 조성, 기업통합과 기업변환이 강조한 구성원의 역량 향상과 가치관/관계 변화 등은 DX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다. DX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AI & ICBM, 로봇, 3D 프린팅 등을 이용한 디지털 플랫폼의 고도화는 최소한의 과업이고 전체 구성원의 디지털 역량 향상과 디지털화에 적합한 조직구조와 조직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기술이 인간/조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간/조직이 기술을 선택, 활용하는 흐름이 되어야 한다. 그와 같은 총체적 변환 작업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 큰 성과를 낼 수 있게 하는 리더와 거버넌스가 디지털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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