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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Oct 26. 2018

기술융합, 제품/서비스융합, 산업융합

[4IR-2.7] 기업혁신과 융합-7

기술융합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융합(fusion or convergence)이란 용어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3년 미국 스탠포드(Stanford)대 로젠버그(Rosenberg) 교수는 ‘이종 산업에서 나타나는 공통 기술혁신 현상’을 융합(convergence)이라고 하였다. 1970년대 말 MIT대 네그로폰테(Negroponte) 교수는 컴퓨터, 인쇄출판, 방송, 영화 등 산업이 중첩되어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하는 현상디지털 컨버전스라고 하였다. 1991년 일본의 고다마(Kodama) 교수는 기술혁신의 유형을 2가지 즉 특정 기술 영역 내의 혁신인 돌파(breakthrough)와 여러 가지 기술이 결합융합(fusion)으로 구분하였다. 2002년 미국은 나노-바이오-정보기술과 인지과학 즉, NBIC 기술에 초점을 둔 융합기술 발전전략을 수립하였다. (이상, 참조: 김덕현, 융합에 대한 개념적 정의 in 융합 비즈니스 제2장, 2014)


   실제로 이미 많은 지식/학문 분야에서 기술융합이 진행되었다. 예를 들면,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는 기계공학(Mechanics), 전자공학(Electronics), 시스템공학이, 바이오닉스(Bionics)는 생물학(Biology)과 전자공학이 융합된 결과이다.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은 언어학, 신경과학, 철학, 인류학, 인공지능, 심리학 등이, 서비스과학은 경영학, 산업공학, 전산학, 심리학, 수학, 사회학 등이 융합된 신지식이다. 마찬가지로 바이오기술, 나노기술, MEMS/NEMS, 사물인터넷(IoT) & 유비쿼터스 컴퓨팅/네트워킹, 재생의학 등이 모두 융합기술이다. 나노기술은 물리, 화학, 생물, 전기, 전자, 기계, IT 등의 융합기술이고 그 결과물은 자동차/조선/항공/우주, 의료, 에너지/환경 등 광범위한 산업에 적용된다. 재생의학(Regenerative Medicine)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장애나 손상이 생긴 신체/장기를 대체하거나 원래대로 복원시키기 위한 것으로 대표적 NBIC 융합기술이다. NBIC 융합기술 개발을 위한 R&D 과제로 미국은 재생의학, 차세대 로봇 등을, EU는 자연어 처리, 비만/비대 치료, 지능적 거주공간, 인공 손 등을 추진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가지 융합 R&D가 수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들이 노인성 질환 진단 및 원격 모니터링, 화학물질 사고 예방/감시/대응, 달탐사 기반기술 등에 대한 융합 R&D를 수행하였다.       


디지털 컨버전스

   1970년대에 시작된 디지털 컨버전스는 디지털 기술 기반의 제품/서비스가 융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제품/서비스가 창출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초기에는 ICT 산업과 인접 산업 내에서 진행되다가 그 범위가 점차 모든 산업으로 확대되었고 2000년대에 들어서서 제품/서비스 융합, ICT(또는 IT) 융합, 산업융합 등으로 발전되었다. 제품/서비스 융합은 시장/고객의 요구/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 제품/서비스에 새로운 지식/기술을 결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갖는 융합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을 가리킨다. 산업융합은 두 개 이상 산업의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시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핵심역량을 결합해서 신산업을 창출하는 것을 가리킨다. 제품/서비스 융합 또는 산업융합 중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중이 높은 것을 ICT 융합이라 한다.


   초기 디지털 컨버전스는 ICT 산업 내의 플랫폼(즉, 통신망, HW, 시스템 SW), 콘텐츠(예: 음성, 사진,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기능(예: 녹음/녹화, 오디오/비디오 플레이), 기기(appliance, 예: TV, 전화기), 사업자(예: CPND-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 공급자), 소비자/시장, 고객가치(예: 편리함, 즐거움, 안전함, 경제성) 등이 부분적으로 수렴(convergence)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초기 융합 제품/서비스로 IPTV, LCD TV, DVR(Digital Video Recorder) 같은 가전제품과 프린터 복합기, 스마트폰, GPS, VoIP(인터넷 전화) 같은 사무/통신기기 등이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가 확산되면서 ① 아날로그 제품의 디지털화(예: 인터넷 TV, 모바일 방송/게임) ② 아날로그 서비스의 디지털화(예: 전자책, e-러닝, 인터넷 뱅킹) ③ 아날로그 제품에 IT/SW 내장/부가(예: 스마트 자동차/선박) ④ 새로운 디지털 제품/서비스 등장(예: u-헬스케어, 원격정비) 식의 변화가 나타났다.      


제품/서비스 융합

   1980~1990년대 디지털 컨버전스가 확산되면서 많은 융합 제품/서비스가 등장했지만, 통상 2007년에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을 대표적 융합제품으로 꼽는다. 애플은 휴대형 컴퓨터와 무선 전화기, 사진/동영상/음악 등 미디어 생산/이용 기기 등을 융합한 아이폰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관련 산업을 재편성했다. 아이폰(HW)은 앱스토어(SW)와 함께 기존 질서/규칙, 예를 들면, 제품과 서비스 내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 개발자/제작자와 사용자/이용자의 구분 등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2000년대 이후 ICT를 포함한 여러 가지 지식/기술을 결합한 많은 융합/제품 서비스가 등장했으며, 그중 일부는 새로운 융합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스크린골프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e-Sports), 의류 디자인/맞춤, 가봉 등 서비스가 결합된 가상피팅, 의료서비스에 관광을 결합한 의료관광, 폐기된 전자제품에서 재사용 가능한 금속/소재를 추출하는 도시광산, 인공적 생육환경을 만들어서 도시/건물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식물공장, 스마트 홈/빌딩/시티, 자율주행(autonomous) 자동차, 드론/무인이동체, 전자 인증/지불/결제 등을 포함하는 핀테크(FinTech) 등이 새로운 개념의 산업/시장을 형성했다.


   제품/서비스 융합은 투입요소(input)를 산출물(output)로 변환하는(transform) 방식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참고로, ‘변환 방식’은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식으로 추상화하거나, 원재료와 산출물 간의 특성 차이에 따라 물리적 결합(또는 패키지/복합), 화학적 결합(즉, 좁은 의미의 융합), 생물학적 결합(즉, 두 개 종의 강점만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품-ICT 융합서비스-ICT 융합은 결합 순서를 바꾸면 ICT 융합 (제품/서비스) 된다. 제품의 서비스화, 서비스의 제품화, 제품-서비스 통합(PSS) 등은 제조(업) 또는 서비스(업) 혁신 전략으로 소개되기도 하는데 성격상 제품/서비스 융합의 일종으로 분류하였다.

 (1) 제품융합: 2개 이상 제품의 기능/속성을 하나로 합침 (예: 카메라+전화기=폰카)

 (2) 서비스융합: 2개 이상 서비스의 기능/속성을 하나로 합침 (예: 의료+관광=의료관광)

 (3) 제품-ICT 융합: 기존 제품에 ICT(즉, 부품/자재, SW 등)를 추가 (예: 스마트카)

 (4) 서비스-ICT 융합: 기존 서비스에 ICT(즉, 부품/자재, SW 등)를 추가 (예: 지능형 교통시스템)

 (5) 제품의 서비스화(Servitization, 서비타이제이션): 제품에 자사의 부가서비스 제공 (예: 컨설팅+교육), 제품에 타사의 서비스를 부가 (예: 자동차+할부금융), 제품을 서비스로 판매 (예: 항공기 엔진 리스), 제조업체의 서비스업 진출 (예: 의료기기제조+헬스케어)

 (6) 서비스의 제품화(Productization, 프로덕타이제이션): 1회성 서비스를 재사용 가능한 제품화 (예: 공연실황 CD), 반복적 서비스를 장비/기기로 전환 (예: 관광안내 단말기),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하나의 솔루션화 (예: 건강관리 솔루션)

 (7) 제품-서비스 통합(Product-Service System): 고객의 요구/욕구 충족 내지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제품, 서비스를 하나의 시스템(또는 솔루션)으로 설계-구현함 (예) 홈 네트워크: 통신, 안전, 오락용 통신기기와 관련 서비스를 일체화된 솔루션으로 개발-판매     


산업융합

   산업융합은 ICT를 중심으로 한 동종/인접 산업 간 융합(예: 인터넷 TV)에서 이 산업 간 융합(예: 의료관광, 크루즈여행)으로 확장되는 식으로 발전해 왔다. 2011년에 처음 제정된 「산업융합촉진법」(제2조1항)은 산업융합을 ‘산업간, 기술과 산업간, 기술 간의 ① 창의적 결합과 복합화를 통해 ② 기존 산업을 혁신하거나 새로운 사회적·시장적 가치가 있는 산업을 창출하는 활동’으로 정의하였다. 이보다 앞서 김덕현(2010)은 산업융합을 ‘2종 이상의 산업에서 활동 중인 단위기업(Business Unit)들이 융합기술 기반의 상품을 개발, 판매함으로써 시장/고객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생태계를 재구성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전자가 기존 산업과 신산업을 이분법으로 구분하고 있음에 반해 후자는 시장/사회 요구에 따라 다양한 역량들이 수시로 이합집산되는 역동적(dynamic) 생태계를 강조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래사회로의 이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급자 중심의 전통적 산업 분류-즉, 자동차, 조선, 기계, 항공, 전자, 섬유 등 제조업과 의료, 금융, 유통, 물류 등 서비스업, 그리고 농축산임업 등-는 하루속히 수요자 중심의 시장 내지 미래산업 분류로 재정립야 한다.

   아래 표는 개인/사회의 요구/욕구를 중심으로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산업과 각 산업에 포함될 대표적 융합 제품/서비스를 예시한 것이다.              

미래산업 분류- 제품/서비스(예)


융합 비즈니스와 조직혁신

   융합 기술/제품은 과거에는 ‘우연한 발견’(serendipity)을 통해 얻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의도적/계획적 시도를 통해 개발되고 있다. ‘의도적/계획적 시도’란 예를 들면, 르네상스를 촉발한 메디치家의 노력이나 통섭(統攝),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회의 기술별 얼라이언스, 우리나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융합 클러스터와 융합연구단 같은 것을 꼽을 수 있다. 「메디치 효과」(2005)의 저자인 프란스 요한슨은 '창조적 사고는 지향적/교차적 아이디어와 연상, 장벽 제거 등을 통해 형성된다'라고 하였다. 스티브 잡스는 ‘창조는 곧 연결(Creativity is connecting things)’이라고 하였다. 통섭은 최재천 교수가 컨질리언스(Consilience)를 번역한 단어로 개인 또는 집단이 여러 분야의 지식을 연결,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융합 얼라이언스/클러스터는 서로 다른 분야 연구자들이 지식/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헐렁하게 연결된 조직이며, 융합사업단은 임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R&D 프로젝트 조직이다. 이처럼, 융합은 기술혁신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고 조직혁신이 전제되거나 수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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