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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Oct 19. 2018

융합 비즈니스: 의미와 접근방식

[4IR-2.6] 기업혁신과 융합-6

융합 비즈니스의 의미

   융합 비즈니스는 언제부터인가 기업과 학계에서 쓰기 시작한 용어인데 이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가 없었다. 필자는 2010년, 2014년에 융합 비즈니스를 ‘융합기술이 제공하는 기회나 융합의 원리(즉, 개방-연결-협업)를 적용해서 새로운 제품/서비스, 산업을 창출하거나 기존 제품/서비스, 산업을 혁신하기 위한 기업활동’이라 정의하였다. 2010년에는 ‘융합기술 적용’을 필수요건으로 꼽았던 셈인데 2014년에는 ‘융합의 원리(즉, 개방-연결-협업)’ 부분을 추가함으로써 융합 비즈니스의 범위를 상대적으로 넓게 확장하였다. 이는 융합 비즈니스는 과학기술을 포함한 지식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이해관계자 내지 참여자들의 열린 태도, 지적/감성적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사회 인프라, 그리고 작은 시행착오를 거듭해 가면서 결국 큰 성과를 만들어내는 협업 경험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융합 비즈니스는 초점(focus)에 따라 다음과 같이 5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 [고객가치: Why?] 개인, 사회, 국가, 인류의 행복과 번영을 위한 새로운 가치 창출

     (예) 친환경 농산물 생산-판매, 인공장기 개발, 신에너지 개발

  ▪ [시장유통: Whom?] 신시장 개척 또는 미래 시장 선점

     (예) 구글의 ‘Loon Project’(풍선/열기구를 이용한 글로벌 통신망), 자율주행 자동차

  ▪ [가치제안: What?] 시장/고객의 미충족 욕구 대응 신상품 개발

     (예) Cobot(Collaborative Robot, 인간과 협동하는 로봇), 드론을 이용한 배송

  ▪ [공급역량: Who?] 신기술 내지 새로운 역량(예: 파트너, 자원)을 활용한 상품 생산-판매 

     (예) Lab-on-a-Chip (마이크로 칩에서 질병 감염 여부 분석), 나이키 플러스(나이키와 애플의 협업 결과)

  ▪ [생산/판매방식: How?] 제품/서비스의 생산/판매 프로세스 혁신  

     (예) 스마트 팩토리, 예지정비(Predictive Maintenance), 옴니채널     


   위에서 대괄호 안에 붙여 둔 태그는 필자가 즐겨 사용하는 개념적 모델링 도구인 자크만 프레임워크의 6가지 초점(focus) 즉, 5W1H를 준용한 것이다. 참고로, 5W1H는 故 피터 드러커의 (경영자가 늘 염두에 두어야 할) 5가지 질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즉, What is your mission? [임무, Why?], Who are your customers? [고객, Whom?], What does your customer value? [고객가치제안, What?], What results are you trying to accomplish? [성과기준, Why?], What is your plan? [사업계획, How?]     


융합 비즈니스의 특징

   전통적 혁신의 목적/목표가 기업가치 향상 위주였던 것과 달리 융합 비즈니스는 고객가치(Customer Value)를 먼저 고려한다. 혁신 범위 측면에서 융합은 기업의 경계를 넘어서 산업생태계를 고려하고, 여러 영역의 지식/기술이 결합된 융합기술을 활용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 즉, 공급역량, 시장유통, 가치제안 또는 제품/서비스, 생산운영 등을 함께 고려한다. 융합을 통한 혁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협업(collaboration, 協業)이 수반되어야 한다. 협업은 일시적 협력(cooperation, 協力)과는 달리 지속적 노력을 통해 성공 경험이 축적될 때 비로소 실현된다. 협업은 이질적 지식/정보, 제품/서비스, 산업 등의 연결을 필요로 하며, 이는 또 물리적, 논리적, 감성적 개방을 필요로 한다. 개방되지 않으면 연결될 수 없고 연결되지 않으면 성공적인 협업을 실현할 수 없다. 협업은 coopetition 즉, ‘파이를 키울 때는 협력하고 키워진 파이를 나눌 때는 경쟁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다.      

전통적 혁신 vs. 융합 비즈니스 (출처: 김덕현, 융합 비즈니스, 2014)

   한편, 모든 비즈니스가 융합 비즈니스일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많은 학자/전문가들이 얘기하듯, 국가든 기업이든, 혁신에 대한 투자는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외부 환경, 그리고 내부 역량에 따라 전통적 혁신과 융합 비즈니스를 배합한 포트폴리오(portfolio)로 설계, 관리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고위험-고수익 투자'가 필요하거나 가능한 상황이라면, 기존 제품/서비스/역량으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식의 전통적 혁신 비중보다 새로운 제품/서비스/역량으로 신시장을 창출하는 융합 비즈니스 비중이 더 커야 할 것이다.      


융합 비즈니스 접근방식

   융합 비즈니스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접근방식 즉, ① 기술 중심: 융합기술을 확보한 후에 제품/서비스를 개발하고 이어 시장을 창출하는 방식(즉, technology push)과 ② 시장 중심: 사회적/국가적 요구나 소비자들의 잠재적/명시적 요구/욕구를 식별한 후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설정하고 이어 필요한 융합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즉, market pull)이 있다. 두 가지 방식 모두 혁신 성과는 시장 지배력을 개선하는 수준으로부터 시장 자체를 재편성하는 파괴적 혁신 수준에 이를 수 있다. 기술 중심 융합 비즈니스는 신기술 창출에는 유리하지만, 시장/고객 니즈와 괴리될 가능성이 있고 미처 완성(또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서 사업화/상업화가 과정에서 여러 가지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기술 자체에 대한 타당성과 시장성이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반면, 시장 중심 융합 비즈니스는 고객 니즈 반영에는 유리하지만, 단기/즉응적 시장 대응으로 인해 핵심기술 확보가 지연되거나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로 인해, 외부 도입 기술에 대한 기술료와 의존성이 증가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산업발전 로드맵과 기술개발 로드맵을 연계시켜서 핵심기술은 중장기적으로 확보하고 고객/시장 요구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식의 균형이 필요하다. 


   아래 그림은 이미 등장한 융합 기술/제품/서비스/산업의 예를 융합 비즈니스 접근방식과 예상(또는 기대) 성과의 크기에 따라 4가지 그룹으로 나눠 본 것이다. 텔레매틱스는 tele(원격)와 informatics(정보)가 결합된 단어로 무선통신망과 GPS를 이용한 각종 내비게이션에 탑재된 기술이다. DNA칩 또는 바이오칩은 유전자 분석을 위한 연구/실험 장치로 매우 작은 DNA 조각들을 고체 표면에 집적시킨 것이다. 이들은 확보된 신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만든 후 시장 창출을 시도한 형태라 할 수 있다. 한편, 스크린골프스마트폰은 소비자/고객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여러 가지 기술과 부품/소재를 결합해서 출시하고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HW와 SW, 콘텐츠 등을 고도화하는 식으로 제품/서비스 자체를 발전시킨 형태이다.    

융합 비즈니스 접근방식 (출처: 김덕현, 융합 비즈니스, 2014)

   융합 비즈니스는 대부분 새로운 산업과 생태계를 만드는 작업이 되기에 특정 기업의 전략과 역량만으로 성공에 이르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원격의료, 스마트시티,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 차원의 기술-경제-사회 혁신이 병행되어야 하기에 기업과 정부, 학계, 연구계, 일반국민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융합 기술/제품/서비스 등에 대한 R&D, 생산, 판매 등 전체 영역에서 폐쇄적이 아닌 열린 접근을 해야 한다. 특히, 국내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면, 제품/서비스의 기획 단계부터 해외 파트너들과 협력해야 한다. 정부는 개방형 혁신과 공동 개발/마케팅을 위한 전략적/실무적 제휴나 협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인프라 조성, 규제 철폐 등 정책 지원을 담당한다. 융합 비즈니스 촉진을 위한 인프라로 ① 제품/서비스 수명주기활동 전반에서 이해관계자의 협업을 지원하는 정보시스템, ② 이종 학문/산업 간 지식/정보/경험의 교환/공유를 위한 각종 워크숍, 세미나, 포럼, 비즈니스 데이 등의 교류 활동, ③ 단계별 산출물의 수집/분석과 체계적 관리 및 공유를 위한 지식관리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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