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IR-2.5] 기업혁신과 융합-5
전략(strategy)은 기업이 현재상태(AS-IS)로부터 목표상태(TO-BE)에 이를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을 탐색하고 그중 가장 알맞은 경로-이를 전환(또는 이전)계획, transition plan이라고 함-를 선택한 것이다. 전략 개념과 도구들은 오래전부터 군대에서 발전되어 왔으며(예: 손자병법) 2차 세계대전 후 기업경영에도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전략을 뒷받침하는 수단을 전술(tactics)이라 하고 전술을 뒷받침하는 수단을 작전 또는 운영(operation)이라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제약회사가 3년 후 바이오 신약 분야에서 글로벌 top 5에 속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고 하자. 이때, 신약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 즉, 자체개발, 타 업체와 공동개발, 기술 보유 업체 M&A 또는 A&D(Acquire & Develop) 등-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전략이다. '공동개발' 전략을 선택했을 때, 후보업체 중에서 하나의 파트너를 선정하는 것은 전술이 될 것이고 선정된 업체와 공동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日常的) 운영 문제가 된다.
전략적 혁신(Strategic Innovation)은 기업활동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제품/서비스, 시장, 고객, 생산-판매방식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재정립함으로써 기업가치는 물론, 고객가치를 향상시키려는 것이다. 전술적 혁신이 기업 내의 특정 부문이나 사업에, 운영혁신이 실무 작업에 각각 초점을 둔 것임에 반해 전략적 혁신은 기업 전체의 운명 또는 주력 사업의 포지셔닝을 바꿀 수도 있는 혁신이다. 1980년대 이전의 기업혁신은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운영/전술적 혁신 위주였지만, 그 후에는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혁신의 비중과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기업 내/외부 환경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커진 가운데 IT를 포함한 신기술이 제공하는 기회와 위협이 커졌고, 소비자/고객은 끊임없이 고수준의 가치제안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식/기술의 이동이 용이해지면서 산업간 경계와 생산자-소비자간 구분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내/외부의 복잡성과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합리적/효과적 대안을 탐색, 선택해서 가용한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영진의 과업이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변혁이 속도, 범위, 영향력 측면에서 종래의 혁명과 큰 차이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은 더욱더 전략적이어야 한다.
1990년대 이후, 사용자(user) 혁신, 사회적(social) 혁신, 협업적(collaborative) 혁신, 저기술(low-tech) 혁신, R&D 없는(non-R&D) 혁신, 디자인 혁신, 비즈니스 모델 혁신(BMI: Business Model Innovation), 그리고 융합(convergence) 같은 신개념 혁신이 등장하였다. 사용자가 주도하는 혁신, 기술과 경제의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는 사회적 혁신은 생산자나 기업가/기술자가 주도한 전통적 혁신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협업적 혁신은 대기업과 벤처기업/스타트업이 각자의 강점을 합치는 혁신으로 기업간 경계를 넘어 지식/산업생태계로 나아가는 초기 모형이라 할 수 있다. 저기술 혁신과 R&D 없는 혁신은 공급자보다는 수요자 시각이 중요하며, 문제에 따라서는 기술보다 비기술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인식한 혁신이다. 디자인 혁신은 단순하게 보면 여러 가지 제품 속성 중에서 심미적 요소에 주목한 전술적 혁신이지만, 고급시계의 이미지를 저가의 패션 아이템으로 바꾼 스와치의 혁신 같은 것은 전략적 혁신이다.
Palmer와 Kaplan(2015)은 전략적 혁신은 현재로부터 (무작정) 미래로 가는(‘present to future’) 혁신이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현재로부터 미래로 나아가는(‘start with the end in mind’) 혁신이라고 하였다. 전략적 혁신은 먼저 TO-BE를 설정하고 AS-IS로부터 그것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혁신이다. 전략적 혁신은 새로운 사업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창의적 아이디어로부터 이를 제품/서비스 컨셉으로 정의한 후 설계-개발-판매-사후지원하는 전체 과정에서 새로운 접근과 실행을 필요로 한다. 전략적 혁신은 선도기업을 벤치마킹해서 열심히 따라가는 fast follower 방식이 아니라 신기술을 활용하고 충족되지 않은 소비자/고객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제품/서비스나 산업(또는 카테고리)을 만들어 내는 혁신, 즉, 새로운 질서(또는 게임 법칙)를 만드는 first mover의 혁신이다. 전략적 혁신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계획 수립-실행의 유연성, 벤처기업 같은 기민성, 예상치 못한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 등이 필요하다.
Tidd와 Bessant(2009)는 전략적 혁신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 제품/서비스의 참신함 (예) 워크맨, 휴대폰, 만년필, 카메라, 식기세척기, 폰뱅킹
▪ 프로세스의 참신함 (예) 혁신적 제조공정, 인터넷 뱅킹, 인터넷 서점
▪ 복잡성/고난도 구현 (예) 롤스로이스의 항공기 제조
▪ 지적재산권 확보 (예) Zantac, Prozac, Viagra 등 의약품
▪ 경쟁요인 추가/확장 (예) 일본 자동차: 가격 경쟁에 품질, 구색 등 경쟁요인을 추가
▪ 타이밍(즉, first mover or fast follower) (예) 아마존, 야후, Palm Pilot (1996년 최초로 출시된 PDA지만, 시장에서 성공하지는 못함)
▪ 강건한 플랫폼 설계 (예) 워크맨의 아키텍처, 보잉 737, 인텔의 반도체 생산
▪ 경쟁규칙의 재설정 (예) 타자기⇒워드프로세서, 얼음⇒냉장고, 전기등⇒가스등
▪ 프로세스 재구성 (예) 자라, 베네통, 델, 도요타 등의 공급망 관리/통합
▪ 기존 자산을 타 분야에 적용 (예) 수레용 바퀴를 장난감과 오토바이에 적용
비즈니스 모델(BM: Business Model)이란 기업이 특정 사업을 통해 가치를 창출(creation)-전달(delivery)-획득(capture)하는 방식을 글, 표, 그림 등으로 표현한 것이다. 예를 들면, 1990년대에 등장한 여러 가지 사업방식 즉, 전자상점, 전자조달, 전자쇼핑몰, 전자경매, e-마켓플레이스, 가상 커뮤니티, 가치사슬 서비스/통합, 공동작업 플랫폼, 정보중개, 신용 및 기타 서비스 등은 인터넷/웹 기술 활용한 e-비즈니스 모델이라 한다. BM은 특정 사업에서 거래/교환되는 제품/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기술, 자산, 활동 등과 생산된 제품/서비스를 유통하기 위한 목표시장, 유통채널, 고객관계, 그리고 재무 측면의 원가구조와 수익모델(예: 판매가, 회비, 수수료) 등을 포함한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BMI: Business Model Innovation)은 BM 구성요소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개선/재정립/대체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BM은 전략을 뒷받침하고 일상적 운영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전술적 의사결정 결과이다. BMI가 기존 규칙 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하는 방식을 부분적으로 바꾼 것일 경우 전술적 혁신이다. 그러나, BMI가 기업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 자체를 바꾸는 식의 접근이 될 경우 전략적 혁신이 된다. 즉, ① 새로운 역량(예: 기술, 파트너, 자산) 내지 제품/서비스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technology push’) BMI, 또는 ② 새로운 고객/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서비스, 나아가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market pull’) BMI는 전략적 혁신이다. IBM(2006)과 BCG(2008)가 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BMI는 종래의 기술혁신 즉, 제품혁신, 공정혁신에 비해 성과가 더 크고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 확인되었고 실제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수많은 선도기업들이 BMI를 적극 도입, 적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술혁신을 중시하는 제도/문화가 지배적이어서 비기술혁신인 BMI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편이다.
아래에 1990년대 이후에 등장한 여러 가지 신개념 혁신 중에서 전략적 접근이 포함된 BMI 사례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 CSR/CSV 적용을 통한 사회적 문제 해결 (예) 유니레버: Joyeeta 프로젝트를 통해 방글라데시 홍수 피해지역 주민을 고용, 판매에 활용; GE: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 프로젝트를 통해 친환경 제품을 개발/판매함으로써 기업 이미지 향상과 매출 향상 효과.
▪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활용 즉, 제품 생산-판매에 외부 고객/소비자/파트너, 나아가 일반인의 지식을 활용함 (예) IBM: 이노베이션 잼을 통한 아이디어 확보; Threadless: 티셔츠 생산-판매 회사로서 일반인 공모를 통해 디자인과 생산 품목 결정; Local Motors: 주문형 자동차 제조회사로서 외부 디자이너 및 소비자가 디자인/설계에 참여; 레고: 소비자 협력을 통한 신제품 개발; Foursquare: 위치정보 제공 서비스에 사용자 활용; Priceline: 항공요금을 소비자가 정하도록 하는 name-your-own-price 방식 최초 적용.
▪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즉, 기업 외부 지식을 내부 지식에 연결시키거나 내부 지식을 외부에 공개해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개발하거나 문제를 해결함 (예) P&G: C&D 방식 제품개발; Goldcorp: 자사 보유 광산 탐사 DB를 공개하고 외부 전문가의 탐사 아이디어를 공모 활용; Victors & Spoils: 광고 프로젝트에 내/외부 전문가를 연결, 활용.
▪ 기업생태계 구축 (예)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공동 R&D, 위탁제조, 플랫폼을 중심으로 개발자와 사용자를 양면시장(double-side market)을 통해 확보.
▪ 융/복합 상품 개발 즉, 융합기술을 적용하거나 이종 제품/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제품/서비스 카테고리 창출 (예) 애플: 아이팟-아이튠즈(2001)와 아이폰-앱서비스(2007) 식의 제품-서비스 통합; 닌텐도: MEMS(초미세전자기계장치)를 적용한 혁신적 게임기 Wii(2006)와 스위치(2017)
▪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 혁신 즉, 제품/서비스뿐만 아니라 고객경험, 디자인 등 고객에게 제공되는 종합적 가치를 향상시킴 (예) 롤스로이스: 항공기 엔진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가동 시간에 따라 사용료를 받는 서비스 판매; 애플: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 이상의 기능이나 디자인을 담은 제품 개발; Whole Foods: 신뢰할 수 있는 건강식품을 판매; 구글: 이용자에게는 무료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광고주로부터 수익을 얻음.
▪ 운영방식 혁신 즉, 제품/서비스 생산 또는 이를 위한 조직을 혁신함 (예) 리앤펑: 의류 주문으로부터 생산-납품에 이르는 과정을 역동적 공급망으로 설계, 운영; 자라: 패스트 패션의 선두주자로서 글로벌 차원의 공급망 통합; 타타자동차: 초저비용으로 자동차 생산-판매.
▪ 공유경제 비즈니스 즉, 개인이나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잉여 자산(예: 제품, 서비스, 공간, 차량, 돈, 시간, 재능)을 재분배, 공유, 재활용하는 서비스 제공 (예) 우버, 에어비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