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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Oct 07. 2018

기업혁신 목적/대상/방법 변화

[4IR -2.4] 기업혁신과 융합-4

기업혁신 목적 변천

   기업혁신은 지난 100년 동안 목적, 대상, 방법 측면에서 변천되어 왔다. 기업혁신 목적(why)은 기업가치 향상에서 고객가치 향상으로 변천되었다. 1980년대 이전, 시장 권력이 생산자에게 있던 시기에 기업혁신의 목적은 오로지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있었으나 소비자로의 권력 이동이 가속화된 1990년대 이후 기업혁신은 소비자가치에 주목하게 되었다. 기업가치는 기업이 달성하고자 하는 성과지표, 예를 들면, 매출/이익, 품질, 생산성, 시장점유율, 원가/비용 등으로 구체화된다. 소비자가치는 소비자가 자신이 구매/사용한 제품/서비스에 대해 부여하는 기능적 가치(예: 성능, 품질, 가격), 사회적 가치(예: 타인의 인정), 감정적 가치(예: 즐거움, 편안함), 인식적 가치(예: 새로운 지식)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기업은 소비자가치를 높이기 위해 통상 제품혁신(예: 고성능, 고품질, 디자인 개선), 마케팅혁신(예: 가격 인하, 구매 편의성 증대), 조직혁신(예: 콜 센터 운영) 등을 추진해 왔다. 또한, 기업/제품/브랜드 등에 대한 소비자 및 일반인의 인지도/만족도 등을 조사분석해서 혁신 활동에 활용해 왔다. 


   한편,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업혁신은 소비자/사용자를 넘어 넓은 의미의 고객(즉, 종업원, 파트너 등 포함), 나아가 사회/인류 차원의 가치를 고려하게 되었다. 실제로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에 입각한 혁신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CSR은 1950년대 이후 이해관계자론과 함께 발전한 이론이며 CSV는 2006년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발표한 이론이다. CSR은 기업이 재화를 생산-판매하는 경제적 역할에 덧붙여서 직원에게 지속적으로 일을 제공하고 지역/국가 발전과 자연환경 유지/보호에 대한 책임도 수행하라는 사회적 요구인 셈이다. CSR(예: 환경보호나 저소득층 지원)은 기업에게 일방적 비용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CSV(예: 저개발국가 낙후된 지역 주민들에게 교육훈련을 제공해서 결과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는 사회적 책임 이행과 이윤 창출 노력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로 연계될 수 있다. 마케팅의 구루인 필립 코틀러는 2010년에 출간한 ‘마케팅 3.0’에서 인간정신(human spirit) 즉, 문화와 협업을 통한 가치가 마케팅의 새로운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2013년, 미국 과학재단(NSF)과 WTEC가 발표한 CKTS(Convergence of Knowledge, Technology, and Society) 보고서는 ‘지식-기술-사회 융합’을 통해 인류 차원의 가치, 예를 들면, 건강, 풍요, 안전, 번영 등을 실현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슈밥/WEF의 ‘4차 산업혁명론’도 신기술을 이용해서 인류 차원의 기아, 질병, 재난, 자원 부족 등을 해결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기업혁신 대상 변천

   혁신에 대한 관점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즉, 혁신을 과정/프로세스로 보는 것과 혁신을 투입물/산출물로 보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다시 두 가지 즉, 수평적 제품 수명주기 활동에 대한 혁신과 수직적 조직활동에 대한 혁신으로 나눌 수 있다. 제품 수명주기 활동이란 제품의 R&D로부터 기획/계획, 분석, 설계, 개발/구현, 시험, 제조/생산, 판매/마케팅, 사후지원, 폐기 등에 이르는 활동을 가리킨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기능(function) 또는 부문(部門)에 할당되므로 부문별 혁신 또는 부문간/전사 통합을 위한 혁신의 대상이 된다. 수직적 조직활동은 최고경영층이 주관하는 (전사/경영) 전략(strategy), 중간관리층의 전술(tactics) 또는 비즈니스 모델, 일선 실무층의 일상업무/운영(operation) 등이 대상이 된다. 수직적 조직활동에 대한 혁신은 위에서 아래로(top-down) 또는 아래에서 위로(bottom-up) 진행된다.  다음, 투입물/산출물 관점에서 볼 때, 혁신 대상에는 원자재/부품, 작업자/노동, 기술/지식, 장비/설비, 정보시스템(HW, SW), 완제품,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기업혁신 대상(what)은 기업 내부의 일부 구성요소로부터 기업 내/외부의 모든 구성요소로 확장되었다. 1970년대까지 기업혁신은 주로 제품의 기능/성능, 품질, 원가 등과 공정의 소요시간, 유연성 등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1980~1990년대를 거치면서 무형의 서비스, 업무 프로세스, 조직의 구조와 문화, 마케팅 등에 대한 혁신도 중시하게 되었다. 사일로(silo)처럼 막힌 가운데 진행되던 부문별/사업별 활동은 전사 차원의 횡적 연계통합 노력으로 발전되었고 이를 위한 공통 인프라/플랫폼이 구축되기 시작하였다. 자동차를 포함한 HW 중심 산업에서는 여러 제품(모델)에 공통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구성요소들이 플랫폼으로, e-비즈니스를 포함한 SW 중심 산업에서는 카탈로그/품목 제시, 주문, 지불, 결제, 메시징, 보안 등의 공통 요소들이 플랫폼으로 구축되었다. 조직활동의 계층 측면에서 전통적 혁신은 실무자/관리자 주도, bottom-up 방식의 혁신이었으나 1990년대 이후 많은 기업들은 최고경영층 주도의 전략적 혁신(Strategic Innovation)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 쇼크 이후 1980년대에는 많은 기업들이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예: 마이클 포터가 제시한 원가 우위, 차별화, 집중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IT 기반의 프로세스 혁신과 인터넷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로 신산업/신시장이 창출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융합은 기업의 모든 계층에 적용될 수 있는 혁신 원리이면서 방법론이지만, 2000년대 이후 선도 국가/기업들이 추진한 융합은 전략적 혁신에 가깝다. 전술 차원에서 융합은 R&D, 생산, 마케팅 부문을 대상으로 신기술, 신제품, 신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혁신활동(예: 타 산업/기업 파트너와 제휴/협력)에 적용되고, 운영 차원에서는 공장근로자나 사무관리자의 작업방식에 대한 혁신활동(예: 타 산업/기업의 기술/지식 활용, 이를 위한 합동근무)에 적용된다. 전략 차원에서 융합은 신기술(예: 정밀의료, 분산원장), 신제품/서비스(예: 스마트폰, 음성인식 AI 스피커, 원격의료), 신산업(예: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시티, 스마트헬스케어), 신시장(예: 저개발국가, 중산층, 여성) 등을 통해 기업활동의 영역 자체를 확장한다. 따라서, 융합은 특정 기업의 내부를 넘어 제품/서비스의 공급/유통에 참여하는 협력사, 그리고 타 산업/조직의 외부 파트너들과 함께 만들고 유지/관리하는 지식/산업 생태계를 혁신 대상으로 한다.       


기업혁신 방법 변천

   기업혁신 방법(how)은 혁신 프로세스/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동원되는 수단을 가리킨다. 기술은 오랜동안 중요한 혁신 수단이었고 1980년대 이후에는 비기술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기술’은 넓은 의미에서는 궁극적으로 인간을 이롭게 하는 모든 지식이 포함되지만, 여기에서는 (관행에 따라) 좁은 의미 즉, 자연과학/공학 기반의 기술을 가리킨다. ‘비기술’은 사회과학, 인문학, 문화예술 분야 지식과 자연과학/공학 기술을 기업활동의 성과 향상을 위해 활용되는 지식을 포함한다. 예를 들면, 컴퓨터 HW와 SW는 기술이지만, 이를 기업의 경영관리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비기술로 분류하기로 한다. 오슬로 매뉴얼을 포함한 혁신경영 지침들은 제품혁신과 공정혁신을 기술혁신으로, 조직혁신과 마케팅혁신을 비기술혁신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은 혁신 프로세스의 시작 단계인 R&D는 기술혁신과 비기술혁신 양쪽 모두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제조혁신을 위한 R&D는 대부분 기술 문제에 대한 R&D지만, 서비스혁신을 위한 R&D(즉, ‘서비스 R&D’)는 기술+비기술 양쪽 문제에 대한 R&D를 필요로 한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기술혁신은 주로 특정 주제의 자연과학/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하였다. 2002년 미국이 NBIC(즉, 나노-바이오-정보기술과 인지과학) 중심의 융합기술 R&D를 추진하고, 2004년 EU가 NBIC에 인문학, 사회과학 등을 추가한 융합기술 R&D를 추진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여러 분야 학문/지식을 결합한 융합 R&D가 확대되었다. 융합 R&D는 구체적으로 다학제/학제간/초학제(Multi-/Inter-/Trans-disciplinary) R&D로 진행된다. 나노기술(NT)과 바이오기술(BT), 뇌과학/신경과학 등은 그 자체가 여러 가지 과학기술이 결합된 융합기술이며 슈밥이 꼽은 ‘4차 산업혁명 선도기술’은 모두 다 융합기술이다. 국가별 정책이나 기업 전략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초과학을 포함한 전통 학문별 R&D와 목표지향적 융합 R&D의 적절한 균형이 유지되어야 한다. 


   1960년대 이전의 비기술혁신은 대부분 경영학/통계학 지식을 활용하였다. 1970년대 이후, 컴퓨터와 SW가 조직혁신(예: MIS)과 공정혁신(예: MRP, CAD/CAE/CAM)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서 기업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단위 업무의 효율화를 넘어서는 부문별 정보화전사 차원의 업무 통합이 진행되었다. 1990년대에는 인터넷/웹 기술 발전에 따라 전통기업들은 조달/구내-생산-판매에 이르는 가치사슬 전반의 통합을 도모하게 되었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입각한 신사업(예: 인터넷 쇼핑/뱅킹/중개)을 시작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 시기에 순수 온라인 기업(예: 아마존, 이베이)과 디지털 상품(digital product)이 등장하였다. 2000년대에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기기에서 작동되는 수많은 앱(app)이 개발, 보급됨에 따라 종래의 제품/서비스, 산업, 시장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플랫폼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 2010년대에는 지난 수십년동안 미래 유망기술로만 간주되던 AI,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팅, AR/VR 등이 실용화 단계에 이르러 제품혁신, 공정혁신, 조직혁신, 마케팅혁신 등 전 영역에 적용되고 있다. 이제 기술(혁신)과 비기술(혁신)의 구분은 사실 상 무의미해 진 셈이다.  


    융합은 자연과학/공학은 물론, 인문학, 사회과학, 문화예술 등 광범위한 기술 중에서 문제 해결에 알맞은 기술을 선택, 도입, 결합, 적용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융합을 통한 혁신은 융합기술에 대한 R&D와 함께 융합 제품/서비스의 수명주기활동 전반 적용되어 효율/성과를 높일 수 있는 기술(예: 시스템공학, 디자인싱킹, 창의적 문제해결, 서비스 사이언스, 융합경영)에 대한 R&D를 필요로 한다. 또한, 융합을 통한 혁신을 주도할 전문 인력의 확보/육성, 거버넌스(즉, 리더십, 조직구조, 제도/절차) 구축, 양질의 데이터/지식, 의사결정 모델과 기법, SW 도구 등이 확보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선도기술은 종전 기술에 비해 기회와 위협이 매우 크므로 기술적 타당성 외에 경제/사회 나아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서 개발자, 기업가, 사용자/소비자 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메커니즘도 구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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