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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Nov 02. 2018

SW 융합과 4차 산업혁명

[4IR-2.8] 기업혁신과 융합-8

디지털 혁명의 진전과 SW 산업 발전

   1940년대에 등장한 디지털 컴퓨터는 1970년대에 들어서서야 기업활동 지원 도구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주로 대용량 자료처리(EDPS)에 활용되었지만, 점차 경영관리, 사무작업, 나아가 제품의 개발-생산 지원 도구 즉, MIS(경영정보시스템), OAS(사무자동화), MRP(자재소요량계획), CAD/CAE/CAM(설계/해석/제조 자동화) 등으로 발전하였다. 1980년대에는 기업 내 부문별/기능별 업무의 전사적 통합과 기업 내/외부를 아우르는 가치사슬 통합을 목표로 여러 가지 응용 SW 예를 들면, ERP(전사적 자원기획), SCM(공급망관리), CRM(고객관계관리), PDM/PLM(제품정보관리), MES(제조실행관리) 등이 등장, 발전하였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웹 기술을 활용한 e-비즈니스가 확산됨에 따라 데이터/정보/지식의 생산-유통이 양적, 질적으로 확대되었다. 그 결과, IT/SW의 효과적 활용 여부에 따라 기업 경쟁력에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각종 센서와 초소형 컴퓨터, 무선/이동 통신망 등이 발전함에 따라 u-비즈니스 또는 모바일 커머스가 확대되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각종 스마트 기기와 모바일 앱/콘텐츠의 발전, 3V 즉, 속도, 볼륨, 다양성 측면에서 엄청나게 커진 빅데이터의 생산-유통, 사물인터넷(IoT) 확산, AI를 이용한 의사결정의 최적화 등은 산업경제와 사회 전반에서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제 대부분의 기업은 외부 환경변화와 내부 역량을 감안한 가운데 시간적 지체나 불필요한 재고를 없애는 것은 물론, 소비자/고객/파트너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지속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신기술이 제공하는 기회요인을 포착한 신생기업이 등장, 급성장함에 따라 전통산업의 기업은 기업활동 전반을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순수 온라인 기업이 전통적인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진출하고 있고(이를 O2O, Online to Offline이라고 함), GE나 지멘스 같은 HW 제조기업이 SW 개발/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의 FAANG, 중국의 BAT 같은 SW 기업들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ICT 융합 & SW 융합의 등장과 발전

   지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1970년대 말에 시작된 디지털 컨버전스는 이후, 제품융합, 서비스융합, 나아가 동종/이종 산업(간)융합으로 발전했다. 컴퓨터 HW, SW, 그리고 네트워크를 포괄하는 용어인 ICT(또는 IT)는 여러 가지 형태의 융합을 실현하는 핵심 구성품 중 하나로 활용되었다. IT는 구체적으로 제품, 서비스, (생산)공정, 비즈니스 프로세스 등에 적용되어 대상 개체를 가치가 향상된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 내는 역할- 이를 IT 융합이라고 함-을 담당한다. 오늘날 우리들이 일상생활이나 직장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제품/서비스와 프로세스에는 작든 크든, 또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IT가 개재되어 있다. 

  ▪ IT 융합 제품  (예) 각종 운항정보가 컴퓨터와 통신망을 통해 통합 관리되는 디지털 선박(또는 스마트십), 각종 스마트 기기가 내장된 자동차 

  ▪ IT 융합 서비스  (예) 도로교통이나 항만/공항 관제서비스, u-헬스케어 서비스

  ▪ IT 융합 공정  (예) PLC나 SCADA, MES 등을 이용한 공정의 자동제어

  ▪ IT 융합 프로세스  (예) 인터넷 뱅킹, RFID를 이용한 자재 수불 및 재고관리     


  IT 융합 중에서 특히 SW가 중심이 되는 형태를 학계나 산업계에서 SW 융합이라고 부르고 있다. SW의 중요성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지만, 정작 SW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활용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기에 SW가 IT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IT 융합과 SW 융합을 구분하려는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HW와 SW는 기본적인 특성(예: 유형 vs 무형, 변경이 어려움 vs 쉬움) 면에서 차이가 있기에 R&D, 제품/서비스 개발, 산업혁신, 교육훈련, 고용 관련  정책이나 접근방법도 달라야 한다. SW 융합을 차별화된 개념으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산학연의 공통된 이해가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용어 정의도 없는 상태이다. 이에 필자는 SW 융합을 ‘제품, 서비스, 공정/프로세스(: input)에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디지털 데이터/콘텐츠(: input)를 내장/탑재/부가해서(: process) 기존 제품/서비스의 가치를 향상하거나 획기적으로 높은 수준의 가치를 가진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창출(: output)하는 활동’으로 정의한다. SW 융합은 SW를 중심으로 HW와 네트워크, 그리고 대상 개체(예: 자동차, 항공기, 의료, 호텔, 금융)에 녹아있는 지식/기술(‘Domain Knowledge’)을 결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다(아래 예시 참조). SW 융합은 SW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SW만으로 구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연결/통합 : 단절되어 있거나 독립된 2개 이상의 기능/서비스를 하나로 만듦  (예)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통합요금제, 기업 내부의 부문 간 업무통합 & 기업 간 가치사슬 통합

  ▪ 실시간화(real-time) : 데이터/명령 처리 시 발생하는 시간적 지체를 제로 수준으로 만듦  (예) 실시간 내비게이션, 가정/건물/공장 등의 온도, 습도 조절

  ▪ 지능화/자율화 :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아가서 인간의 도움/개입 없이 특정 작업을 수행토록 함  (예) 차량의 이상이나 고장 징후 감지-보고, 생산공정의 자동제어, 자율주행 

  ▪ 가상화(virtualization):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해서 현실공간(real world) 내에서 표현/처리되던 것을 전자공간(cyber world) 내에서 표현/처리되도록 함  (예) 가상제품개발(VPD: Virtual Product Development), 가상피팅(Virtual Fitting),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 실감화(sense of reality) :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서 전자공간 내의 작업에 현실성 내지 실감성을 가미해 줌  (예) 포켓몬 고(게임)

  ▪ 맞춤화/개인화 : 기업이 고객군(群)별로 차이가 있는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만들거나(customization), 고객의 명시적 요구가 없는 상태에서 기업이 알아서 고객 욕구에 부합하는 제품/서비스를 만듦(personalization)  (예) Local Motors사-고객주문에 맞춘 자동차 제조, Amazon- 단골고객이 필요로 할 만한 물품을, 필요한 시기에 추천

  ▪ 인간중심(human-centric) : 제품/서비스가 사용자/이용자의 특성이나 환경에 알맞은 조건으로 가동/구동되게 함  (예) 소방수/병사를 위한 외골격(exo-skeleton) 로봇, 위험 환경 작업자의 안전 보장

  ▪ 환경친화(eco-friendly, sustainable) : 저에너지, 온실가스 배출 억제 등을 고려함  (예) 전력 수요-공급을 최적화해 주는 스마트 그리드, 탄소배출권 거래     


디지털 혁명의 진전과 IT/SW의 역할 변화

   필자는 디지털 혁명을 중추적 역할을 한 기술의 등장 시점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4기로 구분하고 있다. 

  ▪ 1기 (1969~1993) : 컴퓨터와 정보통신(망) * 1969년: 인터넷의 전신인 ARPANET 개통

  ▪ 2기 (1994~2006) : 유선 인터넷과 PC  * 1994년: 인터넷 상용화, e-비즈니스 발전

  ▪ 3기 (2007~2011) : 무선 인터넷과 스마트기기  * 2007년: 아이폰 출시

  ▪ 4기 (2012~ ) : 인공지능(AI), ICBM 즉,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3D 프린팅, 블록체인 등 기술의 고도화  * 2012년: 구글, 비지도학습 방식의 딥러닝 실증      


  사람들은 2기까지는 집이나 사무실 같은 고정된 장소에서만 컴퓨터를 활용하고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었지만, 3기부터는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와 통신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소위 5A 즉, Any time, Any where, Any network(예: 유/무선, 방송/위성, 음성/데이터 통신망), Any device(예: PC, 스마트폰, IPTV), Any service(예: 온라인 쇼핑/뱅킹 등 개인용, 전자결재나 제품정보 조회 등 업무용)가 가능한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에서 여러 가지 경제/사회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기까지는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을 들락날락해야 했지만, 3기부터는 전자공간과 물리공간이 일체화됨에 따라 관심 있는 대상(예: 개인 경우 가족이나 친구, 기업 경우 고객이나 제품)의 위치나 상태를 늘 파악할 수 있기에 필요시 즉각적인 반응/행동을 취할 수 있게 되었다. 

   1~2기에서 IT/SW는 기업 내 여러 가지 업무를 효율화하고 전사 차원에서 기업활동을 통합하며 외부의 소비자/고객과 소통/협업하는 채널과 도구를 제공하는 지원자(‘enabler’) 역할을 담당했다. 기업 내 전산부서는 지원부서로서 컴퓨터와 통신망의 운영,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SW의 도입/개발 등을 담당했다. 3기부터 IT/SW는 지원자 역할에 덧붙여서 기업의 제품/서비스를 디지털화하거나 새로운 디지털 제품/서비스를 창출함으로써 기업의 산업/시장 내 포지션을 바꾸는 변환자(‘transformer’)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때 기업 내 IT/SW 부서는 일상적 운영을 담당하는 전산실과 신사업 전략부서로 이원화되는 경우가 많았다. 1~2기에서 IT/SW가 주로 공정/프로세스 혁신 도구였다면, 3기부터는 제품/서비스 혁신에 쓰이는 핵심 구성품이 된 것이다. 4기에 들어서면서 SW에 의한 시장/산업 파괴력이 HW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기업혁신은 새로운 국면(즉,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맞고 있다. 2011년 8월, 미국의 벤처투자자인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은 Wall Street Journal에 기고한 ‘Why SW is eating the World’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SW (기업)에 의한 대변혁이 도래했음을 알렸다. 그는 구체적인 예를 통해 영화, 음악, 게임, 도서 같은 콘텐츠 산업의 변화로부터 통신, 마케팅, 유통/물류, 금융, 의료, 교육 등 서비스업과 자동차, 항공기, 석유/가스 등 제조업, 그리고 농업 등 전 산업에서 SW 기업이 산업을 재편성하고 있다고 하였다.     

   

IT/SW 융합의 고도화: 초연결, 초지능

   4차 산업혁명은 기술 측면에서는 디지털 기술뿐만 아니라 바이오/나노기술, 인지과학(또는 뇌과학, 신경과학) 등이 결합된 융합기술이 촉발하는 대변혁이다. 디지털 기술은 다른 영역의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경제-사회 전반의 혁신을 이끄는 범용기술이 되고 있다. 디지털 혁명 3기의 IT/SW 융합은 유/무선 인터넷,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 정형 DB, 규칙 기반 알고리즘 등을 통해 프로세스를 자동화해서 주기적(예: 일 단위, 월 단위)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수준이었다. 4기의 IT/SW 융합은 사물인터넷(IoT), 모바일/임베디드 앱, 정형/비정형 빅데이터, 추론/학습 방식 알고리즘 등을 통해 프로세스를 지능화하고 수집/축적된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함으로써 대상 시스템이 늘 최적화 수준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초연결/초지능 혁명'이라고 하는 것은 ‘IT/SW 융합의 고도화’만 본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초연결, 초지능 인프라 위에서 제품과 서비스, 산업과 시장, 생산(자)과 소비(자), 정부와 시민, 국가/지역과 세계, 지구와 우주, 인간과 기계 등의 구분과 경계가 낮아지거나 사라지는 초융합 혁명이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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