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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현 Nov 29. 2018

인공지능(AI)

[4IR-3.2] 4차 산업혁명 기술 이해-2

4차 산업혁명과 융합, Part 3 글쓰기에 앞서

지난 6월 말부터 4차 산업혁명 관련 글을 브런치에 올리고 있습니다. 금년에 이어 내년 1학기에 세종사이버대학교에서 강의할 ‘4차 산업혁명의 이해’ 과목의 교재를 출간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기도 합니다. 그 동안 2개 파트 즉, (1) 4차 산업혁명 크게 보기, (2) 기업혁신과 융합에 대해 각각 10여 개의 글을 썼구요, 현재 세 번째인 ‘4차 산업혁명 기술 이해’ 부분을 쓰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앞에 발행한 ICBM 플랫폼과 이번 글인 인공지능(AI)에 이어 머신러닝/딥러닝,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이동통신, 분산원장/블록체인, 유비쿼터스 IT, 사물인터넷, 가상/증강/혼합현실(VR/AR/MR), 3D 프린팅, 자율주행차량, 무인매장, NBIC 융합기술(나노/바이오/인지과학 기반) 등에 대한 글을 담을 예정입니다. 세 번째 파트의 글들은 전문가(또는 이공계 출신)가 아닌 일반인(또는 인문계 출신)을 위한 글이라는 점을 밝혀 둡니다. 전문용어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면서 각 기술의 의미와 특징, 기회와 위협 등을 포괄적으로 정리하려 합니다. 따라서, 각 주제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한 분들은 전문 도서/보고서/논문 등을 찾아보셔야 할 겁니다. 저는 과거 IT 전문가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지난 10여년간 기술 자체보다는 기술의 활용/응용에 대한 강의와 연구를 해 온 사람이어서 특정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는 부족합니다. 따라서, 저의 이해 부족으로 인한 오류가 있을 수도 있는데 어느 분이든 지적해 주시면 더 공부해서 바로 잡도록 하겠습니다.



인공지능(AI)이란?

   컴퓨터 과학/공학의 한 분야인 AI는 1956년,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처음 제시한 용어로 ‘기계(즉, 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지능을 갖도록 만드는 기술’을 가리킨다. AI는 이를 테면 문제를 푸는 알고리즘을 구현한 SW이며 실행은 통상 다른 종류의 SW나 HW가 담당한다. 자율주행차량 같은 무인이동체나 스마트 로봇은 AI(SW)와 로봇(HW)이 융합된 결과물인 셈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린다 고트프리슨(Linda Gottfredson)은 ‘지능(intelligence)이란 추론, 계획, 문제해결, 추상화, 복잡한 아이디어 이해, 빠르게 배우는 것,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 등을 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라고 하였다.

   AI 연구는 인지(recognition), 추론-학습(inferencing-learning), 행동(action) 등 영역을 대상으로 한다. 인지 영역 연구는 (사람이 하는 것처럼) 컴퓨터로 하여금 특정 대상을 보고 듣고 읽을 수 있게 하려는 것으로 자연어(natural language) 처리, 문장 이해(즉, 통역/번역), 글씨/음성 인식, 이미지/동영상 인식(즉, 컴퓨터 비전) 기술 등이 여기에 속한다. 추론-학습 영역 연구는 수집된 데이터를 사전에 정의해 둔 규칙(rule)에 따라 처리해서 결론을 도출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지식을 축적하게 만들려는 것으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계학습)과 딥러닝(Deep Learning, 심층학습)이 여기에 속한다. 행동 영역 연구는 판단 결과를 실행토록 하는 기술로 자율주행, 챗봇(chatbot) 등을 발전시켰다.


   1980년대 이후 발전한 머신러닝은 기계가 어떤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훈련시켜서 사람을 대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프로그램은 컴퓨터에게 데이터(즉, input)를 주면 미리 정해진 알고리즘(즉, 프로그램)에 따라 정답(즉, output)을 계산해 내도록 하는 것이다. 반면, 머신러닝은 컴퓨터에게 여러 세트의 데이터와 정답을 반복해서 알려주어 스스로 합당한 알고리즘(즉, 규칙)을 만들도록 는 것이다. 예를 들면, 컴퓨터에게 ‘(2, 6), (3, 15), (8, 24), ..’ 같은 순서쌍(즉, X: 앞에는 데이터, Y: 뒤에는 정답)을 반복적으로 제공해 줌으로써 'Y=3X'라는 공식을 찾도록 만든다. 2010년 이후 급속하게 발전된 딥러닝은 머신러닝의 일종으로 AI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핵심기술로 인정받게 한 일등 공신이다. (머신러닝과 딥러닝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AI의 발전과정과 응용

   인간을 포함한 생물이 유전에 의해 또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능을 발전시켜 온 것처럼, AI도 지난 60여 년 동안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발전해 왔다. AI는 195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말까지 여러 가지 이론과 방법론이 개발되었지만,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할 수 없는 한계가 드러남에 따라 침체기를 겪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서 전문가 시스템, 데이터 마이닝, 데이터 웨어하우스 등 기술이 산업에 본격 적용되고 고성능 컴퓨팅 같은 인접 기술에 대한 R&D 투자도 확대되어 부흥기를 맞았으나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전문가 (지원) 시스템(ESS: Expert (Support) System)이란 특정 주제에 대해 전문가가 갖고 있는 지식을 컴퓨터에서 처리 가능한 형태로 표현해 두고 실제 문제를 풀 때 활용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실제로 증권투자, 차량 고장진단 등을 위한 ESS가 개발되어 효과를 거둔 바 있다. ESS는 일반적으로 지식 획득/표현(Knowledge Acquisition/Representation), 지식베이스(Knowledge Base), 추론엔진(inferencing engine),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으로 구성된다. 추론엔진은 주어진 데이터(input)와 지식베이스에 저장해 둔 기존 지식을 활용해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답(output)을 제시한다.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은 통계/수학 기법이나 AI의 일종인 패턴인식(Pattern Recognition) 기술을 활용해서 대량 데이터 내에 있는 상관관계(correlation)나 유형, 추세 등을 발견해 내는 기법이다. 데이터 웨어하우스(Data Warehouse)란 조직 내/외부에서 수집된 방대하고 다양한 데이터로부터 다차원으로 분석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 구축된 의사결정용 데이터베이스를 가리킨다.


   AI가 일반인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된 것은 2016년 3월,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1로 이긴 사건 이후일 것이다. 기술 측면에서는 2006년,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교수가 대략 15년 동안 방치되어 있던 딥러닝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 일종의 퀀텀 점프를 촉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딥러닝 이전의 AI는 인간이 가진 지식을 (많은 데이터와 복잡한 프로그램으로) 컴퓨터에 일일이 주입하는 방식이었음에 반해, 딥러닝 이후의 AI는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규칙을 컴퓨터에게 가르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초기의 딥러닝은 많은 양의 데이터로 장시간 동안 컴퓨터를 훈련시켜야 하는 단점이 있었지만, 과거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지능화/자동화를 실현할 수 있게 해 주었다.


AI의 분류와 발전 전망

   AI는 지능화/자동화 수준에 따라 2가지 즉, 약(弱) AI와 강(强) AI로, 또는 3가지 즉, ANI, AGI, ASI로 분류한다. ‘강 AI’는 초기의 AI 학자들이 추구한 ‘인간의 지능을 완벽하게 모방한 AI’를, ‘약 AI’는 여러 가지 점에서 한계를 인식한 그 후의 학자들이 추구한 ‘인간을 돕는 도구로 설계, 구현된 AI’를 가리킨다. ANI(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 전문 인공지능)는 특정 문제해결에 전문화된 AI를,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일반 인공지능)는 모든 영역에서 인간 수준인 AI를, 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 초 인공지능)는 인류 전체의 지능을 초월하는 AI를 가리킨다. ANI는 약 AI에, AGI와 ASI는 강 AI에 속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고 있는 AI는 대부분 1980년대 이후 발전된 머신러닝(기계학습)이나 2010년대에 발전된 딥러닝(심층학습)을 활용한 ANI에 속한다. 머신러닝 사전에 많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 알고리즘에 따라 주어진 문제를 풀어서 최적 솔루션을 제시해 준다. 머신러닝 적용 사례로 자동차에 내장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스팸 메일을 걸러주는 필터 기능, 온라인 쇼핑의 상품 추천 기능, 문장/언어 번역기, 인터넷 검색엔진, 질병진단 프로그램(예: IBM 왓슨), 바둑 프로그램(예: 딥마인드의 알파고), 자동응답을 해 주는 챗봇(chatbot), 무인매장(예: 아마존 고) 등이 있다. 딥 러닝은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음성이나 문자, 이미지 등을 인식하고 음악 작곡이나 미술품 창작 같은 작업에도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의 오비어스라는 연구팀이 AI를 이용해서 그린 그림(제목: 에드몽 벨라미의 초상)이 2018년 10월,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약 5억원에 판매되는 일도 있었다.  


   AGI나 ASI가 언제쯤 도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 상반된 견해를 갖고 있다. 한쪽 극단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2005년에 출간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n Near)’에서 AGI와 ASI의 등장 시기를 각각 2029년, 2045년으로 예측하였다. 발명가이면서 미래학자이고 2012년부터 구글에서 AI 연구를 하고 있는 커즈와일의 예측은 컴퓨팅 파워의 급속한 발전과 바이오/나노기술(BT/NT)의 융합 가능성을 근거로 한 것이다. 다른 쪽 극단은 적어도 100년 이내에는 AI가 그 정도로 발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2014년, 빈센트 뮐러(Vincent Müller)와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이 AI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AGI와 ASI의 도래 시기에 대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AGI에 대한 응답자 평균은 2040년 (2022~2075년), ASI는 2060년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AI 발전에 영향을 끼칠 기술로 인지과학(47.9%), 신경과학, 인공신경망, 고성능 컴퓨팅(37.3%), 대량 데이터(35.5%), 진화 알고리즘/시스템 (29.0%) 등을 꼽았다. 인접 학문/지식과의 융합 가능성/필요성을 언급한 셈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로 1990년대 말에 트랜스휴먼협회를 창설하고 2014년에 ‘Super Intelligence’를 출간한 보스트롬은 ASI 등장에 따라 야기될 수도 있는 엄청난 재앙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듯이 세계적 물리학자인 故 스티브 호킹을 포함해서 Microsoft 빌 게이츠 전 회장, 테슬라 자동차 일런 머스크 회장 등은 AI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요구하고 있다. ASI/AGI가 언제 도래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보다는 인류와 인간성이 유지, 발전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AI의 기회와 위협

   AI를 인간이 만든 고수준의 컴퓨터 SW 정도로 본다면, 지나친 기대나 우려는 모두 무의미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지금의 AI’와 ‘미래의 AI’, 예를 들면,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기계들이 밤낮없이 협동해서 만든 AI가 전혀 다른 개념의 것이 된다면, 그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기회는 키우고 위협은 줄이는 식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AI는 지금까지 인간의 감각이나 정신적, 육체적 활동을 돕는 역할을 해 왔다. 여러 가지 ANI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전문 지식을 기계화하고 복잡하고 난해한 현상을 분석해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 주는 일에 기여해 왔다. 최근, 초고속-초연결-저지연이 가능한 5G 통신, 레이더/라이다/고기능 카메라 등을 포함한 센서, 클라우드/엣지 컴퓨팅 등 기술이 뒷받침됨에 따라 차량의 자율주행이 가능해지고 심지어 문화예술 같은 창조 작업에도 AI가 활용될 수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앞으로도 AI는 IT 내부의 양자컴퓨팅, 분산원장/블록체인, 오감 센싱 등 기술과의 융합, 또 IT 외부의 뇌/신경과학, BT, NT 등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급속하게 발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AI는 궁극적으로 인간을 포함한 외부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자율적으로 시스템을 (재)구성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장애 발생 시 스스로 진단과 대응 조치를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다. 미래 어느 시점의 AI는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서게 될 것이기에 인간이 해야 할 일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하는 일과는 다른 성격의 일을 맡는 파트너가 되도록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AI의 부상에 따라 일반인들이 주목하게 된 것 중 하나가 일자리 감소 문제이다. 브린욜프슨과 맥아피가 ‘제2의 기계시대’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 기계는 인간의 육체적 활동뿐만 아니라 정신적 활동도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반복 업무나 고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전문직의 직무가 가장 먼저 대체될 것이다. 그와 같은 변혁 앞에서 개인은 일에 대한 가치를 재정립하면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역량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국가/인류 차원에서는 인간성 내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더불어 경제-사회 전반을 재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지금의 AI가 갖고 있는 제약, 예를 들면, 딥러닝을 활용한 솔루션(예: 수천 명의 대상자 중에서 채용/해고할 직원을 선정해 준 것)의 판단 근거나 기준을 설명하기 어려운 점- 이를 ‘블랙박스 AI’라고 함- 같은 것이 해결되어야 한다. 실제로 의사결정 근거를 설명해 줄 수 있는 AI (XAI: Explainable AI)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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